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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그 뒤까지 아름다운 역사를 써보자

누구도 승자는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이루어진 마당에서 우리 국민 모두가 마음에 새겨야 할 말이다. 누가 뽑은 대통령인가?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다. 우리가 뽑아놓고 끌어내리곤 승자라고 자랑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내가 뽑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자. 내가 하지 않았다고, 저쪽 편이 한 것이라고 선을 긋는 순간, 우리는 우리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며, 또한 우리 국가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뽑은 것이다. 중간에 어떤 과정을 거쳤든 합의된 결과에 승복하는 것, 다수결의 원칙으로 결정되었으면 그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의 출발점이다.

그것을 부정하고 “저들이 했다!”면서 자신은 빠지는 순간 우리가 서 있는 바탕을 부정하는 일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인정해야만 이번 헌재의 결정도 의미를 가지게 되고, 또 존중되며, 그 뒤의 원만한 수습을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제도를 존중하고, 자기의 의사와는 다르더라도 합법적인 절차를 거친 결과에 승복하는 태도 자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오랫 동안 양극화의 싸움으로 치달렸던 우리의 상황을 극복하는 길도 바로 이런 태도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이번 헌재의 판결에 누구도 승자라고 하여 우쭐거려서도 안 되고, 누구도 그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고 거친 몸싸움의 길에 나서서도 안 된다. 위태로울 정도로 치달았던 편가르기를 이제야말로 중지해야 한다. 국민과 정치권 모두 겸허하게 뒤를 돌아보고, 우리가 뽑았던 대통령을 탄핵하는 초유의 역사가 갖는 의미를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우리의 자세는 겸허해야 하지만 이번 일의 의미는 절대로 과소평가될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구도 승자는 아니지만, 또 누구나 승자이기도 한 역사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발전이란 무엇인가? 국민이 뿌리임을 확인하는 역사를 이루어내는 것이다. 애초에 민주주의는 독재자의 횡포에 피로 항거하면서, 권력을 쥔 사람들의 핏 속에 국민의 뜻을 무시하면 어떤 결과가 오는가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주는 역사를 겪으면서 성장한 것이다. 그러하기에 4·19가 소중한 것이며 6월의 항쟁이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그 결과가 문제가 아니라 그런 역사 자체가 우리 민주주의 역사의 발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탄핵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참으로 가장 많은 국민이 지속적으로 참여하였다. 그것도 폭력적인 시위가 아니라 단지 촛불을 든 것뿐이었다. 그 반대편에 선 이들도 상징적인 태극기를 들었을 뿐이었다. 비록 의견이 달라서 갈렸고 숫자의 차이도 있었지만 양편 다 이번 일을 이룬 주역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갈려서 다툰 그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승자가 되는 길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우리 민주의 역사에 참으로 비폭력적인 국민의 힘에 의해 최고 권력자를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값진 역사를 기록하게 됐다. 국민의 뜻에 의해 뽑힌 지도자가 그 뽑아준 국민을 무시했을 때 어떤 일을 겪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역사인 것이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앞에서 4·19나 6월 항쟁이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니는 것이라고 했고, 그러기에 이번 탄핵도 그 자체로 의미 있다고 말했지만, 그 뒤가 좋다면 더더욱 아름다운 일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짧은 민주주의의 역사 속에서 다른 나라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이룬 일들을 성취한 역사가 있다. 그 저력이 이번에 값지게 발휘되어 뒤까지도 아름다운 빛나는 역사를 써내려가 보자! 이러한 우리의 바람에 가장 큰 적은 과정상의 다툼을 잊지 못하고, “저들이 그랬어!”하고 계속 편 가르기를 시도하는 극단적인 양극화의 풍조이다.

그리고 그런 양극화를 조장하면서 그 속에서 무엇인가 사리사욕을 꾀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불순세력’들이다. 그런 불순세력들에게 틈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승자와 패자를 가르지 말고 모두가 승자가 되는 길을 열어야 한다. 좋지 않은 일로 겪었던 내홍을 보다 큰 도약의 전기로 만들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tysung@hanmail.net
 

[1383호 / 2017년 3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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