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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은 딸에게…그래도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 부탄 여성은 가정내 의사결정권을 갖는다. 그럼에도 다음 생에는 남자로 태어나길 바란다. 그래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마니차를 돌리는 이 할머니의 바람은 무엇일까.

“부탄에서도 이혼을 해요?”

결혼은 간소히…이혼율도 높아
부동산은 딸, 동산은 처에 상속
남성의 역할은 종교·정치 분야
깨달음 얻으려 남자 환생 희망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은 바로 결혼과 이혼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앞서는 것이다.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는 대부분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곤 했다. 결혼은 곧 행복이고, 그 행복은 오래오래 갈 것이라는 막연한 등식이 머릿속에 콕 박혀있는 이유일 수 있다. 그러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의 사람들이 설마 이혼을 하겠어?’라는 시각과 기대가 질문 속에 진하게 깔려있다. 그런 이들에게 “그럼요, 부탄 사람들도 이혼해요. 그것도 많이”라고 대답하려면 놀라움, 실망, 의아함이 뒤섞인 얼굴과 맞닥뜨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부탄의 이혼율은 의외로 높다. 부탄 수도 팀푸의 이혼율은 이미 13%를 넘어섰다.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여성의 교육율과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이혼율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이혼이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그리 불리한 경험으로 작용하지 않는 부탄의  정서가 더 큰 이유일 것이다.

부탄의 결혼은 그리 성대하거나 요란하지 않다. 가까운 친척이나 이웃들이 모여 음식을 나누고 신랑신부에게 간단한 선물을 주는 정도다. 중매혼이 전통적인 방식이었지만 요즘엔 연애결혼이 증가하는 추세다. 어떤 식으로 결혼을 하던 부부간의 합의가 이뤄지면 이혼 또한 그리 어렵지 않다. 이혼을 수치스럽게 여기지도 않고 사회적 시선도 따갑지 않다.

아이는 어머니가 양육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출생신고나 학교 입학을 위해서는 아버지에 대한 증빙서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러니 미혼모로 아이를 낳는 것은 부탄에서도 매우 곤란한 일이다.

하지만 일단 가정을 꾸리고 나면 집안의 의사 결정 대부분은 여성이 주도한다. 재산 상속권도 여성에게 우선권이 있다. 남편이나 아버지가 죽으면 부동산은 딸에게 동산은 부인에게 상속 된다. 결혼 후 남편이 처갓집에 들어가 사는 것도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동부 부탄에서는 부인이 시댁에 들어가 사는 경우도 많지만 서부에서는 남편이 처가로 장가가는 것이 더 보편적이다. 물론 요즘엔 신혼부부끼리 가정을 꾸리는 소가족 형태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선호사상은 그리 두드러지지 않고 여성의 사회적 지휘도 남성에 비해 뒤쳐질 것이 없다.

하지만 여성에게 가정의 의사결정권이 있다는 것, 그리고 재산권이 있다는 것은 다른 측면에서 보면 가정의 경제문제, 즉 가족에 대한 부양의무 또한 여성에게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남성은? 남성은 전쟁으로부터 나라와 가족을 지키고, 평화 시에는 전통과 종교적 의무에 충실 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진다. 티베트불교권에 속하는 부탄에서 정치와 종교는 둘이 아니고 이는 곧 남성의 영역이었다. 남성은 출가해서 스님이 될 수 있고, 각종 종교행사를 주도할 수 있고, 깨달음을 얻어 환생할 수도 있다.

이에 비해 가정의 의사결정권과 경제권을 쥔 여성들은 그 권리에 따르는 의무에 충실하기 위해 아이를 길러야 하고 농사일을 떠맡아야 했다. 교육을 받을 기회는 자연히 부족했다. 결국 부탄의 현대화가 진행될수록 사회적 지위도 오히려 낮아지는 추세다. 정치, 경제의 주도권도 자연스럽게 남성들에게 기울고 있다. 오늘날 부탄사회에서 여성들의 지위가 낮아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여전히 부모들은 딸을 선호한다. 아들은 쉽게 처갓집의 식구가 되지만 딸은 끝까지 부모를 부양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럼에도 딸들은, 여성들은 다음 생에 남자로 태어나고 싶어 한다. 그래야 출가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깨달음을 얻어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부탄에도 여성 수행자들이 있다. 하지만 비구니계단이 없는 티베트불교계의 특성상 이들은 비구니가 아닌 ‘넌(Nun. 여성수행자)’, 부탄 말로 ‘아님’이라 불린다. 스님을 통칭하는 ‘라마’는 부탄의 여성수행자들에게 여전히 멀기만 한 희망이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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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83호 / 2017년 3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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