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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통문화, 재미 한겹 해학 한겹 더해 세계에 알려요”

  • 만다라
  • 입력 2017.03.13 16:15
  • 수정 2017.03.13 16:20
  • 댓글 0

닥종이 인형 작가모임 ‘지와사랑’

▲ 좌측부터 ‘지와사랑’노순화, 임순흥, 신명숙, 김미순 작가와 닥종이 인형 작품들.

아궁이 위 가마솥에 갓 지은 밥이 가득하다. 채소를 다듬어 나물을 무치고 김치를 내고 두부전을 부치는 손길이 바쁘다. 분주한 공양간의 모습 그대로다. 공양간 옆 수곽에선 한 스님이 마실 물을 긷고 앞쪽에선 소쿠리에 김치를 담아 나른다. 정갈한 장독대에서 된장을 퍼 담는 스님의 섬세한 손길에 시선을 뺏기는 순간, 대중방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떤 스님은 발우를 펴고 공양을 받아 오관게를 염송하고, 어떤 스님은 공양을 마친 감사의 기도를 끝으로 발우 씻은 세발수를 산속 동물들에게 보시한다.

신명숙·임순흥·김미순·노순화
‘불교’라는 주제로 한 자리에
2011년 ‘팔만대장경’ 첫 전시
템플스테이정보센터 등 소장
“한국불교 세계화 동참 보람”

산사의 일상 그 자체다. 다른 점이라면 현실이 아닌 닥종이(닥나무로 만든 한지) 인형으로 재현한 ‘작품’이라는 것. 바로 산사의 하루다. 서울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와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만날 수 있는 이 작품은 산사의 모습을 현실감 가득한 모습으로 담아내 화제를 모았다. 뉴욕, 파리, 시드니를 비롯해 불교박람회, 내나라여행박람회 등 한국불교의 전통과 문화를 소개하는 자리라면 빠짐없이 참여해 감탄사를 자아내기도 했다. 한국불교 대표 문화콘텐츠 템플스테이와 사찰음식 홍보에 단연 일등공신인 셈이다.

이들 작품은 모두 ‘지와사랑’의 손에 의해 탄생했다. 20여년간 한지로 인형을 만들어온 신명숙, 임순흥, 김미순, 노순화 작가가 그 주인공. 각기 다른 자리에서 활동해오다 2009년 일산의 한 공방에서 만난 게 인연이 됐다. 이들을 하나로 묶어준 것은 다름 아닌 ‘불교’였다.

▲ 지와사랑 作 ‘발우공양’.

“자연스레 마음이 모였습니다. 서로 다른 색깔의 사람들이 함께 작업한다면 남다른 작품세계를 열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욱이 구성원 모두가 지함, 지호, 지화 등 다양한 한지공예가 가능한 작가들입니다. 자연스레 서로를 격려하고 탁마하는 모임으로 발전하게 됐습니다.” (신명숙 지와사랑 회장)

첫 번째 공동작업은 ‘팔만대장경’이었다. 초조대장경 간행 1000주년을 맞아 2011년 서울 경인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벌목과 다듬기, 소금물에 삶기, 판각, 이운, 인경 등 장경판을 만들어 봉안하는 과정과 어린이들에게 대장경을 설명하는 스님의 모습까지 10장면을 닥종이 인형 작품으로 선보였다. ‘지와사랑’이라는 이름을 세간에 알린 계기다.

닥종이 인형을 만드는 과정은 한지를 만드는 과정만큼이나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한지는 닥나무를 베고 찌고 삶고 말리고 벗기고 두드리고 뜨는 아흔아홉 번의 손질을 거친 후 마지막 백 번째에 만질 수 있다고 해서 ‘백지(白紙)’라고도 불린다. 닥종이 인형 역시 종이를 말아 심지를 만들고 천연염색으로 곱게 물들인 닥종이를 한겹 한겹 붙이고 말리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지와사랑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각종 복식과 배경, 소품까지도 철저한 고증과 전문가 조언, 자료수집을 통해 확인하고 검증한 뒤 한지로 직접 만든다는 점이다. 때문에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6개월 이상을 온전히 몰입해야 한다. 이에 지와사랑 구성원들은 작품 만드는 과정을 수행의 시간이라고 부른다.

“전시를 위한 작품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게 공통된 생각입니다. 가장 한국적인 재료로 한국의 전통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기록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사람의 복식과 움직임은 물론 기와 하나, 장독 하나까지도 전문가들의 고증을 거쳐 최대한 실제에 근접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그 정점이 현재 국립국악원에 전시된 ‘조선시대 궁중무용’입니다.” (김미순 작가)

▲ 자와사랑 作 ‘공양간과 장독대’.

‘조선시대 궁중무용’은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아 정조대왕이 화성에서 벌인 잔치를 그려놓은 ‘원행을묘정리의궤’를 모본으로 조성한 대작이다. 이 작품에만 닥종이 인형 100개가 사용됐으며,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전통 복식은 물론 국립국악원 수장고에 보관 중인 조선 악기까지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춤사위의 경우 대진대 무용예술학부 교수인 신명숙 회장이 팔의 각도, 옷자락의 모습, 표정 하나까지 검증을 통해 완성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팔만대장경’ 작품이 2012년 제주 약천사에 전시됐고, 이 인연은 다시 한국불교문화사업단으로 이어지게 됐다. 현재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에는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사찰에서 참선하고 발우공양을 하는 모습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또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는 사찰 공양간의 일상과 배추를 수확하는 모습이 담긴 닥종이 인형 작품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닥종이 인형 작품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사진과 동영상은 2차원의 평면이지만 닥종이 인형 작품은 공간을 표현할 수 있거든요. 전체를 한눈에 살펴보면서 관심 있는 부분은 세밀히 관찰 수 있습니다. 여기에 사실적인 묘사는 물론 재미와 해학도 담을 수 있어요. 그래서 경험해본 사람에겐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도 현장을 금세 이해시킬 수 있는 최고의 방편입니다.” (임순흥 작가)

지와사랑 구성원들은 새로운 공동작업을 준비 중이다. 주제와 시기 등을 정한 건 아니지만, 각자의 영역에
서 배움과 지도를 이어가며 역사의 한 장면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불교의 세계화라는 대작불사에 함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큰 기쁨입니다. 닥종이 인형이 우리들 삶에 큰 변화를 준 것처럼 우리의 작은 재능이 더 많은 곳에 쓰여 즐거움과 행복 주기를 기원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모인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노순화 작가)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383호 / 2017년 3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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