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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정원…한국도 선정원 있다

홍광표 동국대 교수 주장
선불교가 도입된 이후에
사찰정원 형태 변화 겪어

▲ 미륵사지 쌍지의 영지 효과. 불교평론 제공

일본이 고유의 선정원(禪庭園)을 조성해온 것과 달리, 한국의 경우 선정원이라는 특별한 형식이 없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렇다 할 연구도 없는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사찰정원의 전개 양상을 분석해 선정원의 형식을 도출해내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어 주목을 끈다.

홍광표 동국대 조경학과 교수는 ‘불교평론’ 69호에 ‘한국 사찰정원의 성립과 전개 양상’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홍 교수는 선불교 도입 이전 정원과 이후 정원의 차이를 분석한 뒤 한국 사찰에도 선정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선불교 도입 이전의 사찰정원은 못을 중심으로 조성됐는데, 못은 주로 연지(蓮池)로서 기능을 지녔다. 중국의 방생지가 옮겨진 것으로, 연꽃을 심었던 것은 정토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형태는 선불교 도입 이후 변화를 겪는다. 홍 교수는 춘천 청평사 고려선원에 고려시대 조성한 영지가 남아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매월당시집’ ‘팔곡집’ 등에는 청평사 영지가 그림자를 비추는 못이되 산봉우리 같은 자연적 물상을 끌어와 물에 비치도록 하는 ‘산영지(山影地)’였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또한 고려시대 사찰정원에 대한 기록을 통해 방생지를 만들어 연을 심고, 다양한 수목과 초화류를 도입했으며 괴석을 놓아 즐겼음을 확인했다. 경관 좋은 곳에는 정자를 지어 주변의 경관을 완성하기도 했다. 특히 선심(禪心)을 연꽃에 비유해 표현했던 것은 연지가 단순히 정토사상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선심을 표현하는 데에도 역할을 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즉, 영지가 기이한 현상을 물에 비치도록 하거나 연꽃을 품었던 것은 일반적 정원의 개념이 아닌 선사상과의 상관성을 살필 수 있는 정원 개념이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이를 기반으로 한국 사찰에서 발견되는 선정원 유형을 △선심정원(禪心庭園) △자연정원 △차경정원(借景庭園) △암석정원으로 분류했다. 선심정원은 송광사 계담(溪潭)과 같이 사람의 마음까지 비치도록 하는 영지다. 송광사 계담은 계류를 막아 조성한 인공 못으로 무지개다리 위에 수상누각인 우화각(羽化閣)이 설치돼 있다. 자연정원은 자연 그 자체가 정원으로서 기능하는 것을 의미한다. 선찰 대다수가 아름다운 자연경관 속에 하나의 요소가 된다는 점에서 한국의 선정원은 자연 자체가 된다.

이 밖에 차경정원은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담장 안으로 끌어들여 정원 기능을 하도록 한 것이다. 홍 교수는 “아름다운 경관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동화되도록 해서 사찰 안으로 들어오면 된다”며 “굳이 사찰 담장 안에 인공적인 자연경관을 조성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선사들의 선심”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홍 교수는 “선사상이 도입된 이후에 조성된 정원에서는 구석구석에 선정원적 개념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정원 아닌 정원’ 혹은 ‘자연이 곧 정원’이라는 개념은 오직 한국 사찰에서만 나타나는 선정원 형식”이라고 규정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83호 / 2017년 3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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