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이 공양하기 전 합송하는 ‘오관게(五觀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먼저 이 음식에 담긴 수많은 생명과 인연들의 땀방울 등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음식을 길러준 햇빛·공기·물 등 지구와 자연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이 담겼다. 음식에 깃든 공덕을 논할 때 흔히 농부에 국한하기 마련이지만, 스님들은 거기에 머물지 않고 햇빛·공기·물 등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까지 잊지 않았다. 그만큼 한 알의 곡식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수많은 인연이 더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 많은 인연 가운데 곡식과 채소의 꽃에 주목한 이들이 있다. 그리고 밥상에 올라 사람을 먹여 살리는 곡식과 채소이기에 ‘밥꽃’이라 이름 붙였다. “사실 밥꽃은 식구나 다름없다”고 말하는 전북 무주 농부 장영란·김광화는 “들꽃이 민주주의라면 밥꽃은 생명주의라 불러도 좋다”며 이제 민주주의 못지않게, 생명주의도 함께 보듬어 나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이 책 ‘밥꽃 마중’을 세간에 내놓았다.
책은 벼, 콩, 파, 박, 배추, 참깨, 국화, 미나리과 등 보통 사람들의 밥상에 오를만한 곡식과 채소의 꽃들을 살폈다. 저자가 농사 지으며 만난 60가지 곡식꽃, 채소꽃을 글과 사진으로 남긴 9년간의 기록이다. 저자는 우리 밥상에 매일같이 올라와 사람을 먹여 살리는 이 꽃들을 ‘밥꽃’이라 이름 붙이고, 사람의 ‘목숨꽃’으로 여겼다. 단순히 꽃을 즐기는데서 끝나지 않고, 밥꽃이 어떤 과정을 통해 사랑을 하고 꽃을 피우는지, 내가 키우는 밥꽃은 언제 어디서 들어왔는지 등 공부하는 과정이 뒤따랐다. 더불어 한자와 우리말이 뒤섞여 어려운 식물 용어를 되도록 한글로 정리하는 지난한 작업 과정도 거쳤다.
뿐만 아니다. 김광화는 꽃을 피우는 그 짧은 시간을 보기 위해 새벽마다 카메라를 들고 어둠 속으로 나갔다. 그 들판 행은 쌀 한 톨, 마늘 한 쪽, 그리고 옥수수 한 알에 담긴 밥꽃의 생명을 마중하러 나갔던 길이다. 그 힘겨운 여정을 통해 만난 밥꽃은 단순히 꽃 하나가 아니라 사랑과 생명, 그리고 자연에 대한 귀중한 가치다.
책 속 작은 밥꽃 한 송이 한 송이를 마주하는 동안 생명의 가치는 물론, 인연과 연기 소중함을 느끼며 ‘인연생기(因緣生起)’의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1만7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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