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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박진홍 작가

기자명 구담 스님

다시 일어서 걸어오시는 부처님

▲ ‘시간상자’, 터치 모니터(42인치), H1110* W660*D600(mm), 무게 100kg, 2016.

박진홍은 세간에 그리 알려지지 않은 작가다. 우연히 전시 중인 작가의 소개로 알게 되었는데, 그가 소개한 영상 작품에서 한 폭의 청명함이 노니는 푸른 극락세계의 미묘함을 엿볼 수 있었다. 전승되는 전통화가 아닌 TV 모니터 속에 한가로운 연꽃과 물고기 영상 작품은 짙은 청색 배색을 바탕으로 한 단색의 간결함과 절제된 영상미를 함축적으로 뽐내고 있다.

모니터에 공존의 생명력 부여
현상과 허상의 관계를 되묻다

잘 알려진 대로 비디오 설치 작품은 백남준 작가의 ‘TV 부처’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작품은 최소한의 오브제를 사용하여 불교사상을 잘 드러낸 기념비적인 상징으로 평가를 받는다. 이와 같은 비디오를 비롯한 영상물이나 게임, 디자인 등을 포함한 매체예술을 통틀어 미디어아트라고 부른다. 그러나 아쉽게도 불교계에서는 미디어 아트라고 추켜세울 만한 작가도 작품도 손꼽을 만해서, 백남준 이후 불교미디어아트는 지금까지 퇴보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우연히 물고기의 움직임을 보고 아름다움에 빠졌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1년 동안(신혼 1년 차) 집에서 물고기와 살면서 움직임을 구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작가노트 중’

작가는 가진화랑에서 열린 개인전 ‘무시무종(無始無終)’에서 상호작용하는 물고기를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 AI(학습 능력은 없다)를 탑재한 물고기가 자연스레 헤엄치고, 관객이 화면을 터치했을 때 놀란 물고기가 반응을 하며 유영하는 관계에서 서로 상호교감을 이루게 된다. 그것은 현실과 가상의 시공간이 연결되고 지능화 되어지는 인공지능의 현상이지만, 그 안에 공존의 생명력을 부여하려는 끈질긴 작가의 눈부신 노력 덕분이기도 하다. 그럴 때 그 틈에 아득한 경계의 뿌리에서 오는 현상과 허상의 관계를 되묻는 물음이 몰록 선연하다.

금강경 사구게는 말한다. ‘개시허망(皆是虛妄)으로, 그 어떤 것도 다 허망하니’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로, 만약 모든 형상이 형상 아님을 보면 곧 여래를 볼 것이니’ 눈앞의 형상에 집착하지 말아야 진정한 부처를 볼 것이라고 말이다.

이제 눈앞의 미디어라는 부처에게 물어야 할 때다. 그 존재는 참된 허상인가? 보여지는 저 마음은 진짜인가? 물거품과 같은 환포영 덩어리임에도, 미디어 아트가 주재하는 실제적 공덕이란 관객이 자연스레 전시 작품의 창조 과정에 동참하는 연기적 작용을 말하는데, 박진홍의 미디어 설치 작업에서 그러한 따뜻한 휴머니티를 읽어낼 수 있다. 더욱이 작가 스스로가 컴퓨터 운영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기능을 활용하기에 소위 하청이나 매개자 역할에서 벗어나 대중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진화론적인 감각적 파장의 범위가 더 확장되리라는 가능성을 믿게 된다.

박진홍은 현재 게임 기획과 애니메이션 영상 작업을 하는 업종에 종사한다. 또 그것들을 작업의 예술적 영역으로 끌어 들이기 위해, 생명력을 부여하기 위해 틈틈이 여러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래서 마치 통통 튀는 게임의 아이템처럼 그의 작업은 늘 새로운 도전으로 진행 중이다. 흔히 예술을 창조적 역동성이라고 한다. 그런고로 안주화된 불교를 일으킬 수 있는 역동성은 미디어 매체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흡사 침체한 불교를 일으키고 앉아있는 부처님을 벌떡 일으킬 수 있는 새벽녘 걸어오는 싯다르타의 눈부심과도 같다.

불일미술관 학예실장 구담 스님 puoom@naver.com
 

[1383호 / 2017년 3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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