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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불국토의 완성

기자명 이제열

중생교화 없이 불국토는 열리지 않는다

‘착하도다, 보적이여! 보살은 중생을 위하여 불국토를 취하느니라. 왜냐하면 보살은 보살이 교화할 중생을 따라 불국토를 갖는 것이니라. 보적아 알지니라. 만일 보살이 불국토를 얻으려거든 먼저 그 마음을 맑혀야 하고, 그 마음을 맑히면 불국토가 깨끗해지느니라. 마치 빈 땅에다 집을 지으려면 장애가 없지만 허공에 집을 지으려면 될 수 없는 것처럼 보살은 중생을 위하여 불국토를 취하느니라.’

불국토의 청정과 그에 이르는 길을 묻는 보적의 질문에 대한 부처님의 말씀이다. 불국토란 부처님의 나라이다. 불국토를 다른 말로 안양토(安養土), 정토(淨土), 낙토(樂土)라 부른다. 보살은 바로 이와 같은 불국토를 실현하고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행자이다. 흔히 대승에서 성불한다고 할 때에 성불을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불국토에 태어난다’ ‘불국토를 완성한다’ ‘불국토를 장엄한다’는 의미가 된다. 보살이 수행을 통해 성불하게 되면 즉시 불국토를 성취하게 되는 것이다.

‘정토경’에 의하면 세상에는 무수한 부처님이 계시고 그 부처님마다 하나의 정토를 취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적은 부처님께 보살의 목적이라 할 수 있는 성불과 불국토의 실현은 어떻게 가능한 것이며, 어떤 일을 행해야 이루어질 수 있는가를 물은 것이다. 그런데 부처님은 이 같은 보적의 물음에 대해 먼저 보살이 불국토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중생의 국토를 취해야한다고 답한다. 부처의 세계가 다른 곳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온갖 괴로움과 더러움이 가득 차 있는 중생의 세계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불국토는 청정과 복락으로 이루어진 세계이다. 우리가 사는 중생계와는 전혀 상반되는 세계로 중생계를 떠나야 만이 도달할 수 있는 곳이다. 예를 들어 아미타불이 세우신 극락정토는 우리가 사는 중생계 속에 있지 않고 서쪽으로 십만억 국토를 지나 존재한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이 극락을 죽어서가는 또 다른 세상으로 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 ‘유마경’에서는 진정한 부처님의 나라는 이곳을 떠난 다른 세상에 있지 않다고 가르친다. 중생계와 불국토가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중생계가 곧 불국토라는 것이다. 여기에 ‘유마경’의 핵심 사상인 불이법(不二法)이 적용되고 있다. 불이법이란 앞서 밝혔듯 ‘상대를 떠난 가르침’ ‘대립이 사라진 가르침’을 의미한다. 둘로 갈라져 서로 대립하고 있는 가치들을 종식시켜 이것이 바로 그것임을 깨닫게 하는 가르침이 불이법이다. ‘유마경’은 초입부터 이와 같은 불이법문을 중생계와 불국토에 적용하여 그들의 관계가 어떠한지를 밝히고 있다.

불국토는 본문 내용대로 세 가지에 의해 성취 가능하다. 첫째는 중생의 국토에서 불국토가 완성되고, 둘째는 교화받을 중생을 따라 불국토가 완성 되며, 셋째는 마음을 맑혀야만 불국토가 완성된다. 이 셋은 보살이 불국토를 이루는 데 있어서 반드시 행해야 할 필수 조건이다.

중생의 국토가 불국토라면 보살은 이 세상을 고통이나 더러움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이 세상은 본래 고통과 더러움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기쁨과 깨끗함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불국토는 자기 혼자만의 해탈과 성불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중생들을 교화하는 행위로부터 불국토의 완성이 가능하다. 중생의 교화가 없는 해탈과 성불은 불국토의 길이 아니다.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은 보살이 불국토를 성취하려면 마음을 청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이 청정하지 않고서는 중생의 국토가 곧 부처의 국토임을 알 수 없고, 중생들을 교화할 수도 없다. 마치 사람이 눈이 어두우면 밝은 세상을 볼 수 없고 남들도 올바르게 길을 인도할 수 없는 것처럼 마음을 깨끗이 하지 않고서는 불국토를 이루지 못한다.

이제열 불교경전연구원장 yoomalee@hanmail.net
 

[1383호 / 2017년 3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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