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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최남선의 ‘우리의 운동장’

기자명 신현득

천재라 불리는 18세 최남선이
어린이 독자 위해 쓴 정형동시

우리의 지식인들이 잘못 생각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육당(六堂) 최남선(1890~1957)과 소파(小波) 방정환(1899~1931)의 이력에서 상당 부분을 바꾸어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부분 시 7·5조 운율일 때
‘우리의 운동장’은 6·5조
대한 소년들이 아시아·태평양
널리 진출해 주인 되라는 외침

오늘에 와서 아동문학 연구가들이 이러한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애쓰지만 이미 국민적 관념이 돼버린 이 오류는 쉬 바로잡히지 않는다.

원인 제공자는 초등학교 교과서다. 육당의 공적을 다른 사람의 것으로 기록해 놓았기 때문이다. 몇 가지만 살펴보면 이렇다. 우리 한국에서 현대 아동문학을 시작한 사람은 육당 최남선이다. 육당은 아동잡지 4종을 발간했다. 그것은 ‘소년’ ‘붉은 져고리’ ‘아이들 보이’ ‘새별’이다. 육당은 1908년 ‘소년’ 창간호 70쪽에서 ‘어린이’란 말을 썼는데 방정환의 1923년보다 15년이 앞선다. ‘어린이’는 만든 말이 아니며, 옛적부터 ‘어리석은 이’란 말로 쓰이다가 조선 후기부터 ‘나이가 적은 이’로 의미가 바뀐 것이다. 

육당이 1913년에 어린이 잡지 ‘붉은 져고리’를 창간하면서 ‘우리 온 셰샹 붉은 져고리 입 이들의 동무가 될 양으로 겻다’라는 창간사를 곁들였는데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기 시작한 시초이다. 이후 육당의 손으로 만든 어린이잡지 3종의 문장을 모두 경어체로 통일했다. 육당의 입장에서 우리의 잘못된 관념을 보면, 소리를 치고 싶을 것이다.

육당이 어린이 독자에게 내놓은 시 한 편을 살펴보자.

우리로 하여금 풋볼도 차고/ 우리로 하여금 경주도 하여/ 생하여 나오는 날쌘 기운을/ 내뿜게 하여라, 펴게 하여라!/ 아직도 제 주인 만나지 못한/ 태동(泰東)의 저대륙 넓은 벌판에/ 우리로/ 우리로/ 우…리…로!

우리로 하여금 헤엄도 하고/ 우리로 하여금 노젓기도 하여/ 서방님 손발과 도령님 몸을/ 그을게 하여라, 굳세게 하여라!/ 우리의 운동장 되기 바라는/ 태평의 저 대양(大洋) 크나큰 물에/ 우리로/ 우리로/ 우…리…로!

뚫어진 짚신에 발감개 하고/ 시베리아 찬바람 거스르면서/ 다름질 할 이가 그 누구인가?/ 나막신 같은 배 좌우로 저어/ 볕발이 쏟아지는 적도 아래서/ 배싸움 할 이가 그 누구인가?/ 우리오 /우리오 / 우…리…오!

-최남선 ‘우리의 운동장’, ‘소년’ 제2권(1908.12월) 1쪽 앞-

당시의 문장이 오늘과는 달라서 원문에서 몇 개 낱말을 바꾸고, 맞춤법을 오늘의 것으로 바로잡았다. 육당  최남선은 어린이 독자를 위해서 창가(唱歌)라는 정형동시를 많이 창작했다 그 대부분이 7·5조의 율조를 지니고 있었지만, 이 정형동시만은 6·5조의 율격을 지니고 있다.

이 시를 썼던 1908년, 육당은 만18세였다. 천재로 불리던 그는 이 해에 67련으로 된 창가시집 ‘경부텰도노래(京釜鐵道歌)’를 출간하고, ‘소년’지를 창간하면서 ‘우리 대한으로 하여금 소년의 나라로 하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다. 국가 정책을 소년 위주로 하여, 소년을 기르고 가르치라는 주장이었던 것이다.

이 시 ‘우리의 운동장’은 육당의 정형동시 중에서도 작품성이 뛰어난 성공작이다. 육당 자신도 이 시작품이 우수하다고 자신했기 때문에 1쪽 앞 광고난에 내놓아 이러한 대작이 있음을 독자에게 알린 다음, 33쪽과 34쪽에 작품을 다시 게재하였다.

“대한 소년들아 공도 차고, 달리기도 하고, 헤엄도 치고, 노젓기도 해서 힘을 길러라! 아시아(태동)대륙, 시베리아, 태평양이 아직도 제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대한 소년 너희들이 가서 그 주인이 되어라!” 하는 외침을 담고 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 @hanmail.net
 

[1383호 / 2017년 3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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