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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구 부장판사

부산지법원장 고별강연 화제
첨단기기 등 적극 활용 권장
독서, 명상, 108배 등 강조

요즘 부쩍 법조인들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며 특검, 변호인단, 재판관들의 존재감이 부각됐기 때문일 것이다. 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겸 법원도서관장도 주목받는 법조인 중 한 사람이다. 하지만 강 판사의 경우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인 사건과 무관한 강연 내용에서 비롯됐다.

강 판사가 지난 1월 부산지법원장을 떠나면서 강연한 ‘혁신의 길목에 선 우리의 자세’(https://www.youtube.com/watch?v=N3JYzb_pCr8)라는 제목의 고별강연이 유튜브에서 조회 수 95만 건을 넘어섰다. 여러 언론에서도 이를 다뤘으며, 스님과 재가불자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강연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떻게 해야 디지털 문맹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쉽게 설명한 내용이다. 법조계의 ‘IT전도사’라로 불리는 강 판사는 한국의 사법정보화 수준을 세계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린 주역이다. 그는 이 강연에서 인공지능과 로봇기술로 대변되는 기술혁신의 시기에 그것을 적극 활용해 창의적인 일에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특히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최첨단 기계를 소개하는가 하면 스마트폰의 혁신적인 앱인 에버노트, 오피스렌즈, 구글포토, 네이버 파파고 등을 활용하면 적은 노력으로 엄청난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역설했다.

이런 강 판사가 ‘IT전도사’이기에 앞서 유명한 108배 신봉자라는 점은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강연에서도 108배와 명상이 언급됐듯 그는 오랫동안 108배를 해왔으며, 그의 영향으로 108배를 시작한 이들도 적지 않다. 그가 108배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01년 12월, 심한 성인병을 앓으면서부터다. 당시 그는 대구지법 부장판사로 재직하며 2년여 동안 민사합의 1400여건을 처리하는 등 무리하면서 건강히 급격히 나빠졌다. 입원 무렵 혈당수치가 400을 오르내려 당장 혈당강하제를 투여해야 했다. 이때 부인의 권유로 강 판사는 병원에서 죽기 살기로 108배를 시작했고, 불과 1주일 만에 퇴원할 수 있었다.

20일 만에 정상 혈당을 되찾은 그는 곧바로 자신의 투병 경험을 토대로 ‘오체투지 수련에 관한 경험적 연구’라는 논문까지 발표해 큰 관심을 모았다. 이후 그는 매일 아침마다 예불문, 발원문, 반야심경 등 독경소리에 맞춰 108배로 일과를 시작했고, 낮에도 컨디션이 좋지 않다 싶으면 사무실에서 방석을 깔고 108배를 했다. 당시 그의 열정적인 권유로 108배를 시작한 법조인들도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 이재형 국장

 

첨단 기기는 물론 인문·자연과학에도 해박한 그는 창원지법과 부산지법의 법정, 조정실, 복도 곳곳에 예술작품을 설치하는 등 삭막한 법정을 치유의 공간으로 만들려 애썼다. 채무관계를 놓고 옥신각신하다 주먹다짐까지 벌인 두 여성에게 “재판을 받는 대신 조용한 찻집에 가서 대화를 나누며 상대 입장을 충분히 들어볼 것”을 주문해 두 사람이 화해하고 정식재판을 철회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런 그가 디지털시대에 경쟁력을 키우는 요체로 강조하는 것이 ‘생각근육’이다. 생각근육은 폭넓은 독서, 명상, 사색 등을 통해 가능하며, 그럴 때 ‘편견’과 ‘선입견’이라는 두 마리의 개를 물리칠 수 있다고 말한다. ‘법구경’에는 “나태하지 않고, 잘 깨어있는 지혜로운 자는 준마가 둔마를 제치듯 나아간다”고 했다. 탐구심, 호기심,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가 앞으로도 ‘지혜로운 준마’로서 우리 사회의 목탁이 되어주길 바란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384호 / 2017년 3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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