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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왕지원 작가

기자명 김최은영

예술로 삶을 묻다

▲ ‘Kwanon’, 40(h)×40(w)×28(d)cm.

왜 기계일까? 보이는 것은 성스러운 대상으로 다뤘음에 틀림없는 불상이다. 그러나 동시에 사이보그임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기계적 장치가 눈에 들어온다. 붓다의 예민한 미소와 차가운 사이보그의 촉감이 하나의 형상에 담겼다. 이 흔치 않은 경험은 중앙대와 동대학원에서 아카데믹한 조각을 전공한 왕지원 작가의 작품들이다. 게다가 붓다의 얼굴을 한 사이보그들은 화려한 기계적 장치인 나사와 볼트 등의 골조를 굳이 숨기지 않고 화려하게 움직인다. 마치 생(生)을 꿈꾸는 사이보그처럼, 활(活)하고 싶은 예술가의 창작 욕구처럼.

붓다를 꿈꾸는 인간의 바람
사이보그 통해 시각적 추구

보이는 결과물의 시각예술은 아이러니하게도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과 풍경과 꽃병을 그리기도 하지만 현대미술에선 진리와 영원과 가치를 추구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존재한다. 왕지원의 작품은 전자처럼 ‘붓다(인물)’처럼 보이지만 ‘절대 가치’와 같은 후자에 귀결되는 작품성을 내재한다.

왕지원의 붓다의 형상 도입은 굳이 정답을 얻기 위해서만 창작행위에 천착되지 않는다. 그는 ‘나는 누구인가’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등의 형이상학적인 것들에 대해 철학자처럼 생각만 파고들기 보단, 그저 매일 홀로 생각을 정리하고, 매일 형상을 위한 육체적 노동을 실천한다. 초기 경전에서 붓다는 ‘이 세상은 끝이 있는가 없는가, 시간은 유한한가 무한한가, 내세는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등에는 답변을 보류한 채, 모든 것을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하며 매일의 실천을 강조했다. 붓다가 깨친 진리는 형이상학의 차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존재하는 구체적 양식, 즉 연기(緣起)로 설명된다.

왕지원 시각예술의 시작은, 아니 끝은 거기였을 것이다. 그리고 젊은 왕지원의 시각은 현대성, 컨템포러리 아트(Contempory Art), 즉 동시대에 닿아 있다. 알파고 이전부터 기계는 사람을 대신한 일을 하거나, 사람의 신체의 일부를 대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기계들(사이보그)은 결국 사람을 꿈꾸었고, 사람은 다시 붓다를 꿈꾼다. 왕지원의 예술적 상상은 또 다시 여기서 시작 혹은 끝을 보여준다.

▲ ‘Pensive’, 74(h)×30(w)×40(d)cm.

왕지원의 로봇붓다는 무엇이고 시작이고, 과정이고 끝이 아니다. 전혀 다른 이질적인 것들이 시각예술가의 머릿속에서 상상으로 구성되고 현실로 표현된다. 사이보그-인간-붓다-인간-사이보그. 이 절묘한 철학적 사유와 현대적 매체의 결과는 시각예술이라는 차원으로 펼쳐진다. 

현대시각예술가들은 수많은 선배 예술가들의 그늘에서 벗어나 늘 새롭고자 한다. 때문에 맥락 없는 소재와 재료, 가치와 개념이 덜컥거리며 자극적 시지각(視知覺)에서 부유하곤 한다. 이 부분에서 왕지원의 작품은 더욱 돋보인다. 붓다의 얼굴인 이유는 작가의 고민과 평소 철학과 종교철학이 맞닿아 있음에 있고, 그가 추구하는 예술이 결국은 창작자 본인의 내적 자기 성찰과 수행에 있기에 작가의 정신과 예술의 궤적이 닿아 있다. 게다가 2017년 현재, 즉 동시대 시각으로 구현된 사이보그와 키네틱(Kinetic Art:움직이는 예술)은 오래된 사상에 낡지 않은 언어를 입혔다. 오래되어야 아름다운 것들을 시각예술로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미술평론가 김최은영 culture.solution@gmail.com
 

[1384호 / 2017년 3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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