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가섭, 손가락을 삼키다
마하가섭, 손가락을 삼키다
  • 이재형 국장
  • 승인 2017.03.27 13: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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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조건 기댄 행복은 불완전
발우 속 한센병환자 손가락 삼킨
마하가섭이 참으로 위대한 존재

3월20일 서울 중앙지법에서는 2700억원 대 경영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롯데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첫 형사재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는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비롯해 신씨 일가 5명이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이 가운데는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8)씨도 포함돼 있었다. 서씨는 그의 딸(34)과 함께 롯데 측에서 ‘공짜 급여’ 508억원을 받은 혐의와 롯데시네마 영화관 매점 운영권을 헐값에 넘겨받아 770억원을 벌어들인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날 법정에서는 볼썽사나운 모습들이 잇따라 연출됐다. 뒤늦게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 신 총괄회장은 재판부를 향해 “니 누고” “와 이라노”라고 횡설수설하고, 일본어로 고성을 지르다가 결국 20여분 만에 퇴정했다. 신 총괄회장이 나가자 이번에는 가족 간의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신 총괄회장측은 그룹에게,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동생인 신동빈 회장에게, 신 회장은 부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재벌가의 민낯을 보여줬다는 얘기들이 무성하다. 어쩌면 그들은 돈에 탐착해 이미 아수라와 아귀의 세계에 발을 내디뎠는지도 모를 일이다.

돈과 권력에 기댄 즐거움은 가변적이다. 외부 조건에 따라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고 행과 불행을 오고가기 때문이다. 기원 전 성립한 문헌인 ‘테라가타’에 나타나는 마하가섭 존자의 일화는 외부 조건에 흔들림 없이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음을 극명히 보여준다. 부처님의 상수제자인 마하가섭이 수행처소에서 내려와 마을에서 탁발을 할 때였다. 마하가섭은 한센병환자가 음식을 먹는 것을 보고 그에게 다가가 공손히 발우를 내밀었다. 깜짝 놀란 한센병환자는 머뭇거렸다. 멸시와 냉대 속에 살아가는 자신이 무엇을 나눌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존경받는 수행자가 음식을 요청해왔으며, 그것이 자신에게 보시의 공덕을 쌓게 하려는 자비심임을 알았다.

한센병환자는 자신의 밥그릇에서 음식을 꺼내 조심스레 발우에 담았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때 한센병환자의 손가락이 툭하니 발우에 떨어졌다. 그러나 마하가섭의 얼굴에서는 조금의 변화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마하가섭은 담장 아래 앉아 발우에 담긴 음식을 먹으며 게송을 읊었다.

“담벼락 아래에서 나는 그가 준 음식을 먹었는데 먹으면서나 먹고 나서도 내게는 혐오스런 마음이 일어나지 않았다.”

▲ 이재형 국장

 

 

싫고 괴로운 것을 참는 인욕의 단계가 아니다. 더럽고 추하다는 분별을 넘어선 경지에 이른 것이다. 이런 마하가섭이기에 부처님 열반 후 500명의 아라한을 모아 제1결집을 실행함으로써 부처님의 가르침이 후대에 전해질 수 있도록 하는 막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인간의 위대함은 권력자나 재벌들보다 오히려 한센병환자의 손가락을 삼킨 마하가섭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마하가섭은 다시 이렇게 노래했다. 그리고 그가 남긴 게송은 시비와 분별을 떠난 불교인들의 이상이기도 하다.

“탁발에서 돌아와 바위산에 올라 불타는 자들 가운데 불이 꺼진 채 집착 없이 선정에 든다. 나는 우월하다든가 우월하지 않다든가, 나는 열등하다든가 열등하지 않다든가, 어떤 자만의 형태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385호 / 2017년 3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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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123 2017-03-29 21:02:49
수고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