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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현정(破邪顯正)

세월호 인양은 진실의 인양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다 속에 잠긴지 1072일 만의 일이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지 5시간 만에 세월호 인양을 결정했다. 그리고 3월22일 인양작업을 시작한지 하루도 되지 않아 세월호는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게 쉬운 일이 3년이나 걸렸다. 세월호를 인양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무엇보다 진실이 그곳에 있다. 그리고 배 안에는 부모품에 안기지 못한 아이들을 포함, 9명의 사람이 있다.

지난 2015년 4월, 세월호 1주기를 맞아 미수습자 가족 대표 다윤이 아빠를 인터뷰했다.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그를 만났지만 질문은 3개를 넘기지 못했다. “딸의 뼈라도 찾아 껴안고 싶다”는 말에 가슴이 시큰거려 목 놓아 울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지난 3년은 야만이 판을 쳤다. 위급한 상황에서 사태해결의 최종 책임자였던 대통령의 7시간이 베일에 싸여있다. 아이들을 구할 수 있는 가장 급박했던 시간에 대통령이 어디에 있었는지, 무얼 했는지 국민들은 알지 못한다. 배가 침몰한 뒤 한참 뒤에 나타나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렇게 구하기 힘드냐”는 대통령의 황당한 발언은 지금도 분노를 자아낸다.

그러나 대통령은 유족들을 탄압하고 조롱하는 데는 바지런을 떨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끊임없이 방해했고 제대로 조사가 안돼 연장을 요구하자 돈이 많이 든다며 기다린 듯 거부해버렸다. 그러면서 틈틈이 유족들을 좌파로 매도하고 불온세력으로 낙인찍었다. 단식투쟁하는 유족들 앞에서 폭식투쟁을 벌이는 극우단체들의 야만적인 행위를 사주했다. 무도한 정부의 극치를 보여준 사례로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를 보며 파사현정(破邪顯正)이 떠올랐다.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부수고 바름을 드러낸다”는 가르침이다.

세월호선체 조사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곧 조사위원회가 꾸려질 것이다. 가렸던 거짓의 장막을 걷어내고 반드시 진실이 드러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이 빠짐없이 세월호를 떠나 부모의 품에 안기는 장면을 눈물로 지켜봤으면 좋겠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85호 / 2017년 3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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