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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선 동련 사무국장-하

어린이와 함께하는 지금이 가장 행복

 
1993년 대한불교어린이지도자연합회(이하 대불어) 산하 어린이불교교육연구소 직원으로 불교활동가 길에 들어섰다. 그러나 한 스님의 요청을 받아 대전의 어린이집에서 파견근무를 하고, 다시 부산으로 내려와 도반 이동원 거사와 결혼해 첫 아이를 낳으면서 잠시 활동가의 삶을 접었다. 이후 대불어의 제안으로 사무국장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서 어린이 포교를 위한 실무자 역할을 지속했다. 찬불동요대회를 만들고, 불교학교를 개최하고,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등 천진불들을 위한 이벤트의 연속이었다. 대불어 주요 사업인 전국어린이지도자연수회가 열리는 하루 전까지 물품을 트럭에 실어 보내고, 행사 당일 둘째 아이를 출산했을 정도니 얼마나 몰입을 했는지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대불어 사무국장 복귀해
“어린이포교 매진” 발원

그러나 사무국의 예산은 넉넉하지 못했다. 재정 이야기가 나오면 근심만 늘었고, 둘째 출산을 계기로 일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부산의 불자 여교사로 구성된 반야회에서 연락이 왔다. 어린이법회 지도자를 양성하는 대한불교교사대학이 너무 힘들다는 소식이었다. 교사대학을 살리자는 취지에 공감은 했지만 실무자가 감당해야 하는 재정의 어려움과 포교라는 무게감을 다시 짊어질 자신이 없었다. 두 번에 걸쳐 집으로 찾아온 선생님들의 설득으로 한 달 동안 비밀리에 예비업무를 해 보기로 했다.

한 달이 지난 후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해 대한불교교사대학을 반석 위에 올려놓는 데 매진했다. 늦은 밤 귀가하는 나를 위해 남편은 전적으로 육아를 도왔다. 교사대학 실무자로 3년을 매진한 후 후배들에게 업무를 맡긴 뒤 이번에는 어린이집을 개원했다. 포부는 컸지만 사회와의 만남은 결코 쉽지 않았다. 온갖 고생을 다 했다는 표현밖에 할 말이 없다. 딱 5년 세상을 공부한 뒤 미련 없이 정리했다. 불교라는 화합과 자비의 종교가 어린이뿐 아니라 가족을 바꾸는 힘이 된다는 절실함으로 다시 대불어 사무국장 자리로 돌아왔다. 마침 대불어는 사단법인 동련으로 전환이 되는 시기였고 사무국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이 시기에는 동국대 경주캠퍼스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전공도 병행했다. 많은 사람들이 왜 유아교육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결코 복지와 어린이 포교가 다른 길이 아니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것은 최 국장의 트레이드 마크다.

부산 당리동 관음사에서 해체 위기에 놓인 어린이법회를 맡게 되었다. 관음사는 한 때 부산에서 어린이법회가 가장 활발했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포교가 절실했다. 어린이들이 좋아할 프로그램을 추가하고 뜻이 있는 어린이를 모아 단이슬어린이합창단을 결성했다. 마침 관음사합창단 지휘자 선생님도 재능기부에 나섰다. 6개월이 지나자 자모회원들이 솔선수범하며 간식을 준비했고, 청소년들도 봉사자로 나서면서 어린이법회는 불과 1년 만에 도량에서 가장 열정적인 법회로 변모했다. 나 역시 매주 일요일 만나는 천진불의 미소 덕분에 동련 업무에 대한 자신감도 회복했다. 어린이 포교 위기시대라고 넋두리하는 이에게 ‘위기는 기회’라며 어깨를 다독여줄 희망도 충전했다.

어느 덧 올해로 내 나이 50세가 됐다. 누군가는 “그 나이에 아직도 어린이법회를 하느냐?”고 반문한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어린이들과 함께 있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385호 / 2017년 3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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