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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수원 조원동 용화정사

지역 목소리 담긴 실천으로 희망도량 되다

 
수원 장안구 조원동 영산공원 일원은 나지막한 언덕길 따라 다세대주택들이 옹기종기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전형적인 주거지역이다. 더욱이 주변에는 경기도교육청과 수원교육지원청을 비롯해 경기도립중앙도서관, 수원교육지원청, 영화초, 조원초, 수원농생명과학고 등 교육기관들로 둘러싸여 더욱 한적하게 다가온다.

일반주택 개조해 포교당 개원
캠페인 전개하며 지역에 각인
어르신 쉼터 자처하며 자비행
지역 학생들 위한 장학활동도

용화정사(주지 성관 스님)는 이곳 영산공원 북쪽 끝자락 다세대주택 사이에 있다. 일반주택을 개조해 만든 도심포교당인 까닭에 간판마저 없었다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그러나 푸른 기와를 얹은 나무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비로소 이곳이 부처님 법 전하는 도량임을 실감하게 된다. 넓지 않은 마당에는 키 작은 석탑과 앙증맞은 석조 보살상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주택의 1층은 지장보살님을 모신 지장전이, 2층은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대웅전으로 조성돼 있다. 도량은 24시간 열린공간으로 염불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오가며 들려 기도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이유다.

용화정사는 30여년 전인 1990년 문을 열었다. 용인의 한 산사에서 수행과 신행지도에 전념하던 성관 스님이 대중포교의 원력을 세우고 이곳에 터를 잡았다. 지금이야 소박한 도량이지만 개산 당시만 해도 도심포교당으로는 작지 않은 규모였다. 더욱이 30여년 전 조원동은 지금보다 훨씬 단출하고 조용한 동네였다. 그럼에도 용화정사에는 늘 사람들로 북적였다. 법회가 열리는 날이면 1층과 2층 법당은 물론 마당까지 신도들로 가득했다. 대부분 용인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불자들이었다. 만족하고 안주해도 사찰을 꾸려가기엔 지장이 없었다. 그렇지만 성관 스님의 생각은 달랐다. 산사를 떠나 도심으로 내려온 것은 더 많은 이들에게 부처님의 법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용화정사 개산 당시의 발심을 되새기며 각오를 새롭게 했다.

 
신도들과 거리로 나섰다. ‘기본을 지키고 살자’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종교를 떠나 기본을 지키는 삶이 곧 모든 성인의 가르침임을 강조하며 시민들의 동참을 독려했다. 한편으로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조원동은 포장도로보다 흙길이 많은 가난한 동네였다. 아이들은 학교로, 젊은이들은 직장으로 떠나버리면 어르신들은 홀로 남겨졌다. 변변한 복지시설조차 없었던 때 용화정사는 어르신들의 쉼터를 자처했다. 점심공양과 간식거리를 챙겨드리고 말벗이 돼 주었다. 계절마다 경로잔치를 열었고 버스를 대절해 관광도 보내드렸다. 용화정사는 그렇게 조원동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결혼이벤트를 시작한 것도 조원동 사람들에게 다가서기 위해서다. 형편이 어려워 예식을 올리지 못한 이웃이 많다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두었던 성관 스님이 신도회에 제안해 이뤄지게 됐다. 십시일반 동참과 재능기부로 결혼식에 필요한 장소, 드레스, 부케 등이 마련됐다. 소식을 접한 구청과 기업, 지역주민들의 동참이 이어지면서 축의금은 물론 신혼여행까지 선물했다.

▲ 용화정사는 지역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꼭 필요한 곳에 나눔을 실천하며 조원동 사람들의 ‘우리절’로 자리매김해 왔다.

최근에는 지역 학생들을 위한 장학활동을 시작했다. 2014~2015년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진행한 인성교육이 계기가 됐다. 수차례 고사했다. 그러나 성관 스님과 용화정사의 활동을 눈여겨본 교장선생님의 진심 어린 간청에 결국 학교를 방문하게 됐고, 그곳에서 어려운 환경에도 학업을 이어가는 학생들을 만나게 됐다. 그리고 그들에게 희망의 등불을 밝혀주기 위해 익명으로 장학활동을 시작했다. 개산 당시 시작한 경찰공무원을 위한 법회지원과 교도소 교정교화활동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올해 용화정사는 새로운 출발을 준비 중이다. 지역 재개발사업으로 인해 연내 이곳을 떠나야 한다. 그러나 멀리 가지는 않을 생각이다. 30여년 전 산문을 열 당시 그 마음 그대로 용화정사는 조원동 사람들의 도반이자 이웃 되기를 서원하기 때문이다.

 


“이젠 장애인복지 서원 꽃 피워야죠”

용화정사 회주 성관 스님

 
“용화정사는 조원동과 함께 성장한 도량입니다. 성장의 기반이 되어준 지역사회를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본래 내 것이란 없습니다. 내 것이 아니기에 꼭 필요한 곳에 나눌 수 있고, 나눔을 받는 상대도 전하는 나도 모두가 행복합니다.”

용화정사 회주 성관<사진> 스님은 웃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실천하는 도량에서 당연히 해야 할 불사로 치켜세울 일이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사찰의 재정이 넉넉지 못해 더 많은 기회를 가지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다.

성관 스님은 “장애를 가진 내가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있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도 나눔을 실천하는데 주저하지 않은 용화정사 불자님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행복의 길에 동참해 준 모든 인연들에게 이 자리를 통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올해 도량을 이전하면 그동안 가슴 속에 품어왔던 서원 하나를 실천할 계획이다. 바로 장애인복지다. 30여년 전 용화정사를 세울 때부터 장애인들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작업장을 발원했고, 실제 몇 차례 사업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최종 단계에서 문턱을 넘지 못했다.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라 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기반을 제공하는 게 더 의미 있는 일입니다. 또한 성서에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했는데, 부처님 법은 양손이 모두 몰라야 합니다. 지금껏 해온 일들을 계속 이어가면서 장애인복지 서원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정진하는 용화정사가 되도록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한편 성관 스님은 1968년 서울 청도사에서 법신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원융종 경기종무원장, 종회의장, 총무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8월 원융종 제4세 종정으로 추대됐다. 현재 수원 용화정사에 주석하며 수원중부경찰서 경승, 수원교도소 교정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수원=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385호 / 2017년 3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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