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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구제는 내세 아닌 현세 문제”

‘정토교와 기독교’ 서평회
두 종교 비교로 본질 탐구
“염불서 자력 개념 도출”

 
아미타부처님을 믿고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정토교와 유일신에 대한 믿음을 통해 하나님 나라로의 구원을 지향하는 기독교. ‘자각’의 종교 불교에서 기독교와 유사한 ‘믿음’을 강조하는 정토교의 탄생·전승은 다소 이례적이거나 독특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때문에 적지 않은 학자들에게 연구의 대상이 되어왔음은 물론, 정토교를 탄생시킨 일본의 불교학자들 역시 불교 속 정토교 혹은 기독교와 연계한 정토교의 정체성과 의미, 믿음의 본질을 탐구해왔다. 일본 나고야의 남산대학 종교문화연구소가 1989년 개최한 심포지엄 역시 이러한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된 자리였다.

당시 시가라키 다카마로, 야기 세이이치, 후지모토 기요히코, 모모세 후미아키, 테라가야 토시아키 등 당대의 일본학자들은 ‘신란에 있어서 구제의 성격’ ‘종교의 언어’ ‘호넨 정토교의 구제에 대하여’ ‘기독교에 있어서의 인간의 구원 이해’ ‘신란에게 있어서 구제의 의미’ 등을 발표하여 정토교와 기독교의 만남을 시도했고, 이를 통해 정토교의 본질에 대해 탐구했다. 최근 발간된 ‘정토교와 기독교’는 당시 심포지엄에서 발제와 토론 내용을 엮은 책으로 김호성 동국대 교수와 김승철 남산대학 종교문화연구소장이 공동으로 번역했다. 그리고 두 학자는 3월18일 서울 법련사 문화강당에서 서평회<사진>를 개최해 정토교와 기독교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쳐 관심을 모았다.

이날 김호성 교수는 ‘정토교와 기독교’의 번역과 서평회 개최 계기를 밝혔으며, 특히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정토교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김 교수는 “죽음과 삶을 함께 이야기하는 ‘사생문’과 오직 삶만을 이야기하는 ‘유생문’ 가운데 불교는 원론적으로 ‘사생문’이어야 맞지만 비판적으로 바라보면 대부분의 불교가 ‘유생문’으로 판단된다”면서 “반면 정토교에선 죽음 뒤에 아미타부처님을 만나 서쪽으로 가기 위하여 삶 속에서 늘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이런 이유로 정토교는 결국 죽음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는 ‘삶에 대한 자각’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강조한 것처럼 당시 심포지엄에서 학자들은 내생에서의 구제가 핵심이라고 알려진 정토교를 말하면서도 ‘현세’와 ‘자력’에 대한 이야기에 논의의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정토교 구제의 핵심에 대한 관점을 ‘내세’에서 ‘현세’로 ‘타력’에서 ‘자력’으로 옮긴 것이다. 김 교수는 “신란 스님은 ‘나무아미타불’ 염불의 공덕 가운데 하나로 ‘자비행’을 꼽았는데, 이는 염불을 하여 홀로 극락으로 가자는 게 아니라는 것”이라며 “극락만을 염두에 둔다면 오직 염불하는 사람과 아미타부처님만 있지만, 자비를 실천하게 된다면 내 옆의 사람들까지 포섭하게 되어 현세, 그리고 자력의 개념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토교와 기독교’를 서평한 안경식 부산대 교수 역시 정토교를 새롭게 해석하려 했던 일본학자들의 고민에 주목했다. 안 교수는 “‘신란 스님에게 구제는 스스로의 신심에서 참된 주체를 확립하는 것에 기반을 두어 현실의 삶을 제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던 시가라키 다카마로 선생의 지적에 동의한다”며 “신란 스님의 구제는 극락왕생에 핵심이 있는 게 아니고, 설령 극락왕생이 맞다 하더라도 피안으로의 왕생이 아니라 차안으로의 왕생에 초점이 있다는 게 당시 일본학자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토교에 대한 일본학자들의 재해석은 오늘날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안 교수는 “신란 스님은 구제가 내세에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을 말하려 했던 것”이라며 “그렇다면 구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에 한정될 수 없으며 의미가 대사회적 영역으로 확대된다. 정토교 구제의 사회성에 대한 심포지엄을 차후 개최한다면 보다 활발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이찬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는 기독교를 관통한 불교적 세계관 확보, 불교를 관통한 기독교적 세계관 확보를 통해 양 종교 간 다양성을 살리는 통일성·보편성 확보를 주문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85호 / 2017년 3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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