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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행복의 3대 요소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 네트워크(SDSN)가 2016년 3월에 발표한 ‘세계 행복보고서 2016’에 따르면 덴마크가 행복지수 1위를 차지했다. 팅가르 스벤센 교수의 저서 ‘신뢰(Tillid)’에 따르면 덴마크는 국민 78%가 다른 사람을 믿는다고 응답했다. 정부와 기관을 믿는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더 높아서 84%에 이른다. 프랑스에서 다른 사람을 믿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22%,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5%였다.

정부와 기관, 다른 사람을 믿지 않는 우리 사회의 갈등은 매우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국민대통합위원회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사회가 ‘분노의 사회’를 넘어 ‘원한의 사회’로 가고 있다고 단정했다. “불안을 넘어선 강박, 격차를 넘어선 단절, 불신을 넘어선 반감, 갈등을 넘어선 단죄”가 우리 사회의 모습이라고 규정했다. 우리의 경제력 규모는 세계 11위 수준이지만 우리 사회의 신뢰·규범·네트워크 등 사회적 자본은 크게 부족하다.

덴마크에서는 가게나 식당 밖에 세워둔 유모차 안에서 자고 있는 아기를 쉽게 볼 수 있다. 엄마가 가게에 왔는데 아기가 유모차에서 잠이 들었다면 깨우지 않고 유모차와 함께 가게 밖에 두고 들어간다. 외국인들은 깜짝 놀라며 ‘무책임하게 아기를 방치했다’고 생각하지만 덴마크 사람들은 모두가 아기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뉴욕에서 덴마크 출신 엄마가 잠든 아기를 유모차에 둔 채 가게에 들어갔다가 체포된 일이 있었다.

덴마크 사회의 둘째 가치는 자유. 행복은 스스로 행동을 결정하는 자유에서 시작된다. 덴마크에서는 젊은 사람들 60%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덴마크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주된 이유는 교육 시스템에 있다. 덴마크 교육철학의 핵심은 ‘즐겁게’와 함께 ‘자유롭게’에 있다.

“국어, 수학, 생물 같은 기본과목을 가르치되 교육 방법이나 수업 일정 등은 자유롭게 진행하죠. 시험도 보지 않고 음악이든 미술이든 체육이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게 합니다. 학생 개개인의 장점을 살려주려고 노력하죠.”

어떤 여성은 21세 된 아들이 드디어 하고 싶은 것을 찾았다며 기뻐했다. 아들은 ‘청소부’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아이가 청소부가 되겠다는데 기뻐할 부모가 있을까. 모든 직업은 사회적인 역할과 책임에서 똑같이 중요하다. 덴마크 사람들은 청소부나 의사나 변호사나 사회적 역할이 평등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이 존중받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덴마크 사회의 셋째 가치는 공동체의식. 공동체의식은 자신의 가치를 깨닫게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경제성장률만으로 사회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이유로 2011년부터 매년 5월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를 발표하고 있다. 이 지수엔 공동체 지수를 비롯해 △삶과 일의 균형 △안전 △양극화 지수 등 여러 지표가 포함돼 있다. 2015년 5월 OECD가 발표한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 가운데 ‘공동체 지수’를 보면, 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가장 낮았다.

코펜하겐에 있는 ‘노마(NOMA)’가 영국의 미식잡지 ‘레스토랑’이 선정하는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에서 네 차례 1위를 차지했다. 노마는 매년 100만명이 예약해 세계에서 가장 예약하기 어려운 레스토랑으로도 꼽혔다. 노마가 2010년에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선정됐을 때 오너 셰프 르네 레드제피를 비롯해 종업원 모두 런던에서 개최되는 시상식에 참석했지만, 주방에서 접시를 닦는 알리만 비자 문제로 갈 수 없었다. 노마의 직원들은 알리 송코(62)의 사진을 인쇄한 티셔츠를 입고 시상식 무대에 올랐다. 최근 노마의 르네 레드제피는 페이스북을 통해, 2003년 개업할 때부터 14년간 함께 일해 온 접시닦이 알리가 레스토랑의 공동 소유자가 됐다고 발표했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는 접시닦이, 한국이었다면 알바나 비정규직 자리도 겨우 차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오진탁 한림대 철학과 교수 jtoh@hallym.ac.kr
 


[1385호 / 2017년 3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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