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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누화출처·일체근멸처·무피안수고처

기자명 김성순

입속에 붉은 구리물 들이붓고
뱃속에선 쇠개미가 물어뜯어

합지옥의 열 번째 별처지옥인 누화출처(淚火出處)지옥은 말 그대로 눈에서 눈물처럼 불이 나오는 고통을 당하는 곳이다. 살생, 도둑질, 삿된 행을 한 사람이 가게 되는 곳인데, 여기서 말하는 삿된 행은 비구니와 관련이 있다. 설령 파계한 비구니라 하더라도, 그 비구니를 범한 자는 죽은 뒤에 이 지옥에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남성들이 과보 주체로 설정
잘못된 성행위에 대한 처벌
경전 저술되던 시대상 반영
약자 입장서 지옥교의 편찬

죄인의 눈에서 떨어진 불눈물은 바로 큰 불이 되어 그 온몸을 불사르는데, 옥졸은 눈 속에 불을 계속 지피기 위해 죄인의 안와골을 빠갠 후 숯을 자꾸 집어넣는다. 이 고통을 다 겪고 나면 다시 쇠갈쿠리 등으로 죄인의 몸을 골고루 조각내고, 쇠집게로 그 항문을 찢은 후, 구멍 속으로 뜨거운 백납용액을 들이붓는다. 몸 안으로 들어간 뜨거운 납용액은 그대로 죄인의 몸속 장기를 태우고, 눈에서 흘러나오는 불눈물은 몸 바깥을 태우게 되는 것이다.

‘정법념처경’에서는 이러한 지옥의 고통상과 업인에 대한 설명을 게송 몇 구절로 축약하여 들려준다.

‘다른 사람이 지은 악업으로
고통을 받는 것이 아니다.
제업으로 스스로 과보 받는 것이니
중생들 모두가 그러한 것이다.’

다음 합지옥의 열한 번째 별처지옥인 일체근멸처(一切根滅處)는 모든 감관이 없어진다는 곳이다. 이 일체근멸처에 떨어지게 되는 ‘삿된 행’의 주체는 변태적인 성행위를 하는 남성이다. 특히 성(性)에 있어서는 어떤 형태로든 ‘정상적이지 않은 것’을 여법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불교의 시각이 이 지옥의 업인에서도 드러난다 하겠다. 무엇보다도 ‘정상적이지 않은 성(性)’은 상호 동의를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행해지기가 십상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상대방에게 모멸감과 고통을 안길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지옥의 죄인들은 생전에 자신들이 행했던 형태 그대로, 옥졸들에 의해 강제로 입 속에 불덩이와 붉은 구리물을 들이붓는 고통을 당하게 된다. 또한 그 죄인들의 뱃속에는 뜨거운 검은 벌레가 있어서 온 몸을 다 태우게 된다. 뜨거운 불로 된 쇠개미는 죄인의 감관을 관장하는 눈과 코, 귀, 혀와 온 몸을 물어뜯고, 베고, 가르다가 마침내 태워버린다. 죄인은 불로 타면서도 계속 살아 있어서 그 고통을 생생하게 겪어내야 한다.

전체적으로 지옥의 죄인들이 몸속에 지닌 불은 생전에 그가 늘 마음속에 품고 있던 욕망을 상징하는데, 합지옥과 그 별처지옥의 성격상, 그곳에서 겪어야 하는 온갖 고통에 불 혹은 뜨거운 벌레와 관계된 것이 많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음으로 합지옥의 열두 번째 별처지옥인 무피안수고처(無彼岸受苦處)는 말 그대로 위로와 구원을 주는 언덕[彼岸]도 없이 고통을 받게 되는 곳이다. 자신의 아내를 두고 다른 여인과 사통한 남자들이 바로 이 무피안수고처지옥에 떨어지게 된다고 한다. 이 지옥의 죄인들은 한량없는 시간 동안 칼로 베이고, 불에 태워지고, 뜨거운 재를 뒤집어쓰며, 온갖 병에 시달리면서 자신의 죄업을 다 갚을 때까지 고통을 받아야 한다. 설령 전생의 작은 선업이 익어서 인간으로 다시 나더라도 평생 빈궁하게 지내야 하고, 황량한 지역에 태어나 노예의 삶을 살게 된다고 한다. 이 합지옥에 대해 가장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정법념처경’에서는 아주 특별한 경우 외에는 주로 남성들이 악업과 과보의 주체로 설정되어 있어서 경전이 저술되던 당시 사회는 여성들이 수동적인 피해자일 수밖에 없었던 분위기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는 불교가 철저하게 약자의 입장에서 지옥 교의를 만들어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김성순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연구원 shui1@naver.com
 

[1385호 / 2017년 3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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