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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갓차파 자타카

거북이의 시기심이 부른 참사

▲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Borobudur) 근교 멘둣(Mendut)사원의 갓차파 자타카(Kacchapa Jātaka).

남방불교 자타카의 주인공은 전생의 부처님이다. 하지만 때때로 사리붓다와 목갈라나 같은 중요한 제자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인도로부터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았으며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 근교의 멘둣(Mendut) 사원에까지 남아있는 갓차파 자타카가 있다.

기러기 의지해 하늘 날다
과시욕으로 죽은 거북이
말조심 하라는 교훈 남겨

한때 사리풋타와 목갈라나가 친구인 고카리카(Kokālika)라는 스님의 절에서 석 달 동안 우기를 보내게 되었는데 자신들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마을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부탁한다. 고카리카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우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마을사람들에게 부처님의 상수제자가 자신의 절에 있다고 이야기를 해버린다. 고카리카는 사람들이 우기를 마치고 떠나가는 사리풋타와 목갈라나만 챙기고 자신에게 무심한 것에 화가 나게 된다. 그리고 상수제자가 다른 비구들을 거느리고 다시 방문했을 때 이들을 아주 차갑게 대해서 떠나게 만들었다. 결국 고카리카는 마을사람들의 버림을 받게 되자 부처님께 사리풋타와 목갈라나를 비난하게 된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고카리카가 사리풋타와 목갈라나를 비난한 것은 이번 한번만이 아니라며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한때 부처님께서 바라나시의 왕을 모시는 현인으로 태어났을 때 설산의 연못에 거북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거북이는 이 연못에서 2마리의 기러기를 만나게 되었고 이들은 아주 친한 친구가 되었다. 기러기들은 거북이에게 자신들의 고향마을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거북이가 너무 느려서 걸어서 갈 수 없었다. 그러자 기러기들은 나무막대기를 구해서 자신들이 양쪽 끝을 부리로 물고 거북이에게 중앙을 물게 해서 날아가기로 했다. 기러기들은 거북이에게 날아가는 동안 절대로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준 후 날아가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은 기러기 2마리가 거북이와 함께 날아가는 것을 보고 ‘기러기 두 마리가 거북이를 막대기에 매달고 날아가고 있다’며 놀라 소리쳤다. 하지만 이를 들은 거북이는 자신이 막대기에 매달린 것이 아니고 자신이 기러기들을 거느리고 날아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바라나시의 왕궁 위를 날아갈 때 거북이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고 결국 땅으로 떨어져 죽게 된다.

평소 말이 아주 많았던 왕이 하늘에서 떨어져 죽은 거북이를 보고 현인에게 이유를 묻자 다음과 같이 답한다. “이 거북이는 입을 열었기 때문에 죽었습니다. 자신이 막대기에 의지해서 날아가고 있었지만 끝까지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말이 많은 사람들의 운명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사람은 적절한 시간에 올바른 이야기만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거북이처럼 될 것입니다.”

왕은 이 이야기에 크게 뉘우치고 평생을 말조심하며 살았다고 한다. 이때 왕은 아난다이고 2마리의 기러기는 사리풋타와 목갈라나이며 거북이는 고카리카이고 현인은 부처님으로 과거가 현재와 연결된다.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많은 불자들은 이 기러기와 거북이 이야기를 통해 친구를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말고 함께 항상 말조심하며 살아야한다는 것을 마음 깊이 새기고 있다.

황순일 동국대 교수 sihwang@dgu.edu
 

[1385호 / 2017년 3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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