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1. 설령 한 물건이라고 해도 맞지 않는다

기자명 정운 스님

청정한 본래 마음엔 차별 없어

원문:본 부처는 진실로 한 물건도 없다. 허통(虛通)하고, 적정(寂靜)하여 분명하며, 묘하게 안락(安樂)할 뿐이다. 깊이 스스로 깨달아 들어가면 곧 바로 원만구족하여 다시는 모자람이 없다. 비록 삼아승지겁 동안 정진하고, 모든 지위를 밟아 수행정진해도 일념에 깨닫는다. 다만 원래 부처를 증득하는 것이요, 다시 그 어떤 일물(一物)도 보탤 필요가 없다. 깨달은 후에 보면, 오랜 세월 쌓아온 공용이 모두 꿈속의 망령된 일이다. 

중생이 곧 참 부처이므로
‘일물’조차도 필요치 않아
밖에 따로 얻을 것 없으니
오염시키지만 않으면 돼

그러므로 여래께서 말씀하셨다. “나의 아뇩보리는 실로 얻은 것이 없다. 만약 얻었다고 한다면, 연등불이 나에게 수기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또 말씀하셨다. “이 법은 평등해서 고하가 없는 것을 깨달음이라고 한다.” 곧 이 본원청정심이 중생과 제불, 세계의 산하, 유상(有相)ㆍ무상(無相)과 더불어 시방세계에 두루하며, 일체가 평등해서 타인이 나와 더불어 다르지도 않으며 차별되지 않는다.

해설:원문에서 “본 부처는 한 물건도 없고, 일물도 보탤 필요가 없다”는 부분을 보자. 인간의 마음이 청정한 참 부처이기 때문에 ‘일물’조차도 필요치 않은 것이다. 오직 평상의 일상생활 그대로 무사(無事)하게 사는 것을 말하며, 평상심으로 살고 있는 부처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조사선 선사들은 수행하였고, 선문답을 주고받았다. 이는 바로 조사선의 수행체계이기도 하다. 6조 혜능이 5조 홍인에게 깨달음의 인가를 받기 위한 게송에도 ‘일물’이 등장한다. “보리는 본래 나무가 없고, 밝은 거울 또한 대가 아니다. 본래 한 물건도 없거니 어느 곳에 티끌이 있으리오[菩提本無樹 明鏡亦非臺 本來無一物].” 3구에 일물이 등장한다. 또한 혜능의 제자인 남악 회양(677~ 744)이 혜능을 처음 만나서 인사를 할 때, 이 단어가 언급된다. 먼저 혜능이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숭산 혜안화상으로부터 왔습니다.”
“어떤 물건이 이렇게 왔는고?”
“설령 한 물건이라고 해도 맞지 않습니다.”
“다시 수행하고 증득할 것이 있는가?”
“수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다만 오염시켜서는 안됩니다.”

여기서 ‘오염’이란 인위적인 분별심이나 조작하고 취사선택하는 집착심, 밖에서 구하려는 어리석음을 말한다. ‘청정한 자성’을 본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회양은 단지 오염만 시키지 말라고 하였고, 혜능은 티끌조차 붙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러니 청정한 자성에 무슨 물건이 필요하겠는가?!

원문에서 “나의 아뇩보리는 실로 얻은 것이 없다”는 ‘금강경’의 구절과 같다. 22품에서 “조그마한 얻을 법조차도 없으므로 이를 최상의 깨달음이라고 한다[無有少法可得 是名阿耨多羅三藐三菩提]”라고 하였고, 이어서 23품에서 “이 법은 평등하여 높고 낮음이 없으니, 이것을 최상의 깨달음이라고 한다[是法平等 無有高下 是名阿耨多羅三藐三菩提]”라고 하였다.

어느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청정한 마음 바탕은 누구나 간직하고 있으며, 차별이 있을 수 없다. 한편 진리[法] 입장에서는 천민이든 왕족이든 누구에게나 평등하며, 차등이 없다. ‘열반경’에서는 ‘모든 중생이 성불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법상종(法相宗)에서는 일천제[극악무도하고, 구제불능인 중생]는 성불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열반경종요’에서 원효 대사는 ‘마음의 핵심인 아뢰야식에는 본래 부처가 될 요소인 무루종자(無漏種子)가 있기 때문에 일천제(一闡提)도 성불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또한 어느 누구나 성불할 종자를 가지고 있어 부처님 세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인데, ‘화쟁사상’의 한 측면이기도 하다.

원문에서 “본원청정심이 중생과 제불…일체가 평등해서 타인이 나와 더불어 다르지도 않으며, 차별되지 않는다”는 초목국토도 성불할 수 있다는 사상이다. 물론 무정물에 투영된 선자의 마음 표현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듯하다. 그래서 선사들은 모든 것이 참 진리 빛의 나툼으로 보며, ‘산하, 대지에 바로 우주의 진리가 깃들여 있다[山河大地現眞光]’고 하였고, ‘산하대지가 법신(法身)을 드러낸다.’는 오도송을 읊었다.

정운 스님 saribull@hanmail.net
 

[1385호 / 2017년 3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