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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기쁨에 뿌리내리기 위한 방법 : 대지에게서 배우기

기자명 재마 스님

기쁨 주변과 나눌 때 내 삶 윤기 있고 풍요

붓다께서는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생활에서 기쁨은 삶의 활력소라고 하셨습니다. 또 기쁨을 주변과 나누는 것이 우리 삶의 윤기와 풍요로움을 가져온다고 하셨습니다. 티베트 스승들은 우리 존재의 본래 모습이 청정하고 투명한 빛이라 했습니다. 고요히 자신의 본래모습을 보면 어떤 것으로도 훼손할 수 없는 기쁨이 있다고도 하셨습니다.

주인공은 우열과 시비 떠나서
마음 자유자재한 주체적 사람
꽃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배경이 되는 삶도 아름다운 법

이번 주 존재여행에서는 우리 모두에게 내재한 기쁨을 발견하기 위한 방법을 탐구해보고자 합니다. 특히 봄날 대지의 모습을 통해 기쁨이 가득한 존재여행을 배웁니다. 헨리 데이비슨은 근심으로 가득 차 여유가 없는 삶을 가여운 인생이라고 하며, 잠시 멈춰 바라볼 시간을 가지기를 권합니다.

우리는 모두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며, 삶의 학교로부터 배움의 기쁨을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삶을 인기와 돋보이는 결과물로 판단하거나, 조연과 비교하며 상대적 우월감을 누리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봅니다. 주인공의 삶은 우열과 시비를 가리는 비교를 통해서 잘났다고 뻐기거나 우월감을 느끼는 것이 아닙니다. 주인공은 시간과 자신의 마음을 자유롭게 운용하여 스스로 원하는 것을 이루는 주체적인 사람입니다. 또한 존재 하나 하나가 모두 독창적이고 다양한 모습을 지녔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함께 꽃피움을 기뻐하며 누리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주인공의 삶을 박수갈채와 인정을 받는 것에 주의를 두면 그렇지 못할 경우 좌절감과 슬픔을 느끼며 고통스러워합니다. 또한 인정과 박수갈채를 받기 위해 많은 열정을 쏟아 내느라 지금 여기의 기쁨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쁨이 없는 순간은 진정한 자신의 존재를 꽃피우지 못하는 순간입니다. 박수갈채와 인정은 좌절과 슬픔에 기대어 있고, 열정과 바쁨은 지금 여기 현존의 기쁨에 기대어 있는 것이 존재의 숨은 전체성입니다.

이즈음 온 산하에는 물오른 버들강아지부터 시작해 온갖 나무들에서 작은 꽃망울들과 잎들을 틔워내느라 분주합니다. 대지에는 작고 여린 것들이 온 힘을 다해 구멍을 뚫고 자신의 존재를 꽃피우기 위해 용기를 내 올라오고 있습니다. 산하대지는 그야말로 꽃들로 장관을 이뤄 볼 것이 많은 봄(春)입니다. 핀 꽃도 아름답지만, 꽃을 주인공으로 드러내주는 ‘배경’이 되는 삶의 아름다움도 보입니다.

자신을 뚫고 일어서라고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는 구멍을 기꺼이 허락하는 대지의 모습은 마치 어머니를 닮아 ‘가이아(Gaia)’라는 이름을 가집니다. 자신을 딛고 일어나라고 등을 내어주는 대지의 모습은 기쁨과 고통은 하나라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고통스러운 순간, 자신을 짓밟는 것처럼 느껴질 때 보복이나 원망 대신 그 존재가 피어나기 위한 발판으로 받아들이며 기뻐하는 대지의 모습에서 존재의 완성을 배웁니다.

대지는 씨앗을 받아들이고 헌신적으로 양육하여 세상에 새 생명으로 탄생시킵니다. 이때 생명의 환호와 기쁨으로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집니다. 모든 생명은 대지의 자손이자, 대지 자신입니다. 보살은 마치 대지와 같아서 모든 이들을 자기 자신처럼 여기고 공손하게 대하며 차별하지 않습니다. 모든 존재들에게 평등하게 봉사하는 기쁨을 누립니다.

안도현 시인은 “살아가면서 가장 아름다운 일은 누군가의 배경이 되어주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별을 더욱 빛나게 하는 까만 하늘처럼, 꽃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무딘 땅처럼, 함께 하기에 더욱 아름다운 연어 떼처럼”이라고 ‘배경이 되는 기쁨’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배경이 되었던 적은 언제였을까요? 우리는 주인공이 아닌 배경의 삶, 조연의 삶에서 기쁨을 느낀 적이 있었을까요? ‘내’가 드러나지 않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아름다움의 배경이 되는 경험은 얼마나 하시는지요? 그리고 나의 존재를 위해 배경이 되어주었던 이들은 얼마나 만나셨는지요?

이번 한 주간동안 배경이든 주인공의 삶이든 모두 기뻐하는 존재여행이 되기를 바랍니다.

재마 스님 jeama3@naver.com

[1385호 / 2017년 3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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