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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조유로의 ‘그런 약이 있다면’

기자명 신현득

이상하고 별난 것 많은 동심 바탕
마법 같은 요술의 약으로 빚은 시

동심의 세계에는 이상한 것이 많고, 별난 것이 많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에 키가 구름 높이에 이르는 거인이나 키가 손가락 길이만한 소인국 사람이 등장한다.

동무의 꿈속에 내가 들어가서
함께어울리는 꿈을 시로 빚어
입체적 배열로 시각미 높이고
음절흐름서 리듬감 느끼게 해

동심은 아주 별난 것일수록 선호도가 높다. 그래서 동심은 정상적인 동물보다 머리가 여러 개 달린 동물, 괴상한 힘을 가진 동물을 좋아한다.

이것은 동심이 갖는 꿈이다. 그 꿈이 요술(magic)의 성격을 띠고 있다. 동심을 바탕으로 창작되는 아동문학에서는 이런 매직을 하나의 원리로 삼는다. 이를 아동문학의 매직성(性)이라 이름지어 놓고 있다.

매직과 판타지가 아동문학, 특히 동시의 세계를 풍요롭게 한다. 그래서 동시가 재미나고, 해봄직한 문학인 것이다.

그런 약이 있다면(조유로)
참, 그런 약이
있으면
참 좋겠지,
보고 싶은
얼굴만
보이는
약,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들리는
약,
참, 그런 약이
있으면
참 좋겠지,
바다도 뜰처럼
거닐 수 있는
하늘도 새처럼
날아
다니는,
그런 약이 있다면

좋겠지,
동무 꿈에
어울려
어울려 노는,
그런 약이
있다면

좋겠지!

‘그런 약이 있다면’의 작자 조유로(曺有路, 1930~2004)의 동심에, 있었던 꿈은 다양하고 특이했다.

그래서 그는, 요술의 약을 시로 빚는다. 먹으면, 보고 싶은 얼굴만 눈에 보이게 되는 요술의 약을 시로 빚었다. 먹으면, 듣고 싶은 이야기만 귀에 들리는 약을 시로 빚었다.

물 위를 걷는 기적을 행한 분은, 부처님과 예수님뿐이다. 먹으면, 부처님과 예수님처럼 물 위를 걷게 되는 기적을 행할 수 있는 약을 시로 빚었다. 그것을 먹으면 금방 몸이 가벼워져 새처럼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다닐 수 있는 약을 시로 빚었다. 그 약만 먹으면 맘먹은 대로 꿈속을 드나들 수 있게 되는 약을 시로 빚었다. 내 꿈속에 동무가 와서 어울리는 꿈은 예사로운 꿈이지만, 동무의 꿈속에 내가 들어가 어울리는 꿈을 시로 빚은 것이다.

표현에는 ‘그런 약이 있으면…’ ‘그런 약이 있다면…’ 하고, 가정법을 썼지만 실지로 그런 요술 약을 만들어 시행에다 담아 놓은 것을 독자가 읽고 있지 않은가.

그런 기적을 이룰 만치 조유로는 개성이 있는 시인이었다. 그러한 개성이 시의 전면에 나타나고 있다. 우선 이 시 한 편을 보면, 시행이 짧은 것에서 독자의 관심을 모은다. 이것이 조유로 시의 개성이요 특징이다.

이러한 입체적 시행의 배열은 시각적인 미(美)를 노린 것이기도 하다. 시각적으로도 시가 경쾌해 보이지만 음절의 흐름에서 리듬감을 느끼게 한다. 여러 면으로 개성이 담긴 시편인 것이다.

조유로의 본명은 경현(庚鉉)이요, 유로는 필명이며, 올곧은 길을 뜻한다. 1960년대 초 한국 동시운동에서 선구자의 한 사람이었으며, 많은 실험을 통해 동시문학을 확립하였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385호 / 2017년 3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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