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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도 빠짐없이 이제 집으로 돌아갑시다”

  • 사회
  • 입력 2017.03.30 10:42
  • 수정 2017.03.3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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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28일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에서 200m 떨어진 해상에 정박한 무궁화 5호 배 위에서는 불교, 원불교, 가톨릭, 개신교 4대 종단 종교인이 모여 미수습자의 조속한 귀향을 발원하는 기도회가 봉행됐다.

“이제…집에…가자….”
세월호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미수습자 단원고 허다윤 학생의 아버지 허훈환씨가 아내 박은미씨를 보며 말을 토해낸다. 부식되고 녹슬어 흉물스러운 선체. 몇 번을 봤지만 저 속에 있을 가족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이제는 제발 차가운 바다 안 세월호에 갇혀 있던 가족들을 찾아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3월28일, 세월호 사고 앞 바다서
4대 종교인 한마음으로 선상기도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귀향 발원”
사노위, 목포신항에 법당 마련도 

▲ 반잠수식 선박에 실린 세월호.

3월28일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식 선박에서 200m 떨어진 해상에 정박한 무궁화 5호 배 위에서는 불교, 원불교, 가톨릭, 개신교 4대 종단 종교인이 모여 미수습자의 조속한 귀향을 발원하는 기도회가 봉행됐다. 세월호가 기적처럼 올라온 것은 국민들의 염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 미수습자 가족들이 해양수산부에 요청해 마련했다. 종교계에서 보여준 정성이 그동안 기댈곳 없던 이들의 마음을 열게 한 덕분이다. 종교계는 두말없이 진도로 달려와 각 종교의 방식으로 기도를 봉행했다.

불교계를 대표해 조계종 사회부 사회국장 지상·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혜용 스님과 양한웅 사회노동위 집행위원장이, 원불교를 대표해 최형일·장형규·이도훈 교무가, 가톨릭를 대표해 민세영·김준오·이영선 신부가, 개신교를 대표해 오현선·조원식 목사와 김의환 전도사가 함께했다.

▲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 혜용 스님이 법주를, 조계종 사회부 사회국장 지상 스님이 집전을 맡아 ‘반야심경’ 1독으로 불교의식이 진행됐다.

미수습자 가족과 4대 종단 종교인을 태운 무궁화 5호가 세월호를 향해 출발했다. 가족들은 “세월호를 만나러 나갔던 그 어느 때보다 좋은 날씨”라며 “적당한 바람과 맑은 하늘을 보니 꼭 가족들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고 말했다. 세월호가 떠오른 해역에 도착한 4대 종교의 종교인들은 각자의 종교의식으로 5분씩 기도를 봉행했다. 가톨릭, 원불교, 개신교, 불교의 순서로 기도가 진행되는 사이 미수습자의 가족들은 결국 참고 또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개신교 종교의식에 이어 가족들은 노란 장미를 한 송이씩 들고 세월호를 향해 던졌다. 노란 장미 9송이가 바다위에 , 미수습자 9명 이름이 하늘에 흩뿌려졌다.

“단원고등학교 고창석, 양승진 선생님, 남현철, 박영인, 조은화, 허다윤 학생, 권재근, 권혁규 부자, 이영숙씨...”

미수습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불교 의식이 시작됐다. 이름이 불려지자 미수습자 가족들은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으고 눈물을 흘렸다. 목탁과 요령 소리가 바닷바람과 함께 세월호를 마주한 바다에 퍼져갔다.

혜용 스님이 법주를, 지상 스님이 집전을 맡아 ‘반야심경’ 1독으로 불교의식이 진행됐다. 종교의식을 마친 종교인들은 미수습자 가족의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을 잡으며 위로했고 가족들은 종교인들의 품에 안겨 오열했다.

 ▲ 기도를 마친 종교인들은 미수습자 가족의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을 잡으며 위로했다.

단원고 허다윤 학생 어머니 박은미씨는 “세월호가 인양되는데 가장 큰 원동력은 함께 마음을 모아주신 국민 여러분 덕분”이라며 “가족을 찾는 일에도 국민들의 기도가 정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미수습자 수습에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부탁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선상기도회가 미수습자 수습에 국민들의 마음을 모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4대 종교 종교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상 스님은 “부식된 세월호를 보니 그저 답답한 마음 뿐”이라며 “오늘의 기도가 미수습자 가족의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됐길 바라며 한 명도 빠짐없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발원한다”고 말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세월호가 떠오른 뒤 하루도 빠짐없이 바다에 나갔다. 매일 마주하지만 배 앞에 서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이 몰려와 온 몸이 아프기도 했다. 그러나 기적같이 올라와 있는 세월호를 보며 가족을 찾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다졌다. 내 가족을 삼킨 흉물스런 배이지만 동시에 저 안에 가족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찾고 말겠다는 의지가 솟기 때문이다. 그동안 망망대해를 향해서 불렀던 이름들을 이제는 눈앞의 세월호를 향해 외칠 수 있게 됐다는 것도 가족들에게는 큰 변화다.

▲ 미수습자 가족들은 세월호 사고해역으로 나가기 전 팽목항 등대 앞에서 국민들에게 미수습자 가족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미수습자 가족 조은화 학생 어머니 이금희씨, 아버지 조남성씨, 허다윤 학생 어머니 박은미씨, 아버지 허훈환씨, 일반인 권재근씨 형이자 권혁규 어린이 큰아버지 권오복씨, 단원고 교사 양승진 선생님의 부인 유백형씨는 사고 해역으로 나가기 전 팽목항 등대 앞에서 국민들에게 미수습자 가족의 입장을 발표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정부와 선체조사위원회에 ‘미수습자 가족과의 면담’과 ‘목포신항에 세월호가 도착하는 날까지 미수습자 수습계획 발표’를 요청했다.

양한웅 집행위원장은 “세월호는 그동안 짜디짠 바닷물에 잠겨있던 탓에 뭍공기와 접촉하자마자 빠르게 부식되고 있다”며 “더 부식되기 전에 미수습자의 수습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고 피해자들의 슬픔이 치유되는 날까지 활동을 이어갈 사회노동위는 4월 초 목포신항에 임시법당을 마련한다. 사회노동위 수석부위원장 도철 스님이 상주하며 미수습자의 귀향과 세월호 진실규명을 발원하는 기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진도=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 조계종 사회부 사회국장 지상 스님은 팽목항 세월호 분향소에 들러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미수습자의 귀향을 발원했다.

[1386호 / 2017년 4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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