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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풍춘수일시래(春風春水一時來)

대통령 구속과 세월호 인양

3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에 하늘도 울었다. 세월호 인양이 시작된 3월22일 하늘에 리본구름이 뜨더니 인양이 끝난 3월25일 팽목항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바람도 없이 바다에 떨어지는 비는 소리 없는 흐느낌이었다.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도착하던 3월31일에도 비가 내렸다. 사나운 바람과 굵은 빗방울이 함께 했다. 통곡이었다. 하늘에 뜬 리본 무지개와 슬프게 내리던 비는 자식을 가슴에 묻은 유가족과 국민들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세월호가 놓여있는 목포신항은 이제 사람들의 울음이 가득하다. 자식과 가족을 찾지 못한 미수습자들의 통곡이 들려오고, 사고 날까 두려워 부모들의 접근을 막는 경찰들의 붉은 눈시울이 허공으로 향한다. 슬픔에 몸부림치는 유족들의 눈물을 일찍 닦아주지 못한 국민들도 미안함과 죄스러움에 소리 없이 흐느끼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땅에는 또 하나의 눈물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를 따르는 사람들의 눈물이다. 세월호가 목포신항으로 향하던 그날. 박 전 대통령은 결국 구치소에 수감됐다. 구치소로 향하는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그를 따르던 친박 의원들과 박사모 회원들의 울음소리도 간간히 들려온다.

같은 눈물이지만 결은 달랐다. 세월호 유가족의 눈물은 하늘과 국민을 울렸지만 반성 없는 박 전 대통령과 추종자들의 눈물은 오히려 국민을 허탈하게 했다. 

독실한 불자로 스스로 향산거사(香山居士)라 칭했던 백낙천의 시에 춘풍춘수일시래(春風春水一時來)라는 말이 있다. “봄바람과 봄물은 일시에 온다”는 의미다. 추운 겨울 온 세상이 꽁꽁 얼어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아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봄은 우리 앞에 달려와 있다. 봄바람이 일고 그 후 얼음이 녹아 흐르는 것이 아니고 봄바람과 물은 동시에 흐른다. 국정농단에 따른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그리고 영원히 물에 잠겨있을 것 같았던 세월호의 인양이 동시에 이뤄졌다. 봄바람과 봄물이 일시에 온다는 의미가 바로 이런 뜻일 것이다. 인과응보(因果應報)와 사필귀정(事必歸正)의 가르침이 새삼 사무치는 나날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86호 / 2017년 4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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