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승려가 석두희천 선사에게 물었다. ‘무엇이 해탈입니까?’ 선사가 되물었다. ‘누가 당신을 속박하오?’ 승려는 그 의미를 알지 못해 계속해서 물었다. ‘무엇이 정토입니까?’ 희천선사가 반문했다. ‘누가 당신을 더럽게 했소?’ 승려가 또 물었다. ‘무엇이 열반입니까?’ 희천선사가 답했다. ‘누가 삶과 죽음을 당신에게 주었소?’”
마음을 놓아버리고 깨달음에 머무는 선사들의 가르침이다. 단순해 보이는 이 대화를 일상의 시각으로 보면 자칫 동문서답처럼 보일 수 있으나, 깨달음의 정수를 담고 있는 선문답은 수행자를 바른 길로 안내하는 이정표나 다름없다. 다만, 선지식과 대화를 나누고도 그 가르침을 알아듣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해 미혹에 빠져 허우적거릴 뿐이다.
임제, 조주, 도겸, 운문 등 선지식들의 선문답과 설법을 그림으로 옮겨 ‘매일 매일 좋은날’로 펴냈던 대만 만화가 채지충이 그 두 번째 책 ‘매일 매일 좋은날 2’를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였다. 중국 고전을 해학적이고 쉽게 풀어내 중화권 만화의 위상을 끌어올렸던 채지충은 철학과 역사를 넘나들며 쌓은 깊은 지식과 영성을 근간으로 이 책에서 심오한 선의 세계를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책에 실린 선화는 단순히 불교적 이미지를 넘어 유머와 해학을 담고 있다. 또한 1권이 태어남과 죽음 등 인간 삶에 대한 통찰을 다룬데 반해, 2권에서는 수행과 깨달음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다가서며 독자들을 선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다.
“어느 날 공공존자가 깊은 사색에 빠져있을 때, 한 추종자가 와서 말했다. ‘저는 공공존자를 찾으러 왔습니다.’ 공공존자가 말했다. ‘저도 공공존자를 찾고 있습니다만, 찾은 지 3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찾지 못하였습니다.’”
옛 선사들의 가르침을 옮긴 채지충의 선화는 수행과 깨달음의 즐거움을 새삼 느끼게 하는 것은 물론, ‘나는 누구인가?’를 화두 삼은 모든 이들에게 또 다른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만5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386호 / 2017년 4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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