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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색’ 주제로 살펴본 일본불교 계율사

  • 출판
  • 입력 2017.04.03 15:55
  • 수정 2017.04.0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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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율에 방울 달기’ / 마츠오 켄지 지음·이자랑 옮김 / 올리브그린

▲ ‘계율에 방울 달기’
우리가 생각하는 일본불교의 특징 중 하나가 계율 경시다. 결혼을 해서 처자식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물론, 별다른 제약 없이 음주가무를 즐긴다. 일반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일본불교도 태생부터 계율을 경시했던 것은 아니다. 이러한 특징은 메이지유신을 계기로 정착된 것일 뿐, 그 이전에는 ‘파계’라는 현실과 ‘지계’에 대한 열망이 교차하는 격동적인 역사를 갖고 있다.

특히 에이존을 중심으로 펼쳐진 계율부흥운동은 한때 신자 수가 10만 명 이상이었고, 말사도 1500개나 되는 교단으로 성장할 정도로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들 역시 정권의 주목을 받는 위치에 이르자 또다시 권력과 결탁해 타락해갔고, 그 때문에 파계와 지계 사이에서 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새로운 계율부흥운동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일본불교는 전래 초기부터 출가자가 관승으로 존재했고, 천황 일족을 위해 기도하는 등 국가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했다. 특히 대를 이을 수 없는 귀족의 자녀가 관승이 되는 등 또 하나의 세속 세계로서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출가를 선택한 사람들이 많았다. 때문에 파계는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 가운데 구도의 열정으로 출가한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관승으로 출가자가 되었지만, 훗날 관승의 지위를 버리고 둔세승의 삶을 살아갔다. 각기 ‘무계’와 ‘계율부흥운동’을 주장하며 상반된 모습을 보였던 신란과 에이존 역시 모두 관승에서 둔세승의 길을 선택한 인물들이다.

일본불교의 계율의식과 역사를 다룬 ‘계율에 방울 달기-지계와 파계 사이의 계율부흥운동’은 지계를 꿈꾸었던 고대, 파계와 지계 사이에서 고뇌한 중세, 그리고 그 고뇌로부터 탄생하여 근세 이후까지 이어진 계율부흥운동의 흐름을 풀어냈다.

저자는 여기서 그 파계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의 것이었는가를 보여주기 위해 과감하게 ‘남색(男色)’이라는 주제를 선택했다. 중세 승려들의 일상적인 파계 행위, 그 중에서도 충격적인 ‘남색’이라는 파계의 실상을 들춰냄으로써 ‘무계’ ‘계율부흥운동’ 등의 주장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계와 파계 사이에서 요동쳐온 일본불교의 상황을 통해 계율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다. 또한 언제부턴가 계율에 대한 출·재가자들의 관심과 실천이 무뎌진 한국불교에도 경종을 울릴만하다. 1만2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386호 / 2017년 4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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