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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림, 정말 필요한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대한불교조계종은 2017년 현재 총 8개의 총림이 있다. 한동안 5대 총림 체제가 유지되어오다가 최근 그 범위가 확대된 것인데, 일부에서는 향후 조계종 총림이 14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이러한 최근의 추세를 감안한다면, 조계종은 바야흐로 ‘총림시대’로 접어든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든다.

총림의 확대 현상과 함께 조계종은 총림의 방장을 추대하는 문제로 적지 않은 내홍을 겪고 있다. 현대 총림을 대표하는 해인사 가야총림은 구성원들의 선거에 의해 방장을 선출하였으며, 통도사 영축총림은 후임 방장 추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결국 대행 체제로 접어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방장은 총림을 이끌어가는 최고의 어른 스님이다. 어른 스님을 선거로 선출한다는 현실도 서글픈 일이지만, 방장 대행이라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서글픔과는 또 다른 느낌의 먹먹함이 몰려온다.

조계종 총림은 ‘총림법’에 의하여 별도 운영되고 있다. 총림법에 의하면 “총림이란 선원, 승가대학(승가대학원), 율원, 염불원을 갖추고 방장의 지도하에 대중이 여법하게 정진하는 종합수행도량”이라 한다. 그런데 이 같은 개념, 즉 ‘종합수행도량’으로서의 총림은 현대 한국불교계에서 새롭게 성립된 것이라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현행 조계종 총림은 성철, 청담 두 분 스님에 의해 그 골격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두 분은 일제 말기 대승사에서 공동 수행을 하였는데, 이 무렵부터 총림 건설에 대한 구상과 논의를 본격적으로 전개해 나갔다. 묘엄 스님의 증언에 의하면, 당시 두 분 스님은 영산회상도를 그리면서 해인사에서 총림을 하면 조실에는 효봉, 선방은 성철과 청담, 강원의 경(교리)은 운허와 이광수, 율원은 자운에게 각각 맡긴다는 복안을 개진하였다고 한다. 대승사에서 이 분들이 구상한 총림은 지금의 조계종 총림과 흡사한 종합교육도량, 혹은 종합수행도량이었다.

그런데 총림의 확대가 진행되고 있는 이즈음에 반드시 짚어볼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종합수행도량’의 타당성과 관련한 문제이다. 한 울타리 속에서 선, 교, 율, 정(염불) 등 그야말로 불교의 모든 수행을 아우르겠다는 발상과 그 취지는 과연 정당하고 타당한 것인가? 이와 관련한 의문을 풀기 위해 조선중기라는 특정 시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불교가 가장 침체되고 부진했던 이 시기에 이른바 ‘종합수행’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수행 풍토가 승단에 자리 잡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우리는 한동안 이러한 수행전통을 놓고 ‘통불교’라는 정체불명의 이름으로 미화한 적도 있지만, 이것은 불교 역사에 대한 무지의 소산일 뿐이다.

조선 태종-세종 연간에 진행된 불교 탄압의 결과 조선초기의 불교는 선종, 교종 단 두 개의 종파만 남게 되었다. 하지만 조선의 권력자들은 이들 두 개의 종파마저 없애고자 하였으며, 조선중기에 이르러 결국 한국불교는 ‘무종파 시대’로 접어들고 말았다.

이후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의 전란을 겪으면서 불교는 회생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고, 이 시기 새롭게 형성된 수행 풍토가 이른바 ‘종합수행’ 형태였던 것이다. 적어도 종파불교가 살아있던 시대의 한국불교는 전문성, 특수성이 담보되어 있었다. 해인사는 참으로 오랜 세월동안 화엄학을 연찬하고 법신불을 신앙하는 화엄도량으로서의 사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한 울타리 속에서 불교의 모든 수행을 아우르겠다는 취지, 이 같은 취지 속에서 탄생한 가야총림은 결코 역사 발전의 단계에서 빚어진 자연스러운 결과물이 아니었다.

현행 조계종 총림법의 각종 문제점을 지적하기 이전에, 8대 총림이 과연 총림법에 근거한 성립 요건을 갖추고 있는가를 따지기 이전에, 오히려 ‘종합수행도량’이 지니고 있는 타당성과 정당성에 대하여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토의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그래야만 한국불교가 가장 침체했던 시기의 수행 풍토를 마치 한국불교가 나아가야할 방향처럼 설정해놓고 있는 오류가 시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 kimsea98@hanmail.net

[1386호 / 2017년 4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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