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3. 발두마처·대발두마처·화분처·철화말처

기자명 김성순

옥졸이 쇠솥에 밀어 넣어 삶고
단단한 홍련잎은 죄인 몸 옥좨

합지옥의 열세 번째 별처지옥인 발두마처(鉢頭摩處)는 홍련(紅蓮)을 의미하는 ‘파드마(padma)’를 음역한 이름이다. 왜 무서운 지옥에 아름다운 꽃 이름을 붙인 것일까? 그 이유는 이 발두마처 지옥의 색이 연꽃의 붉은 색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비구는 범부보다 엄격한 적용
꿈속에서 음행 즐겨도 지옥행
후생에도 두고두고 고통 원인

이 지옥에 떨어지는 업인인 ‘삿된 행’은 비구가 속세에 있을 때 행했던 음행의 즐거움을 잊지 못하고 꿈속에서 육체적 쾌락에 탐닉하거나, 마음으로 여전히 집착하는 것을 말한다. 설령 꿈속이나 마음에서 음행을 즐기는 것이라도 지옥행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비구들에게는 일반인들보다 훨씬 엄정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 발두마처 지옥에서는 옥졸들이 죄인을 잡아다 쇠솥에 넣고 삶거나, 쇠함에 넣고 찧는다. 이 고통을 다 겪고 난 후 죄인들은 멀리 맑은 연못에 피어 있는 홍련을 발견하게 된다. 목마르고 주린 지옥의 죄인들이 구원을 찾아 홍련이 있는 쪽으로 달려가지만, 그 길에는 수없이 많은 쇠갈고리들이 있어서 죄인의 육신을 할퀴고 찢는다. 죄인들은 등 뒤에서 칼과 항쇠, 도끼를 든 옥졸들의 공격을 감수해가며 겨우 홍련이 피어있는 곳에 당도하지만, 커다란 꽃에는 불이 붙고, 금강처럼 단단한 잎이 죄인의 몸을 감아 조인다. 이 지옥의 죄인들은 혹여 업보를 다 지우고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평생 빈궁하고 수명이 짧다고 한다. 이는 속세에서 한때 쾌락을 안겨 주었던 것들이 업력이 되어 후생에 두고두고 고통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다음 합지옥의 열네 번째 별처지옥인 대발두마처(大鉢頭摩處)는 제대로 사문의 수행을 하지 않는 이가 스스로를 사문이라 칭하고, 열반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하지 못하는 이가 떨어지게 되는 곳이다. 이 지옥의 고통상을 보면 재[灰]가 물처럼 흐르는 강에서 마치 구운 물고기처럼 육신이 익어서 사방으로 흩어지며 까마귀의 먹이가 된다. 죽지도 못하고 수천 년 동안 그 고통을 당해내던 죄인이 마침내 그곳을 벗어나게 되면 저 건너의 연못에 그림처럼 피어있는 커다란 홍련을 발견하게 된다. 죄인은 허겁지겁 그 홍련을 향해 달려가지만, 그가 바라던 구원 대신에 홍련의 잎은 칼처럼 죄인의 몸을 깎고 베어서 조각조각 쪼개놓는다. 마침내 누더기가 된 죄인의 몸은 홍련의 쇠잎에 감긴 채로 전생의 죄업이 소멸될 때까지 불에 타게 된다. 혹여 죄인이 전생에 지은 다른 선업이 익어서 인간 세상에 다시 나게 되더라도 늘 병에 시달리고, 목마르고 굶주리며, 화를 잘 내는 괴팍한 성정을 타고나게 된다고 한다.

다음 합지옥의 열다섯 번째 별처지옥인 화분처(火盆處), 즉 ‘불동이’지옥은 속세의 생활을 하던 자가 사문이 된 후에도 애욕과 소유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업인이 되어 떨어지게 되는 곳이다. 커다란 동이[盆]에 불꽃이 가득 넘실대는 듯한 이 지옥에서는 죄인의 몸이 마치 장작과 같은 구실을 하게 된다. 죄인은 전생에 계율을 어기고 남의 음식을 먹었기 때문에 이 지옥에서 혀가 불타고, 애욕에 가득 차서 남의 여자를 보았기 때문에 눈알이 불타며, 계율을 어기고 남의 여자와 서로 웃고 노래하며 그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귀에 끓는 백랍물이 부어지게 되고, 계율을 범하여 다른 승려의 향을 취했기 때문에 그 코를 베이게 되는 것이다.

다음 합지옥의 마지막 열여섯번 째 별처지옥인 철화말처(鐵火末處), 즉 ‘쇳가루불’지옥 역시 제대로 사문의 길을 걷지 않는 자가 사문이라 사칭하고, 여인과 어울려 유희를 즐기며, 장식물 등에 집착하는 업으로 인해 떨어지게 되는 곳이다. 이 철화말처 지옥은 뜨거운 쇠로 된 오백 유순의 철벽이 네 주위를 둘러싼 곳으로, 그 안에 빈틈없이 쇠불이 타고 있으며, 위에서도 끊임없이 쇠불이 비처럼 내려와 죄인들의 몸을 태우게 된다. 어느 지옥이나 그렇듯이, 전생에 계율을 깨뜨리는 원인이 되었던 애욕과 물질에 대한 집착이 지옥에서 쇠불의 형태로 화하여 죄인의 육신을 태우고 파괴하는 고통을 주고 있는 것이다.

김성순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연구원 shui1@naver.com
 

[1386호 / 2017년 4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