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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유마라는 인물은

기자명 이제열

뛰어난 언어능력과 신통력 갖춘 속세의 성인

‘그때에 비야리성에 한 장자가 있었는데 이름은 유마힐이었다. 그는 일찍이 한량없는 부처님을 받들어 모시고 깊이 선근의 종자를 심었으며, 무생법인을 얻어 변재에 걸림이 없고, 신통이 자재하였으며, 총지를 얻어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마군과 원수의 항복을 받고, 깊은 법문에 들어가 있었으며, 지혜로써 나고 죽음을 건넜고, 모든 방편에 통달하여 큰 소원을 성취하였으며, 중생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가를 잘 파악하였다. 대승에 완전히 자신을 바치고 갖가지 할 일을 생각하였으며, 부처님의 경지를 갖추었다. 마음이 큰 바다와 같아 모든 부처님이 그를 칭찬하였으며, 제자들과 제석천과 범천과 국왕들도 그를 존경하였다.’

과거생에 무수한 공덕 닦아
부처님의 경지에 오른 사람
뛰어난 변재와 신통이 자재

‘유마경’ 제2품은 ‘방편품’이다. 여기에서는 유마거사가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중생들을 제도하는가를 보여준다. 불교에서는 방편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본래 방편(方便)이란 어떤 일을 도모하기 위해 쓰는 편리한 방법을 의미한다. 방편이라는 말에서 방(方)은 방도·방법이라는 뜻이고, 편(便)은 편리·용이함의 뜻을 지닌다. 이는 중생이 성불하기 위해 닦는 여러 가지 수행법이나 불보살이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일으키는 모든 수단을 가리키기도 한다.

유마거사는 출가하지 않은 속인이다. 그러나 그는 부처님의 지위에 오른 사람이다. 이 때문에 예로부터 유마거사를 법신대사(法身大士)라고 불렀다. 유마거사가 법신대사가 된 것은 과거 생부터 수많은 공덕행을 닦은 결과에 의해서이다. 부처님을 향한 신심과 선근의 종자를 심었기 때문에 무생법인(無生法忍)을 깨달아 자신도 부처의 지위에 오르게 되었다. 무생법인이란 태어남과 죽음이 없는 지위에 들어갔다는 의미로 부처의 경지에 오른 것을 가리킨다. 변재(辨才)는 뛰어난 말솜씨이다. 상대방을 깨우쳐주기 위해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완벽한 말솜씨를 변재라 한다. 그 재주는 배워서 된 것이 아니고 꾸며서 된 것도 아니다. 불교에서의 변재는 진리를 깨달았을 때 나오는 자연 발생적인 언어능력이다. 스스로 증득한 지혜에서 상대방의 기질과 근기를 따라 걸림 없이 언어를 구사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깨달았다고 하면서 변재가 열리지 않았다면 그는 깨달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변재가 없고 설법할 능력이 없다면 그를 제대로 수행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오늘 날 한국불교에 유마거사와 같은 변재를 갖춘 인물들이 드물다는 것은 한국불교가 그만큼 생기를 잃었다는 징표이다. 수행과 변재는 항상 비례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알아야한다.

또한 유마거사는 부처님이 갖추신 자재한 신통과 총지를 구비하였다. 신통(神通)이 자재하다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 지니지 못한 뛰어난 여러 가지 능력을 구비하여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음을 말한다. 천안통, 천이통, 타심통, 숙명통, 신족통, 누진통이라는 여섯 종류의 신통이 그것이다. 총지(摠持)는 ‘모든 법을 지닌다’는 의미인데 부처님이 설하신 모든 교법을 가리킨다. 팔만사천 경전을 팔만사천 총지라 부르기도 한다. 부처님의 설법 속에는 우주 삼라만상의 이법이 모두 빠짐없이 들어있으므로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유마거사는 일체의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났으며 마군과 원수를 항복시켰다. 여기서 마군과 원수는 밖에서 나타난 마군이나 원수가 아닌 일체의 번뇌와 고통을 상징한다. 중생들에게 있어 진정한 마군이 있다면 자신의 마음 가운데에서 일어나는 번뇌들이며, 원수가 있다면 나고 죽음을 비롯한 온갖 괴로움들이다. 유마거사는 이와 같은 두 가지의 장애를 벗어나 자유자재한 삶의 모습을 세상에 보인다.

한국불교를 대승불교라 한다. 그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무려 1700년이 되었다. 그렇다면 몇 명의 유마거사가 나왔을까? 안타깝게도 고승(高僧)은 들어 보았으나 고속(高俗)은 들어 보지 못하였다. 고속이 나오지 못한 한국불교, 진정 대승불교라 말할 수 있을까?

이제열 불교경전연구원장 yoomalee@hanmail.net
 

[1386호 / 2017년 4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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