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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지역단 북부지역 병원포교팀 박현-하

기자명 박현

내 한마디, 환자와 돌보는 이에게 위안되길

▲ 56, 관음성
어렸을 때, 집 근처에 유명한 교회가 있었다.

부처님처럼 살고 싶단 열망
뜨거운 초발심에 병원 포교
첫 마음 새기고자 늘 기도

부활절에 받았던 예쁜 달걀이 기억난다. 중학교 시절, 매주 경건회에 참여하고 시편을 외우고 무릎 꿇고 기도하는 아이의 그림을 보며 나도 저런 모습이고 싶다는 간절함도 있었다. 딸 4명 중에 3명이 사찰학생회인 화랑단 활동을 했는데 맏이인 나만 유독 교회를 나갔었다. 그러나 엄마는 내가 철이 들 무렵부터 매년 초파일마다 직접 절에 가서 등을 달도록 했다. 그 말에는 도저히 거역할 수 없는 엄마의 권위가 있었다. 그렇게 다니다보니 등을 달면서 읊조리는 아줌마, 할머니들의 독경소리가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읊조리게 되었다. 신묘장구대다라니였다. 그러고도 한참을, 나는 1년 중 하루만 절에 가는 ‘초파일 신자’였다.

아이를 불교유치원에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절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제야 제 집에 온 것 마냥 편안했다. 일요일이면 딸아이 손을 잡고 절에 나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가 법당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게 된 것은 모녀가 온전히 부처님 가피 안에 있었던 평화로운 시기였던 것 같다.

절 처마 끝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 그 지극한 고요 속에 가슴 떨리는 열망이 있었다. 그것은 불제자로서 부처님과 같은 모습이 되고 싶다는 뜨거운 초발심이었다. 그 후 가톨릭재단 미혼모시설에서 상담을 지원하고 가톨릭재단 영적돌봄 및 위기상담교육(CPE) 과정에서 강의를 할 때도 늘 불교계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능행 스님과의 호스피스 교육 등 여러 시간 속에서 CPE 교육을 마무리 했을 때 지역단으로부터 병원포교팀장을 맡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왔다. 바빠서 제대로 활동할 수 없다는 나에게 팀원들도 지역단에서 꾸려주고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할 테니 맡아달라고 했다. 그렇게까지 말하니 거절할 방도가 없었다.

그렇게 병원포교팀 결성과 활동은 시작되었고 1년 반이 지났다. 그 시간동안 나는 무엇을 했을까. 시간은 지났고 병원에서 만났던 인연들은 이미 몸을 벗은 지 오래이지만, 무엇을 했고 무엇이 남았는지 잘 모르겠다.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남겼는지 마음에 두지 않는 것이 진정한 보살도의 길을 가는 것이라고 위안하기에는 팀장으로서의 활동이 너무 미약해서, 팀원들에게 미안함이 크다. 또한 바쁘다는 이유로 온전히 함께 머물지 못했던 가버린 사람과 남겨진 사람 모두를 향한 미안함도 있다.

‘병원포교는 왠지 어렵고 힘들 것 같다’고 주저하면서도 어려운 시간을 함께 해 주는 병원포교팀원들. 나는 그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병원포교. 병원포교는 마음만으로는 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 나의 말 한마디가 죽음의 목전에 있는 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늘 마음을 챙겨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을 찾고 유지하도록 팀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자꾸 약해지고 게을러지려는 나에게 함께 길을 가고자 마음을 내어주는 팀원들이 있다는 것은 부처님의 가피일 것이다.

많은 사람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세상을 불쌍히 여기고, 인천(人天)의 이익과 행복과 안락을 위해 길을 떠나라고 했던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오늘도 마음을 추스른다.

법주사에서 여명의 빛이 대웅전을 감싸고 돌 때, 무언가가 내 마음을 쳤다. 무엇을 잊고 살았는지, 어디로 가야할지….

기도했다. 나의 두려움이, 나의 분노가, 나의 주저가 부처님의 자비로 드러날 수 있기를, 아픈 이들 뿐만 아니라 아픈 이들을 돌보는 이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기를, 나의 발원을 잊지 않기를….

박현 광주전남지역단 북부지역 병원포교팀 hyunmokpo@hanmail.net

[1386호 / 2017년 4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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