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일, 캄보디아 쫄쯔남 축제
수도권 이주민 500여명 참가해
캄보디아 전통의식으로 새해맞이
“쑤어 쓰다이 츠남 트마이!(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꽃샘추위가 가시지 않은 4월의 첫 주말, 아침부터 고향 사람들을 맞을 채비로 분주한 체육관에 따듯한 기운이 감돈다. 타국에서 맞아 가족이 더욱 그리운 새해지만 같은 땅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이기에 준비하는 사람, 참석한 사람 모두 반가운 마음이 가득하다.
캄보디아불교센터(대표 린사로 스님)는 4월2일 안산 감골시민홀에서 ‘캄보디아 쫄쯔남(설) 축제’를 개최했다. 캄보디아 등 남방불교국가에서는 태양이 황도를 지나 지구와 수직이 되는 날을 설로 정해 신년을 시작한다. 첫째 날에는 집을 청소하며 신을 맞이하고 둘째 날에는 조상과 부모님께 귀한 음식과 선물을, 가난한 이웃에게 보시를 하는 전통이 있다. 실질적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날은 셋째 날이다. ‘렝삭’으로 불리는 이날은 스님들께 공양 올릴 음식을 들고 사찰을 방문해 성수로 불상을 닦는 등 사찰을 깨끗이 한다. 지난날의 허물을 참회하는 의미로 어른들에게 물을 뿌리는 의식도 진행한다. 캄보디아불교센터는 올해 행사 곳곳에 전통을 녹여냈다. 스님의 새해 축원과 법문, 캄보디아 전통음식 공양, 약식 탁발공양, 전통춤과 전통노래가 어우러지며 행사가 진행됐다.
올해로 9회를 맞이한 쫄쯔남 축제에는 캄보디아불교센터 린사로 스님과 행사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포우끙·이엔에인 스님,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 유학생 등 500여명이 참석해 타국생활에 지친 마음을 달래고 고향땅의 푸근함을 나눴다. 이날 행사 시작 전부터 캄보디아 이주민들의 얼굴에 오랜만의 화사한 웃음이 감돌았다. 회사생활, 육아, 공부로 누적됐을 피로와 긴장감이 서로의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이주민들은 낯선 땅에 와서 일하고 생활하는 것이 고되지만 고향땅의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일상으로 돌아가 생활할 수 있는 활기를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공양을 시작하기 전 린사로 스님은 캄보디아 이주민들에게 새해 덕담을 건넸다. 린사로 스님은 “여러분은 좀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한국에 와서 일하는 것”이라며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와서 목표했던 삶을 이뤄내기보단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을 하다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 마음이 쓰였던 탓이다.
캄보디아 이주민들은 큰 원을 그리며 한줄로 동그랗게 섰다. 캄보디아의 전통에 따라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기 위해서다. 고향에서는 음식을 해서 절로 찾아가 공양을 올렸지만 한국에서는 스님을 뵙는 것도 쉽지 않아 오늘 같은 행사가 1년에 몇 번 안되는 공덕 쌓을 수 있는 기회다.
약식이었지만 캄보디아 이주민들은 스님들께 예를 다했다. 각자 서 있는 자리에서 신발을 벗어둔 채 스님이 앞을 지나가면 공양을 올렸다. 스님들 역시 이주민들에게 축원을 하며 예를 다해 공양을 받았다. 동포들과의 공양은 곧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이주노동자 라타나(23)씨는 “요즘 들어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너무 그리웠는데 스님을 뵙고 공양을 올리니 마음을 다잡게 된다”며 “오랜만에 고향사람들을 보니 일하느라 지친 마음이 위로되고 다시 열심히 한국 생활을 해야겠다는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행사를 위해 캄보디아에서 방문한 포우끙 스님은 쫄쯔남 행사의 의미와 함께 한국생활을 하면서도 캄보디아 전통을 계승해 나가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법문했다.
“캄보디아에서는 전통적으로 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가까운 절에 방문해 함께 청소를 하는 것으로 지난해 묵은 때를 털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합니다. 한국에 온 여러분들이 그런 전통을 지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외국에서 캄보디아의 전통을 지키는 것은 스스로의 자긍심으로 높이고 캄보디아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높은 도덕성과 친절함은 캄보디아인의 장점입니다. 불교 공부를 하며 이런 장점을 지켜나간다면 한국에서의 경험이 여러분의 인생에 있어 다음으로의 도약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문화행사도 진행됐다. 다가올 재앙을 막고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의미의 ‘로반 뜨롯’을 비롯한 캄보디아 전통춤과 노래가 무대에 올랐고 한국전통무용공연도 진행돼 캄보디아 설을 축하했다. 특히 ‘로반 뜨롯’공연팀은 공연 후 행사에 참석한 캄보디아인들의 희망찬 새해를 기원하며 체육관을 한바퀴 돌았다. 이주민들은 공연팀에 보시를 하며 건강한 한해를 발원했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난장춤으로 체육관의 열기는 절정에 이르렀다. 그동안 응어리졌던 마음을 풀어내듯 즐겁게 춤을 추며 행사를 즐겼다.
린사로 스님은 “타국 땅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이주민들에게 오늘의 행사가 한해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계기가 됐길 바란다”며 “캄보디아불교센터는 한국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가고 타국생활의 어려움을 보듬어주는 역할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안산=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387호 / 2017년 4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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