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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보현사 회주 자광 스님

“‘그래, 그럴 수 있겠지’ 생각하면 갈등서 벗어납니다”

▲ 자광 스님은 “늘 아침저녁으로 자신의 삶을 점검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갑습니다. 오늘은 여러분과 ‘법화경’의 ‘안락행품’을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법화경’은 총 28품으로 구성돼 있는데 서품부터 14품까지는 적문(適門)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부처님이 이 세상에 탄생하실 때까지 발자취를 담은 법문이고, 15품에서 28품까지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직접 설하신 내용이 담겨 있어 본문(本門)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법화경’은 부처님의 전생과 현생 법문을 모두 공부할 수 있는 경전입니다. 부처님은 성도 이후 수많은 법문을 하셨습니다. 그 가운데 최고의 법문으로 ‘법화경’이 꼽힙니다. 특히 ‘법화경’에는 일곱 가지의 비유가 나오는 데 그 가운데 여섯 번째가 ‘계명주’입니다. 이는 ‘법화경’의 수승함을 설명한 것입니다. 전륜성왕이 전쟁을 하고 공이 있는 사람에게 여러 상을 주었는데, 그 가운데 제일 공이 큰 장수에게는 상투 속에 꽂아두었던 명주(明珠)를 뽑아서 상으로 주었답니다. 전륜성왕의 상투에 있는 구슬은 존귀함을 상징하는 것이어서 감히 누구에게도 주지 않았지만 정말로 훌륭한 전과를 올린 사람이기에 준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부처님도 바른 지혜로 교화의 방편을 실현하는 사람에게는 당신의 정법을 아낌없이 설해주셨는데, 이 ‘법화경’이 바로 그것입니다. ‘법화경’은 비유하면 계명주와 다르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오늘 여러분들도 ‘법화경’을 공부하는 공덕으로 진귀한 구슬을 받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절대 잃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인욕은 보살 갖춰야 할 덕목
화내고 드러내는 마음 버려야

부처님은 자문자답으로 성도
아침·저녁 자신 삶 점검 필요

모든 것은 인연 따라 생멸해
수행은 이치 깨닫기 위한 과정

지구상의 나는 오직 하나뿐
지금 이자리서 주인공 돼야

‘법화경’의 ‘안락행품’에는 보살의 행처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즉 보살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법문입니다. 부처님은 “보살은 인욕지에 머물러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수순하여 마음에 공포심이 없고, 대상에 집착하지 않으며 제법실상을 관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보살의 행처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인욕입니다. 화를 내거나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는 마음을 없애라는 겁니다. 수순하다는 것은 긍정의 의미입니다. 안락으로 가는 길에 제일 좋은 것은 긍정하는 것입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제대로 듣지도 않고 ‘저건 아니다’고 부정하면 시비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일단 상대방을 긍정하기 시작하면 갈등이 없어집니다. 설령 자신과 뜻이 다르다고 할지라도 일단 ‘그래 그럴 수 있겠다’고 한 생각을 내면 다른 이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편안해 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다음은 보살의 친근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친근처라는 것은 보살이 가까이 하면서 실천해야 할 덕목을 의미합니다. 첫 번째 친근처는 보살이라면 계행을 청정히 하고 외도와 잡인을 경계하고 항상 좌선 수행정진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교는 수행의 종교라고 말합니다. 수행을 통해 궁극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행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관찰하고 의심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점검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자문자답을 했다고 합니다. 부처님은 성도하기 직전 보리수 아래 반석 위에서 길상초를 깔고 결가부좌를 하고 깊은 생각에 잠깁니다. 그리고 의심하고 스스로 답을 얻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그러면서 그 의심을 하나하나 깨어 나갔습니다.

‘늙고 죽음이 왜 생겨났을까? 이 세상에 때어났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 전생에 지은 업력의 인연 때문에’ ‘업력은 무엇 때문에 갖게 되었는가? 나라고 하는 집착 때문에’ ‘나라고 하는 집착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상에 대한 애착 때문에’ ‘나라는 애착은 왜 생겨났는가? 인연경계를 만든 감각작용 때문에’ ‘감각작용은 왜 생겨났는가? 눈·귀·코·혀·몸·생각이 있어서 경계와 접촉하기 때문에’ ‘접촉하게 된 까닭은 무엇인가? 여섯 가지 감각기관이 있었기 때문에’ ‘여섯 가지 감각기관은 왜 생겨났는가? 정신과 물질로 된 생명체이기 때문에’ ‘생명체는 왜 생겨났는가? 생각이 업을 갖고 그 업의 종자를 가지고 있는 잠재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잠재의식은 왜 생겨났는가? 인연 따라 하나의 생명력이 우주법계에 존재하면서 무량한 시간과 공간에서 계속 업을 구성하고 활동하기 때문에’ ‘생명력의 활동은 무엇 때문에 생겨났는가? 생명력을 무명이라고 하는데 그 자체가 인과응보 하는 줄 모르면서 무조건 맹목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생로병사 하는 무명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신심과 원력으로 무명번뇌를 없애면 된다. 그렇게 되면 광명이 나타난다.’

이렇게 부처님은 자문자답을 통해 비로소 해탈의 문을 열었던 것입니다. 그런 의심삼매의 힘으로 영원한 대자유인이 되신 겁니다. 여러분들은 살면서 자문자답을 해 본적이 있습니까? 앞으로는 이것을 생활화해야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 어떻게 살 것인가’하고 지혜를 짜고, 저녁에는 ‘오늘 잘 살았나, 못 살았나’를 스스로 물어보고 점검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무조건 덮어놓고 그냥 살면 안 됩니다. 늘 자문자답하는 버릇을 기르면 생명활동에 새로운 기운이 샘솟을 겁니다. 물론 처음에는 잘 안됩니다. 그러나 작은 눈뭉치도 계속 굴리면 나중에는 큰 눈덩이가 되는 것처럼 자문자답을 꾸준히 하다보면 삶의 지혜가 생겨날 것입니다. 그런 습관을 갖다보면 깨달음을 향한 분심이 생겨날 것입니다. 그 분심은 여러분의 운명을 바꿀 것입니다.

불교를 공부하면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됩니다. 불교의 핵심은 이것으로 요약됩니다. 마음은 불생불멸이고, 생각은 생주이멸이며, 몸은 생로병사요, 만물은 성주괴공이라는 것입니다. 마음은 허공과 같아서 따로 생겨나지도 사라지지 않고, 생각은 바람처럼 생기고 머물다가 변화하며 사라지는 것이고, 인간의 몸도 역시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으며, 만물은 이루고 머물다가 무너져 허공으로 간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인연 따라 생겨나고 멸하는 것입니다. 이런 이치를 체득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좌선 수행을 통해 알아가야 합니다.

두 번째 친근처는 “제법이 공하여 심행처멸(心行處滅)하고 언어도단으로 인한 마음의 행로가 사라지고 말길이 끊어져 무명무상(無名無相)하여 장애가 없어서, 무량무변한 진여실상을 관하고 인연 따라 대승법으로 대답하되, 일체종지를 얻도록 인도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보살의 본분입니다. 스스로 수행을 통해 진여실상을 체득함으로써 중생들을 바르게 이끌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세 번째 친근처는 “여래를 존경하고 보살을 스승으로 여겨 ‘법화경’을 지니고 다니면서 읽고 외우고 설법하고, 사경하면서 환희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처님 법문을 늘 수지 독송하고, 점검하면서 실천하는 것에 즐거움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네 번째 친근처는 “대자대비심을 일으키고 대보살심으로 ‘내가 무상정등정각을 증득했을 때 그 신통력과 지혜력으로 모든 사람들이 이 법 가운데 머물게 하겠노라’고 발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만의 안락이 아니라 모든 중생들이 함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대자대비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소중한 법문을 나누겠다는 원을 세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렇듯 보살의 행처와 친근처를 실천하면 우리에게 안락을 줍니다. 그러나 몸으로, 말로, 생각으로 짓는 업으로 인해 이를 올곧게 실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안락행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4안락행’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신(身) 안락행은 생명을 죽이지 않고, 도둑질을 하지 않으며 삿된 음행을 하지 않는 것을 실천하라는 것이고, 구(口) 안락행은 거짓되고 악하고 이간질 하는 말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의(意) 안락행은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생각을 내지 않는 것입니다. 마지막 원(願) 안락행은 알지 못하고 듣지 못하며 깨닫지 못한 중생들을 향해서 자비심을 일으켜 신통력과 지혜의 힘으로 모든 중생이 이 법 가운데 머무를 수 있도록 서원하는 행을 말합니다. 이렇듯 몸과 입, 생각이 편안하면 바로 안락한 삶이 될 것입니다. 정토니 안락국이니 하는 것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 있는 이곳에서 스스로 편안하면 행복하면 바로 안락인 것입니다. 임제 스님은 ‘수처작주’를 강조하셨습니다. 어디를 가든 주인노릇을 하라는 말씀입니다. 이 세상에 나온 이상, 우리 모두는 작품입니다. 이 지구상에 ‘나’는 하나 밖에 없으니까요. 그런데 늘 주인이 되지 못하고 다른 것을 바라보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부터 여러분은 지금 이 자리에서 주인공이 되겠다는 마음을 가지세요. 부처님이 말씀하신 연기법을 믿고 보살의 신심과 원력을 갖고 지혜롭게 살아가면 행복은 여러분 앞에 와 있을 겁니다.

정리=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이 내용은 대구 보현사 회주 자광 스님이 3월25일 대구 동화사 법화산림 법회에서 설한 법문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1387 / 2017년 4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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