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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군산 금동 흥천사

흔들림 없는 포교원력, 시민들 마음 움직이다

▲ 흥천사는 ‘중고 백일장대회’ ‘외국인근로자 법회’ 등 시대 변화에 따른 수행과 포교 원력의 실천으로 군산지역 중심도량으로 발돋움했다.

군산시 중심에 자리 잡은 월명공원은 군산의 상징이자 시민들의 안식처다. 이곳은 아름다운 서해와 시가지의 모습이 한눈에 펼쳐지고, 벚꽃 화려한 봄과 녹색 향 머금은 여름, 단풍 아름다운 가을, 눈꽃 가득한 겨울 등 사계절 아름다운 풍광을 선사해 군산시민뿐 아니라 군산을 방문한 이들도 즐겨 찾는 장소다. 이 월명공원 초입에 군산시민의 도량 흥천사가 있다. 

기도·정진으로 도량 기반 마련
불사 중심엔 언제나 수행·포교
반야유치원 통해 불연 심어줘
청소년·이주민 위한 불사 매진

흥천사는 우리네 근현대사 속 희로애락을 같이 한다. 출발은 1904년 ‘안국사’였다. 당시 식량과 전쟁물자 반출지였던 군산에는 수많은 일본인들이 거주했고, 이들을 위해 일련종에서 세운 사찰이 안국사였다. 이후 해방과 함께 군산시청이 주인이 됐고, 국군장병 및 전몰군경의 위패를 모신 ‘충의사(忠義祠)’로 활용됐다. 사찰로서 역할을 회복한 것은 1958년이다. 회주 지환 스님이 군산시청으로부터 충의사를 인수해 ‘흥천사(興天寺)’라는 이름으로 다시 산문을 열면서다.

그러나 도량의 위상을 회복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모두가 가난했던 1960년대, 흥천사의 사정은 더욱 열악했다. 수행과 대중포교라는 원력으로 흥천사를 개산했지만, 한국전쟁 중 폭격에 의한 피해로 실상은 폐허나 다름없었다. 더욱이 군산은 세계에서 인구 대비 교회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기댈 곳은 기도와 정진뿐, 더딘 걸음이지만 어려움을 이겨내며 대웅전 보수를 시작으로 요사채와 삼성각 등 도량의 기틀을 마련해갔다.

한편으로 수행과 포교에 집중했다. 도량의 외형이 채 갖춰지기도 전에 룸비니법회를 열어 어린이·청소년 포교에 나섰고, 반야선원을 개원해 수행의 길로 안내했다. 반야선원은 비구니 선객들을 위한 공간뿐 아니라 시민선방도 운영해 지역 내 수행문화 확산에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아쉽게도 반야선원은 무허가 건물이라 10년 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그사이 불교와 군산시민을 위한 불사는 계속 확장됐다. 그중 대표작이 1987년 문을 연 반야유치원이다. 개원 초에는 인근 지역 주민과 불자들 자녀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흥천사에 대한 신뢰와 교육노하우가 쌓이면서 지금은 주거지역과 종교에 상관없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최고 인기 유치원으로 거듭났다. 지금까지 반야유치원을 통해 부처님과 인연을 맺은 어린이만 1500여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성인이 된 졸업생들이 자녀들을 반야유치원에 입학시키는 아름다운 인연도 이어지고 있다.

어르신들을 위한 불사도 빼놓을 수 없다. 흥천사는 1999년부터 매년 어버이날을 즈음해 경로잔치를 열어왔다. 잔치가 열리는 날이면 어르신 1000여명이 찾아와 도량은 물론 월명공원까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어르신 입장에서 보면 다소 불편하고 번잡스러움도 없진 않지만, 정성으로 마련한 정갈한 공양과 흥겨운 축하무대에 그 수고스러움을 마다치 않았다. 경로잔치는 2008년 행사를 마지막으로, 지금은 지역 내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쌀과 연탄 등을 지원하는 것으로 전환됐다.

경로잔치를 준비했던 흥천사의 원력은 청소년 포교로 이어졌다. 매년 개최되는 ‘중·고 백일장대회’가 그것이다. 백일장대회는 부처님의 자비사상을 알리고 청소년들이 자유로운 생각을 글로 표현해 미래의 문학가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됐다. 올해로 9회를 맞는 백일장대회에는 군산지역 20개 학교에서 300여명이 동참하는 명실상부 지역 최고 청소년문학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이 스스럼없이 법당의 문을 두드리고 불교와 불교문화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대중포교의 또 다른 실천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근로자들을 위한 불사도 시작했다. 지역 공단에서 일하는 스리랑카 출신의 외국인근로자들이 법회 볼 곳을 찾아 방문한 것이 인연이 됐다. 이후 흥천사는 불교국가 출신의 외국인근로자들을 위한 법회는 물론 부처님오신날을 즈음해 열리는 체육대회 등을 지원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올 2월에는 착한벗들·전북은행과 업무협약을 맺고, 매주 일요일 외국인근로자 한국어교실을 열고 있다.

흥천사는 군산시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성장해왔다. 지난 60년의 행보처럼 군산시민의 ‘우리절’ 되기를 발원하며 흥천사는 그 원력과 인연을 향해 큰 걸음을 옮기고 있다.

 


“문화대학으로 포교기반 확대 발원”

흥천사 주지 법희 스님

 
“흥천사의 오늘은 회주 지환 스님의 원력에 기인합니다. 회주스님이 펼쳐온 포교불사를 생각하면 만족하고 주저할 수 없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불퇴전의 용맹심으로 정각을 이룬 것처럼 흥천사 사부대중은 수행과 포교의 원력을 구현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정진할 것입니다.”

흥천사 주지 법희<사진> 스님은 ‘정진’을 강조했다. 스님과 흥천사의 인연도 벌써 53년. 지난 시절 지역의 변화를 바라보며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해 실천으로 옮기며 발전해온 흥천사의 역사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한다. 때문에 인연이 다하면 불사를 마무리 하고, 새로운 인연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도 확고하다. 

“백일장대회와 외국인근로자 지원은 앞으로도 지속해야 할 불사입니다. 현재 무엇보다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복전을 일군다는 마음으로 흥천사 대중과 함께 주어진 일들을 수행해가겠습니다.”

지금 스님은 새로운 불사 하나를 준비 중이다. 2015년 10월 낙성한 반야불교회관을 이용해 문화대학을 운영하는 것이다. 현재는 ‘참선교실’과 ‘금강경독송회’가 매월 첫째·셋째 수요일 열리고 있다. 이곳에 다도, 서예, 꽃꽂이, 민화 등 일반인들도 쉽게 동참할 수 있는 문화프로그램 운영을 계획 중이다.

“불교는 종교를 넘어 우리 생활 곳곳에 문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교는 물론 법당 문고리조차 잡아보지 못한 이들이 수두룩합니다. 백일장대회를 통해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사찰을 찾는 것처럼 문화대학은 포교의 또 다른 방편이 될 것입니다. 불교를 배우고 문화를 즐기기 위해 반야불교회관을 찾는 시민들로 가득한 그날을 그리는 이유입니다.”

한편 법희 스님은 1964년 지환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전주 정혜사에서 묵담 스님을 계사로 사미니계를, 부산 범어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니계를 수지했다. 1974년 운문사승가대학을 졸업하고 해인사 선원 등지에서 수선안거했다. 2001년 흥천사 주지 소임을 맡았다.

군산=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387 / 2017년 4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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