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생각속도 느려져
많은 일 하려 욕심 부리니
시간만 더욱 더 부족해져
어린이들 부럽고 부러울뿐
아이들과 같이 지내다 보면 아이들은 뭔가 하지 않으면 지루해 견디지를 못한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하지만 어른들은 늘 시간이 너무 짧다고만 한다. 언젠가 선원에 있을 때 일이다. 오랫동안 말사에서 주지 소임을 보며 불사했던 스님 한분이 방부 들여 같이 좌선을 했는데 정말 졸지도 않고 정진을 너무 잘해서 대중들이 놀라워했다. 해제 무렵 물어봤다.
“소임을 보면서도 정진을 많이 하시나 봅니다.”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서 제법 진지하게 물었는데 너무나 의외의 답이 되돌아와서 놀랐다.
“지난번에 절 요사를 새롭게 짓기로 하다가 선원에 왔는데 가만히 앉아서 어떻게 지을까 이것저것을 생각하다보니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갔네요.”
선원에 와 앉아서 화두는 참구하지 않고 어떻게 지을까 생각에만 몰두하다 보니 졸리지도, 졸지도 않았던 것이다.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겉으로 보기에는 정진에 몰두하는 것만 같았다. 생각이 많으면 시간은 빨리 흐르기 마련이다. 나이든 사람들이 쏜살같이 흐르는 세월을 이야기 하는 것은 대부분 일이 많다보니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느끼는 또 다른 이유가 사실은 생각의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라는 것을 대부분 잘 모른다. 어린 시절 특히, 청년기에 비해 나이가 들면 생각의 속도보다 매우 느리게 된다는 사실을 성인들은 잘 인식하지 못하고 젊은 시절만큼의 일을 하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은 우리들 의지와 상관없이 도도히 흐르고,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이 느린 줄은 모르고 세월이 빠르다고 한숨만 쉬는 것이다.
컴퓨터의 연산처리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데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생각의 속도가 늦어진다. 멀지 않은 장래에 닥쳐올 인공지능의 존재가 가히 공포스러운 것도 이런 이유다.
두려운 미래는 생각보다 세차게 다가오고 희망찬 미래는 애달도록 느리게 느리게만 다가오는데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고 언제나 해맑은 천진불을 보면 안타깝게 느껴진다.
이 밤에도 연꽃노래자랑에 참여하기 위해서 늦은 밤까지 연습하는 어린붓다들을 보니 가슴이 찡하다. 저들에게는 지겨울 정도로 쌓여있는 시간, 시간이 우리에게는 늘 부족하기만 한데. 그러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천진불에게 우리들은 그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이끌고 가르치고 기도하면서도 황금 같은 시간을 한없이 가진 어린이들이 부럽고 부러울 뿐이다.
느리게 살고 싶다. 지루하고 지루해서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느리게 살 수는 없을까? 그럴 수 있다면 100세 인생인들 무엇이 부러우랴! 하지만 빠르게 흐르는 인생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늦추어 우리 어린 붓다들과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을 뿐이다.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1387 / 2017년 4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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