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는 것처럼, 관심을 갖고 소리에 집중하면 지금까지 듣지 못했던 또 다른 소리와 소리의 느낌까지 만날 수 있다. ‘소리 산책’은 주인공이 아빠와 강아지랑 함께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 그리고 근처 공원을 걸으며 경험하는 다양한 소리의 축제를 그렸다.
“아빠와 나와 메이저는 가끔 공원에서도 소리 산책을 해요. 공원은 조용해요. 길에서와는 다른 소리가 들리지요. 아빠와 나는 오솔길을 걸어요. 나는 말하지 않아요. 조용히 듣지요. 아빠의 구두가 오솔길을 걸어요. 그 소리는 부드럽고 경쾌해요. 차박, 자박, 차박, 자박.”
책은 이처럼 아빠의 구두 소리, 강아지 발톱 소리,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딱따구리 소리가 밝고 경쾌한 리듬으로 표현됐고, 동네와 공원의 정다운 풍경은 산뜻한 수채화로 그려졌다.
그렇다면 주인공처럼 말을 줄이고 소리에 집중하며 걷는 것은 어떤 것일까? 안 들리던 소리가 들리고, 늘 듣던 소리가 새롭게 들리는 데서 오는 발견의 기쁨을 찾고, 지루하기만 했던 길이 다양한 소리로 되살아나고, 귀찮기만 했던 걷기가 놀이로 변신하는 놀라움 등을 경험하는 시간이다.한없이 바쁘기만 한 마음과 몸을 멈췄을 때 보이는 것들을, 소리에 집중하고 걸으면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말하지 않고 소리에 귀 기울이며 걷다보면 어느 새 마음이 고요해 지고, 상쾌한 봄 냄새와 불어오는 산들바람의 감촉까지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소리 산책은 오롯이 자신과 주변에 집중하며 세상살이 지혜를 배우는 수행의 길에 다름 아니다. 1만2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387 / 2017년 4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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