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명 움트는 봄날, 자연이 전하는 삶의 지혜

  • 불서
  • 입력 2017.04.11 16:32
  • 댓글 0

‘좋은 봄날에 울지 마라’ / 현진 스님 지음 / 담앤북스

▲ ‘좋은 봄날에 울지 마라’
이 세상 만물이 꿈틀거리며 기지개를 켜고 희망을 노래하는 봄. 하지만 모두에게 따사롭고 희망찬 봄은 아니다. 옛말 그대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인 경우가 허다하다. 피부에 와 닿는 기온은 분명 봄이건만, 처한 상황이나 마음이 아직 봄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뉴스로 전해지는 각종 지표 또한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움츠러든 어깨를 펴지 못하고 불안한 내일을 걱정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봄이 왔어도 봄을 맞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고, 같은 상황을 맞아서도 처한 입장에 따라 생각이 머무는 자리가 다른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이 땅에서 펼쳐지는 봄 잔치에 흔쾌히 동참할 것을 주문하는 이가 있다. 청주 근교 산 아래 작은 암자에 사는 현진 스님이다.

“우리 생애에서 또 한 번의 봄날을 맞이하고 있다 생각하니까 새삼 설레고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이렇게 온 대지의 약동하는 기운과 마주하고 있으니 내 몸에도 생명의 율동들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현대인들의 가슴은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간다는 말이 있는데 그만큼 삭막해서 생명의 싹이 움틀 여지가 없다는 소리다. 봄이 와도 봄을 받아들일 수 없는 감성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심각한 중병이 아닐 수 없다.”

스님은 봄이 와도 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심각한 중병을 치유할 방법을 찾아 나섰다. 누군가 ‘오늘 하루 살아 있음이 축복’이라고 했듯, 스님은 “이 봄날, 생명 있는 것들은 모두 대견하다”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일상에서 소소하게 느끼는 행복을 통해 희망에 다가서는 법을 안내하고 있다.

이 책 ‘좋은 봄날에 울지 마라’는 행복한 삶이 어떤 것일까를 화두 삼아온 스님이 자연에서 찾은 해법이다. 그렇다고 꼰대처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지 마라’는 식의 일방적 주장은 없다. 꽃을 가꾸고, 밭을 일구고, 사람을 만나 나눈 이야기들을 담백하게 옮겼다. 다만, 그 속에서 나타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행복과 연관시켜 풀어냈을 뿐이다.

스님이 자연과 더불어 일상에서 느낀 행복이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오는 책에는 지난 3년간 겪은 사계절 풍경이 담겼다. 스님이 일상에서 느낀 행복 찾기는 단순하다. “불행 요소를 줄이면 행복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여기서 불행의 요소는 불만족, 질투, 비교, 과욕이다. 석공이 돌로 작품을 만들 때 필요 없는 부분을 잘라 버려야 원하는 작품이 나오듯, 불행의 요소를 제거해야 행복이 나타난다는 게 스님의 행복론이다.

▲ 청주 근교 산 아래 작은 암자에 사는 현진 스님이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일상을 글로 옮겼다. 그 속에는 세상살이 지혜가 가득하다.

“날씨도 비 오는 날과 맑은 날이 번갈아 오듯이 나와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 역시 그 사람의 삶이겠거니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사소한 문제로 다툴 수 있지만 크게 보면 백년 뒤에는 모두 사라질 인생. 남을 용서하고 기다릴 줄 아는 것이 서로를 편안하게 하는 길이다.” “잡고, 붙들고, 복수하기 위해 살아가는 인생은 그 자체가 독을 품고 사는 삶이다. 살다 보면 내가 복수해 주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복수해 주는 경우가 있다. 불교식으로 말하면 인과의 율동이다.”

1992년 첫 산문집 ‘삭발하는 날’을 출간한 이래 열 번째 산문집을 선보인 스님이 일상을 풀어놓은 글 속에는 이처럼 출가수행자가 전하는 삶의 지혜도 담겨 있다. “생명이 움트는 것은 자연의 축복이기도 하지만 삶의 기쁨이기도 한 것이다. 철 따라 꽃이 핀다는 것은 참으로 오묘하고 고마운 일이다. 제철이 와도 생명이 침묵하는 세상이라면 얼마나 어둡고 삭막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면 꽃을 맞이하는 반가운 인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는 스님은 글 곳곳에서 ‘지금 사랑하고 행복하라’고 역설한다. 눈부시게 푸르른 날, 지금 내 곁의 사람들을 사랑하라는 것이다.

활짝 피었다가 지는 사과 꽃을 보고 “꽃이 진다고 서러워하거나 속상해하지 마라. 또한 떨어진 꽃잎 주워 들고 울지도 마라. 사과 꽃은 지겠지만 그 자리에 다시 예쁜 사과가 열리듯이 떠나는 것을 슬퍼할 것 없다”며 자연의 이치가 세상살이와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책은 지금 이 시간, 우리들의 지친 삶에 응원이 되고 있다. 1만4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387 / 2017년 4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