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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불교 농락한 이완용

기자명 이병두

어용불교단체 만든 친일파 거두

▲ 일제로부터 받은 훈장을 여럿 달고 있는 이완용. 출처=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완용(1858∼1926)은 악명이 아주 높아서, 이 세상을 떠난 지 100년이 가까워오는 오늘까지도 우리 국민 대부분이 그 이름 앞에 ‘나라를 팔아먹은 나쁜 놈’이라는 뜻의 ‘매국노(賣國奴)’와 함께 그를 기억하고 있다.

독립협회 임원 지낸 명필가
시류 따라 재빠른 변신 거듭
불교계 항일활동 저해 시도
그릇된 비범함이 ‘매국노’로

위 사진은 이완용이 일제가 하사(?)해준 훈장을 여럿 달고 찍은 것이다. 그 이름 앞의 ‘매국노·친일파’라는 수식어를 빼고 보면, 꽤 잘 생긴 얼굴이다. 하긴 그의 생애 자체가 이런 이중적 성격을 갖고 있다. 한때 독립협회 임원을 지낸 명필가로 ‘독립문’ 현판을 써서 남기기도 하였고, 친로파의 중심이었다가 러일전쟁에서 러시아의 패색이 짙어지자 재빠르게 친일파로 변신하여 그 거두가 되었던 것에서 그가 ‘비범(非凡)한 인물’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기는 하다.

다만 그 ‘비범함’이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였다는 것이 그를 ‘역사의 죄인’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그가 죽었을 때에 ‘동아일보’가 사설 ‘무슨 낯으로 이 길을 떠나가나’에서 “앙탈하던 이 책벌을 이제부터는 영원히 받아야지!”라고 쓰고, 최근에는 성난 국민들이 그의 무덤까지 망가뜨리게 된 것은 그의 ‘잘못 나아간 비범함’이 자초한 일이다.

그런데 이 문제의 인물이 일제강점기 한국 불교계의 항일 활동을 막고자 친일 어용(御用) 단체인 ‘불교옹호회(佛敎擁護會)’를 창립하는 등 근대 한국 불교 역사에서도 악역을 맡았던 사실을 아는 이들은 별로 많지 않다. 불교 집안에서는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 그랬을 것이고, 불교 바깥에서는 그가 저지른 죄악이 넓고 깊고 커서 불교 관련 사실의 비중은 크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1917년 2월 총독부의 인가를 받아 창립한 ‘옹호회’는 일제의 조선 병탄에 적극 협력하여 귀족 작위를 받은 이해승·윤택영·박영효 등 26명이 고문에 위촉되었고, 권중현이 회주를 이완용이 평의원장을 맡았다. 설립 취지서에서는 “불교 신앙 수련으로 열심히 일하는 기풍을 진작하고, 충량(忠良)한 신민이 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듯이, 불교 옹호는 다만 명분이었을 뿐이고 우리 국민을 일제에 순응하도록 하는 일에 불교가 앞장서겠다는 것이 실제 목적이었던 것이다.

‘옹호회’ 창립 2년이 지나고, ‘3.1 혁명운동’이 소강상태에 들어가 일제가 겉으로 온건정책을 펴는 시늉을 하던 1919년 10월7일자 ‘독립신문’ 기사에서도 그 본질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이완용이가 일견(日犬; 일본의 개)의 최후 충성을 다하기 위하여 불교옹호회를 조직하였다고 한다. 불교옹호회는 이름뿐이고, 그 실제는 8천 승려를 농락하여 독립운동을 방해하려 하는 데에 있음은 일본사람들이 내는 신문지의 실토라. 아직까지 이런 무리들을 살려두고 있는 것이 우리들의 수치이거니와, 불교옹호회가 이완용 도적 무리(李賊軍)들이 저지르는 마지막 나쁜 짓이 되게 하여야 할 것이다.…”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귀족 외에는 불교계의 참여가 거의 없어서 ‘옹호회’ 활동이 곧 위축되어 다행이지만, 친일파 거두들이 스스로 ‘불교인’이라고 자처하고 있었던 점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가볍지 않다.(이 대목에서 조계종 전국신도회장을 오랫동안 맡았던 전 중앙정보부장 이후락이 떠오르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387 / 2017년 4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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