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 2017.4.30 일 17:38
> 연재 | 신현득의 내가 사랑한 동시
7. 한정동의 ‘굴레 벗은 말’1930년 원고 사전검열 극심했던 때
가장 직설적이고 목소리 큰 항일시
신현득  |  hinhd70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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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12  10:2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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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동(韓晶東)이라면 동요 ‘따오기’(윤극영 작곡)를 떠올린다. 따오기 울음에 곁들여 저세상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동요 ‘따오기’는 초등교육을 거친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애창하는 노래다. 그래서 그의 애칭이 ‘따오기 할아버지’였다.

우리말과 글 사용 못하던 시기
‘자유를 달라’는 한 마디 외침
4개 산 이름과 내 차지·내 땅
2개 시어가 항일시 의미 강화


따오기 할아버지 한정동에게는 동요 ‘따오기’외에도 우리 국민 모두가 알아두어야 할 항일시(抗日詩)가 있다.

‘굴레 벗은 말’

살진 풀도 싫소 싫소
늘 먹는 걸요.
외양간도 싫소 싫소
늘 있는 데요.
뫼뿌리에 닿고 뛰는
굴레 벗은 말.

산에 가면 높아 좋다
껑충 뛰고요
들에 가면 넓어 좋다
달아뺍니다.
멋있게도 뛰며 닿는
굴레 벗은 말.
 
빨가숭이 나도 나도
굴레 벗은 말.
백두 금강 태백 한라
모두 내 차지
거침없이 뛰며 노를
내 땅이라네.
 
이 동요시 ‘굴레 벗은 말’은 방정환이 주간으로 있던 개벽사의 자매지 ‘어린이’가 1930년 2월20일에 발행한 8권 2호(통권 72호), 16~17쪽에 당시의 문법, ‘굴네 버슨 말’이란 제목으로 발표된 항일시다.

이 시가 발표되던 1930년은 광주 학생사건이 전국 학생독립운동으로 파급되던 때였고, 김구 등에 의해 한국독립당이 창립되던 해였고, 한용운 등에 의해 불교계의 독립운동단체 만당(卍黨)이 조직되던 해였다. 이청천 등이 한국독립군을 조직하던 때였고, 신간회에서 김병로를 회장으로 선출하던 해였다.

이러한 독립운동에 맞추어 우리의 동시문단에서 항일시가 만세를 외치며 태어났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오늘의 문학연구자들은 총독부의 원고 사전검열이 있던 그날의 잡지에서 어떻게 이런 항일시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가를 신기하게 여길 뿐이다. 또한 문학 연구자들은 일제 40년의 여러 항일시에서 따오기 할아버지의 항일시 ‘굴레 벗은 말’이 가장 직설적이고 가장 목소리가 큰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시의 내용을 살펴보자.

일제 40년 우리는 굴레를 쓰고 있었다. 주장과 표현은 몰론, 생활 그 자체에서 말하기, 숨쉬기, 걷는 일에까지 굴레가 채워져 있었다. 우리말을 할 수 없었고, 우리글을 배울 수가 없었다. 일제가 만들어 씌운 굴레가 그러했다. 철저한 동화(同化)식민지 정책의 굴레였다. 그러나 이것을 굴레라고 했다간 콩밥신세였다.

그러한 때에 ‘우리는 굴레를 쓰고 있다. 벗겨라!’ 하고 소리친 시가 ‘굴레 벗은 말’의 시구(詩句)다. 이 시의 주제는 ‘자유를 달라!’의 한 마디였다. 시에서 내세운 캐릭터는 굴레를 벗은 말이 아니라 굴레를 쓴 말이다. 그 목소리는 굴레 벗고 싶다, 벗겨라, 굴레를 벗고 자유의 몸이 되고 싶다. 벗게 해다오, 이다.

이런 요구가 이루어진다면, 살진 풀과 외양간을 벗어나 뫼뿌리(산마루)로 달리고, 들로 달리면서 높은 산, 넓은 들에서 자유를 누리겠다는 것이다.

이 시가 항일시로 의미를 강화시킨 것은 ‘백두(白頭)·금강(金剛)·태백(太白)·한라(漢拏)’의 네 개 산 이름과 ‘내 차지’ ‘내 땅’이라는 두 개의 시어다. 야무지게 백두, 금강, 태백, 한라산을 내 땅으로 챙기고 있다. ‘발가숭이 나도 나도/ 굴레 벗은 말/ 백두(白頭)·금강(金剛)·태백(太白)·한라(漢拏). 모두 내 차지/ 거침없이 뛰며 놀을/ 내 땅이라네!’ 시의 결구(結句) 만을 외어도 힘이 솟는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hinhd7028@hanmail.net
 

[1387 / 2017년 4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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