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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수좌 떠받들었지만 도인 얼마나 나왔나”

  • 교계
  • 입력 2017.04.12 18:45
  • 수정 2017.04.13 11:51
  • 댓글 61

송광사 전 율원장 도일스님
간화선 제일주의 풍토 비판
일부 수좌들 무애행도 문제
선한다면서 위패장사에 몰두
선종의 정체성 문제도 비판

▲ 송광사 전 율원장 도일 스님
“그동안 한국불교는 수십년간 선방 수좌를 최고로 떠받들고, 온갖 좋은 공양물을 다 올렸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도인이 과연 얼마나 나왔나?”

송광사 전 율원장 도일 스님이 ‘간화선 제일주의’의 한국불교 수행풍토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도일 스님은 4월10일 부산불교실업인회관 묘광선원에서 개최된 ‘열린불교아카데미 특강’에서 초청법사로 나서 “지금 한국불교는 ‘좌선제일주의’에 빠져 너도나도 좌선을 하고, 도인이 나오길 바라고 있다”며 “그러나 가만히 앉아 있다가 한방에 다 깨닫는 그런 경지는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도일 스님의 이 같은 비판은 화두선 중심의 한국불교 수행풍토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도일 스님은 이날 “우리가 믿고 있는 불교가 제대로 된 불교인지 의문을 가져야 할 때”라며 “제대로 된 불교라면 한국불교가 현재와 같은 이런 난맥상에 빠질 이유가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스님은 “부처님 법은 하나인데 여기서는 이렇게, 저기서는 저렇게 말을 하면서 불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며 “한마디로 한국불교의 지금 모습은 ‘짬뽕불교’다. 뭐가 부처님 말씀인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조사선을 제일로 여기고, 부처님 방식대로 공부하는 것을 하근기 수행으로 치부하고 있다”면서 “조사선이 제일이라면 왜 불교공부를 하는 것이냐, 차라리 ‘조사교’라고 하는 것이 맞지 않냐”고 반문했다.

도일 스님은 한국불교에서 원효 대사와 경허 스님을 승가의 사표로 삼는 것도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스님은 “원효 대사가 위대한 분인 것은 맞지만, 그 분은 (결혼을 했기 때문에)승가로서 실패한 분”이라며 “그분이 승가의 모델이라면 지금 스님들은 모두 결혼을 해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도일 스님은 경허 스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스님은 “경허 스님이 깨달음을 얻기까지 치열하게 정진한 그 모습은 충분히 본받을만하다”며 “그러나 깨달았다는 미명하에 부처님이 인정하지 않았던 그 이상한 행동들까지 미화시켜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처님은 가장 위대한 깨달음을 얻은 분이지만, 깨닫고 난 이후 아무렇게나 행동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무애행’을 미덕으로 여기는 일부 수좌들의 그릇된 불교관에 대해 일침을 가한 셈이다. 도일 스님은 이어 “우리의 판단 기준은 항상 부처님의 법이 돼야 한다”며 “그런데 그런 것을 하지 않으면서 한국불교가 혼돈에 빠지게 됐다”고 진단했다.

▲ 도일 스님은 4월10일 부산불교실업인회관 묘광선원에서 개최된 ‘열린불교아카데미 특강’에서 초청법사로 나서 “지금 한국불교는 ‘좌선제일주의’에 빠져 너도나도 좌선을 하고, 도인이 나오길 바라고 있다”며 “그러나 가만히 앉아 있다가 한방에 다 깨닫는 그런 경지는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도일 스님은 또 간화선 제일주의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비판을 이어갔다. 스님은 “많은 분들이 간화선을 불교수행 가운데 제일로 여긴다”며 “그러나 그것이 정답인지 의심하지도 않고, 오직 화두를 들고 수행한다는 자만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한국불교의 가장 큰 문제는 부처님 법에 묻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부처님은 성도 이후 45년간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 법 안에 정진해야 할 내용들이 다 들어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오로지 ‘이뭣꼬’만 붙잡고 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한 발 더 나아가 “한국불교는 수십년간 선방 수좌들을 최고로 떠받들고 온갖 좋은 공양물을 올렸다”면서 “그런데 그렇게 해서 과연 도인이 얼마나 나왔냐”고 반문했다. 스님은 또 “선종에서 소위 일가를 이뤘다는 유명한 스님치고 선방에서 죽치고 있었던 사람이 있었느냐”며 “너도나도 좌선을 해서 도인이 나오길 바라고 있지만 그렇게 해서 도인이 나오는 것은 요원하다”고 몰아붙였다.

도일 스님은 한국불교 선종의 정체성 문제도 거론했다. 스님은 “요즘 (참선하는) 스님들이 만년위패를 팔아서 먹고 살고 있다”며 “이것이 선종의 전통에 맞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스님은 이어 “선종의 전통은 직지인심(直指人心), 즉 둘러서 가는 게 아니라 바로 정곡을 찌르는 것”이라며 “그런데 귀신을 팔면서 선을 이야기하는 게 가당키나 한 말이냐”고 지적했다.

때문에 스님은 한국불교 변화를 위해서는 부처님 정법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부처님은 관습에 의지하지 말고, 말에 현혹되지 말며 오직 법에 의지하라고 말씀하셨다”며 “이렇게 부처님 법을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짬뽕불교’로 전락한 한국불교를 바꾸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388호 / 2017년 4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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