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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위 논란’ 증도가자, “보물 가치 없다” 지정 부결

  • 성보
  • 입력 2017.04.13 18:03
  • 수정 2017.04.13 19:14
  • 댓글 0

4월13일, 문화재위원회 발표
서체분석·주조재현 검증 결과
“‘증도가’ 인쇄 활자 아니다”
고려금속활자 가능성은 인정

▲ 문화재청은 4월13일 국립고궁박물관 별관 강당에서 ‘증도가자 보물 지정 신청에 대한 문화재위원회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며 비상한 관심과 함께 진위 여부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증도가자’가 ‘증도가’를 인쇄한 활자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다만, 고려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 가능한 기존의 방사성탄소연대측정 결과들은 어느 정도 신빙성 있는 것으로 판단돼 고려금속활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은 4월13일 국립고궁박물관 별관 강당에서 ‘증도가자 보물 지정 신청에 대한 문화재위원회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증도가자’는 보물 758호인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를 찍는 데 사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금속활자다. 현재 금속활자본은 전해지지 않지만 1239년 복각본(목판에 다시 새겨 찍어낸 책)이 전해지고 있다. 2011년 문화재청에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 신청된 이후 진위 논란이 이어지다 2015년 구성된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 주도로 조사가 진행돼왔다.

이날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그간 조사 결과를 종합해 “‘증도가자’가 보물로서의 가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다”고 결론을 내린 뒤 보물 지정 신청을 부결했다. 문화재위원회는 우선, ‘증도가자’에서 채취한 먹을 기반으로 실시됐던 방사성탄소연대측정 결과들에 대해서는 “분석의 신뢰성을 의심할 만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확인했다. ‘증도가자’의 방사성탄소연대측정에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일본의 팔레오 라보(Paleo Labo), 서울대 기초과학공동기기원 등이 참여했으며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총 4차례에 걸친 분석 모두에서 고려시대 연대를 나타나는 11세기 초 하한~13세기 초 측정값들이 도출됐다.

증도가자.
이에 대해 문화재위원회는 연대측정에 참여한 분석기관들이 국내외를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인정했으며 시료로서 활용한 먹에 대해서도 선정 및 채취 과정상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먹의 시대별 성분에 대한 데이터가 구축돼있지 않다는 점과 ‘증도가자’가 유구에서 출토된 유물이 아닐 수 있다는 의문이 학계에서 제기된다는 점 등을 들어 다른 과학적 증거와의 비교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이러한 방사성탄소연대측정과 달리 서체분석과 주조·판 검증 결과에 있어서는 ‘증도가자’가 ‘증도가’를 인쇄한 활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명확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문화재청은 현존하는 3종의 번각본 ‘증도가’ 중 가장 앞선 것으로 판별된 ‘삼성본’을 기준으로 서체분석을 실시했다. 서체 유사도 통계수치에 대한 비교대상은 ‘임진자’ 활자와 ‘임진자’ 복각본을 선정했다.

그 결과 ‘윤곽선의 분포 기반 수학적 계산’에 있어 ‘임진자’의 유사도는 평균 0.95인 반면 ‘증도가자’는 유사도 평균이 0.92로 낮았다. ‘객관적 수치화를 통한 기계학습’ 방법에 있어서도 ‘임진자’는 79.2949였지만 ‘증도가자’는 74.6919로 “유의미한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는 설명이다. ‘1:1 중첩비교를 통한 중첩율 비교’ 또한 ‘증도가자’는 서책의 글자와 비교해볼 때 획의 위치, 각도, 굵기 등에서 일관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3D 프린터를 활용한 주조 재현 실험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증도가자’가 목형을 활용한 사형주조법(모래주형을 사용해 주조하는 방법)으로 만들었다는 보물 지정 신청 측 주장을 검증해보기 위해 모형 제작을 시도해봤으나, 이 방식으로는 ‘증도가자’와 형상·치수가 동일한 활자를 만들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증도가자’가 글자면과 바탕면을 분할한 부자(父字, 목형)로 제작됐다는 주장 역시 실제 실험 결과 상하가 어긋나버려 활자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판 실험에서도 ‘증도가자’ 중 홈형·홈날개형 활자 모두에서 조판이 불가능한 것들이 발견됐고 홈형·홈날개형의 혼합조판에서는 1행 15자로 된 ‘증도가’ 서책과 달리 1행 14자만이 들어가 좌우 열이 균일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들을 통해 문화재위원회는 ‘증도가자’가 ‘증도가’를 인쇄한 활자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고, 결국 보물 지정 신청을 부결했다. 하지만 “고려금속활자 여부에 대해 검토한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을 비롯한 과학적 분석에 의하면 고려시대에 제작된 금속활자일 가능성은 있다”며 “차후 출처와 소장경위, ‘증도가자’와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청동수반·초두와의 비교조사 결과 등을 새로운 증거로 첨부해 ‘고려금속활자’로 지정 신청이 들어온다면 재심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증도가’를 인쇄한 활자인지를 두고 진행돼왔던 논란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증도가자’가 ‘고려금속활자’일 가능성이 공식적으로 확인됨으로써, 차후 이와 관련된 새로운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88호 / 2017년 4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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