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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스님과 초라한 전북봉축탑

  • 기자칼럼
  • 입력 2017.04.14 13:12
  • 수정 2017.04.17 17:38
  • 댓글 18

[기자칼럼] 신용훈 전북주재기자

▲ 4월8일 열린 전북봉축위원회 봉축기념탑 점등식 모습. 4각 철골기둥에 오색연등만 주렁주렁 매달린 초라한 모습에 적지 않은 불자들이 실망감을 표출했다.
지난 4월8일, 봉축기념탑 점등식을 보기 위해 전주공설운동장을 찾은 전주시민과 불자들은 아연실색했다. 4각 철골기둥에 오색연등만 주렁주렁 매달린 봉축기념탑을 보았기 때문이다. 전북봉축위원회(위원장 성우 스님)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전북불교계를 대표하는 상징물로 만든 기념탑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초라했다. 이에 많은 스님과 신도들이 봉축기념탑을 외면했으며 부끄러움을 토로하는 광경을 지켜봐야 했다. 지난해 봉축기념탑은 보물 제25호 김제 금산사 오층석탑을 모델로 제작했고, 모두의 박수를 받을 만큼 아름다웠다. 지난 1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전북봉축위원회가 금산사 오층석탑이 모델인 봉축기념탑을 사용하기로 업체와 계약한 것은 2014년이었다. 대금은 3년간 매년 나눠 결제하기로 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는 애초 계획대로 결제가 이뤄졌지만, 부식 등으로 노후화됐던 탓에 올해 해당 업체와 새로운 봉축기념탑 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북봉축위원회가 느닷없이 제동을 걸었고, 비참한 몰골의 철골구조물만이 초라한 풍경을 자아내며 전주공설운동장 광장을 지키게 됐다.

▲ 지난해 전북봉축위원회가 설치한 봉축기념탑 모습. 금산사 오층석탑을 모델로 한 것으로, 그 모습을 잘 표현해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러한 결정 배경에는 전북봉축위원장 성우 스님의 의견이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들이 많다. 실제 봉축사에서 성우 스님은 봉축기념탑에 들어갈 예산을 아껴 지역민들의 장기 부실채권을 저가로 매입해 빚을 탕감시키는 데 사용하겠다고 설명했다. 그것이 꼭 필요한 사업이라도 부처님오신날 행사의 상징격인 봉축기념탑 예산을 아껴야 하는지에 대한 비판의 시선은 여전하다. 게다가 이처럼 ‘참혹한’ 모습일 바에야 아예 봉축기념탑 자체를 세우지 말고, 돈을 더 아껴 기부해버리는 게 낫겠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전북봉축위원회는 그동안 숱한 비판을 받아왔다. 1억원의 적지 않은 예산을 집행하면서도 1년에 한 번뿐인 회의에서 지출안을 단지 낭독하는 수준으로만 통과시키는가 하면, 봉축일정과 예산집행을 성우 스님을 통해서만 결정해 원성이 자자했다. 전북봉축위원회에는 성우 스님이 주지로 있는 금산사뿐만 아니라 태고종, 천태종, 총지종, 보문종, 용화종 등 각 종단 사찰과 많은 신행단체들이 동참하는 연합기구다. 그런데도 분담금을 내는 사찰과 단체들조차 의사결정에 전혀 참여하지 못한다는 반발이 불거지고 있다.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식상한 형식에 예산조차 미미한 상황에서 부처님오신날 행사는 봉축기념탑처럼 점점 궁색해지고 참여인원마저 크게 줄고 있다. 특히 전북봉축위원회는 청소년생명평화실천단과 대학생들의 ‘세월호’ ‘평화의 소녀상’ 캠페인에 거부감을 표명함으로써 그간 봉축분위기를 띄우는 데 크게 일조해왔던 이들이 불참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번 봉축기념탑에 쏟아진 한숨들이 일시적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렇게 초라한 봉축탑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왜 불교 이미지를 땅바닥으로 떨어뜨리나” “분담금은 함께 냈는데 왜 독단적으로 결정하나” “스님이 한 일인데 부끄러움은 왜 불자들의 몫인가” 등 탄식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신용훈 기자
금산사는 전북불교 대표 사찰이고, 금산사 주지는 전북지역의 대표 스님이다. 그런데 지금 전북불자들은 금산사에 신뢰를 잃어가고 있으며, 성우 스님이 전북불교를 대표하는지에 대한 회의도 커지고 있다. 그것을 되돌리는 유일한 길은 ‘소통’일 것이다. 이번 일이 금산사와 성우 스님이 다시 신뢰와 존경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boori13@beopbo.com

 

 

[1388호 / 2017년 4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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