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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방 스님과 현대인

기자명 이동식

“자. 눈을 감지 마시고 아랫배로 최대한 숨을 천천히 들여 마시고 숨이 가빠지면 천천히 다시 내보내세요. 호흡이 안정되면 생각을 한 곳에 모으고 물어보는 겁니다. 이것이 무엇이냐? 이 몸뚱어리를 이끌고 가는 ‘나’라는 놈은 대체 무엇이냐? 그것이 하나의 화두(話頭)로 하고 끝없이 묻고 들어가는 것입니다.”

현대 한국불교 수행법의 골간은 간화선(看話禪)이다. 화두(話頭)를 참구하여 본래 성품을 바로 보는 참선법이다. 본래 성품을 보면 깨닫는 것이 된다. 화두란 이 세상의 온갖 말과 생각으로는 알 수 없는 의문의 대상이다. 그 화두를 알기 위해 의심하여 온 마음이 화두와 하나가 되어 마침내 그 화두를 타파하는 것, 그것을 깨달음, 곧 견성성불(見性成佛)이라 한다.

화두를 타파하면 꿈에서 깨어난 것과 같고 하늘에 백천 개의 해가 비치는 것과 같다고 한다. 이 경지는 말로도 글로도 설명할 수 없다. 깨달은 세계는 허공과 같이 무한히 넓고 깨달으면 자율적이고 능동적이고 한 없이 자비로우며, 진정으로 자유자재한 대자유인이 된다고 한다. 스스로 물을 마셔보아야 차갑고 더운 것을 아는 이치와도 같다고 한다.

이처럼 깨달음의 경지는 모든 이들이 추구하는 수행의 목표이다. 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스님들은 무더운 여름, 추운 엄동설한 두문불출하고 선방에 틀어 앉아 끊임없이 수행한다. 요즈음에는 일반인들도 앞다투어 절에 들어와 참선을 한다. 그들은 생각이 그 끝에 도달할 때까지, 아니 생각이 그 끝과 뿌리를 뚫고 지나가 생각 자체가 없어질 때까지 정진한다.

그런데 조계종의 어느 높은 분은 “지난 50여년간 조계종단 출가자 50여만명 가운데 깨달음에 이른 수행자는 20여명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수많은 스님들이 밤낮으로 매달리지만 겨우 스무 명 정도라니 과연 깨달음은 어려운 모양이다. 그래도 스님들은 참선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 말씀하신다.

일반인이나 외국인들이 절에 가서 템플스테이를 하게 되면 아침과 저녁 예불을 하고 나서는 참선을 배운다. 절차도 단순하고 설명도 간단하다. 참선을 하면서 “나를 바로 보라”고 하는데 나는 보이지 않고 가부좌한 다리만 아프다. 그러다보니 다른 의심이 드는 것이다. 이렇게 힘든 깨달음이 우리 불교의 궁극적인 목표이며 그게 석가모니 부처님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려고 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우리는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취직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지, 인생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을 해서 어떻게 사는지, 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길 경우 어떤 해결방법이 있는지, 내가 하는 사업이 잘 될 것인지 등등 수많은 문제와 부딪친다. 그런 문제에 해답을 누군가로부터 얻고 싶어 한다. 그런데 참선으로 자기를 바로 보면 다 풀리는 것인가? 머리에 몽둥이질을 해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는 선사들의 기행과 선문답은 우리 현대인들에게 무엇을 주는가?

용맹정진이라는 이름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몇 달을 간다거나 몇 년 동안 눕지 않고 수행하는 장좌불와(長座不臥), 방 안에서만 꼼짝 않고 몇 년을 버티는 수행담들이 21세기를 사는 한국인들이 찾는 물음에 어떤 해답을 주고 있는가?

우리의 삶은 내려놓을 대상이 아니라 열심히 대적하고 부딪혀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참선에 집중해 자기를 내려놓으면 해결이 되는가? 젊은이들은 의심 많고 걱정 많고 너무 바쁘기에 참선에 몰입이 잘 안 된다고 한다.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변하는 현대라는 시점에서 우리는 삶의 목적과 방향을 잃고 있다.

불교가 이런 시대적 상황에 어떻게 부응하고 있는가? 절의 스님들은 이런 고민을 함께할 수 있는가? 현실세계를 살아가며 만나는 많은 문제들에 우리 불교가 일일이 구체적인 답을 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그 고민을 이길 의지나 힘을 불어넣어준다면 더 많은 젊은이들이 더 자주 절에 오지 않겠는가?

이동식 언론인 lds@kbs.co.kr
 

[1388호 / 2017년 4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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