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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행복을 보호하는 방법

기자명 원빈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7.04.17 13:34
  • 수정 2017.04.17 13:37
  • 댓글 0

몸·마음 관찰해 변화시키면
행복으로 빛나는 하루 만날 것

군대에서 병사들과 법회를 할 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스님을 처음 보는 사람 있니?"

의외로 많은 병사들이 스님을 생전 처음 본다는 대답을 합니다.

요즘 스님 보기가 참 어려운 시대입니다. 스님의 절대적인 숫자가 줄어들기도 했고, 사찰이 산 속에 있는 경우가 많으니 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스님은 희귀한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죠. 부처님 당시에는 이와 반대의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스님들은 마을 1시간 내외의 거리에서 살며 매일 탁발을 하셨기 때문에 친근하고 익숙함의 대명사였죠.

'어떻게 하면 스님들을 익숙하게 할 수 있을까?'

작년부터 제가 가지고 있는 화두입니다. 그 방법으로 지역가정법회를 기획했지만 한번 실행을 해보고 더 이상 진전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왜 한 번만 하고 안 했냐고요? 사람들은 제가 방송, 강연, 법회 등에서 말하는 모습을 보고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원빈스님은 말을 참 잘해.'

그런데 이 생각은 틀렸습니다. 저를 만난 사람들은 말을 잘 못하는 제 모습에 충격을 받고는 하니까요. 정확히는 말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쓸데없이 말하는 것을 싫어하기에 대화의 명확한 주제가 없거나, 질문이 없으면 그저 묵묵하고 고요히 있을 뿐이죠.

가정법회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첫 법회를 갔습니다. 특별한 질문이나 주제 없이 덕담, 설법을 해달라고 요구하더군요. 난감했습니다. 여기에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을 너무나도 힘들어하는 성향이 더해지자 이런 결론이 난 것이죠.

'가정법회는 못 하겠다!'

올해가 시작되면서 다시 가정법회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재가불자들이 요구하는 경우에 스님을 집으로 공양청 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스님에 대한 친근감과 신심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요소였죠. 즉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법회는 부처님의 말씀을 따르는 중요한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의무라는 것은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이기에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정법회를 다른 방법으로 할 수 없을까?'

오랜 고민 끝에 ‘가정법회’ 이름을 ‘가정명상법회’로 바꿨습니다. 명상이라는 단어가 붙음으로 인해 그 성격과 프로그램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죠. 가정명상법회는 큰 공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제 없는 말을 많이 할 필요도 없죠. 명상을 이어나가며 생긴 궁금증을 인터뷰해주는 것이기에 질문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 됩니다.

법회를 이끌어나가야 되는 제가 잘 못하는 것은 제거하고, 잘 할 수 있는 것만 남겨서 프로그램을 새롭게 꾸민 것입니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동안 해야 하는 수많은 일 중에는 하고 싶은 일도 있지만 하기 싫은 일도 참 많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것도 괴롭지만 하기 싫은 일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도 정말 괴롭죠. 만약 하기 싫은 일이 '의무'라는 이름으로 덧씌워져 있다면? 그 일이 고통의 원천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일이 내 인생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죠. 그 일이 내 하루의 행복을 망치는 오염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의무라면 그 일을 즐겁게 해야 우리들의 인생이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우리는 스스로의 행복을 보호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내가 행복하고, 그 영향으로 주변이 행복해지며 다시 그 영향으로 세상이 행복해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마음을 바꿔보죠. 싫어하는 것에서 벗어나고 진절머리 내기보다는 마음을 조금 바꿔보는 것이 어떨까요? 그냥 다짜고짜 생각을 억지로 바꾼다고 그 상황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의 몸과 마음 그리고 상황을 잘 관찰해보면 싫어하는 그 일을 좀 할 만하게 바꿀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고, 어쩌면 좋아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을까요?

진절머리 내는 그 감정을 잠깐만 내려놓고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해야 하는 친구에게 조언하듯 객관적으로 스스로의 상황을 잘 관찰하고 전략을 짜보세요. 한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바뀌는 것은 진실이지만 이 한 생각을 바꾸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그 모든 노력들은 숨겨진 진실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올바른 노력으로 스스로의 생각을 바꿀 때 당신이 살아가는 하루의 행복은 밝게 빛날 수 있을 것입니다.

[1388호 / 2017년 4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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