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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 정진희의 사찰미술여행
8. 나무 물고기-목어물고기로 환생한 과보 경각심 일깨우려 조성
정진희  |  jini54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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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18  13: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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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어도, 19세기, 70×510㎝, 제천 신륵사 극락전 박공 널판.

어디선가 바람이 꽃 내음과 함께 살랑이며 불어오더니 고요한 수면에 반짝이는 윤슬을 만들고 건너간다. 겨우내 오가며 물이 꽁꽁 언 연못을 보고 물고기가 있을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었는데 어디서 어떻게 나왔는지 떼 지어 다니는 새끼 물고기들이 봄맞이를 하고 있다. 미술품으로 모습을 나타낸 물고기는 다양한 의미를 갖는데 한 번에 수많은 알을 산란하여 종족을 퍼트리기에 다산하여 자손이 번창되라는 뜻이 있고, 눈을 뜨고 밤을 지새우는 습성 때문에 문이나 가구의 잠금 장식으로도 애용된다. 한자로 궁궐과 음이 같은 쏘가리(?, 궐)는 대궐에 들어가 출세하라는 뜻을 가지는데 이는 물결무늬와 함께 그려진 잉어와 같은 등용의 의미가 있다. 그리고 ‘금이 많다’라는 뜻의 중국어와 발음이 비슷한 금붕어는 부귀영화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화폭에 그려진다.

울림용 도구인 나무판서 시작
흐트러진 마음 다잡는 의미로
물고기형상 소리 공양구 발전
물고기 몸·용 머리 주전자도


살아있는 동물의 사육을 피하는 사찰에서도 물고기만은 예외로 취급하여 연꽃이 곱게 핀 못에 울긋불긋한 잉어와 금붕어를 놓아기르는 곳이 많다. 사실 부처님이 계신 법당 곳곳에도 물고기는 있다. 성불을 상징하는 용이 중생을 의미하는 물고기를 입에 물고 승천하는 모습은 사찰 전각의 천정 장식으로 심심찮게 등장한다. 불국사와 문경 대승사 금당의 공포에는 물고기를 입에 문 용이 금방이라도 밖으로 튀어 나올 듯이 조각되어 있고 부안 내소사 금당에는 한 마리 용이 입에 물고기를 물고 대들보를 휘감고 올라가 있다. 서방 극락 정토의 연못을 조각으로 표현한 불단에는 연화화생하는 인물들 사이로 물고기가 노닐고 법당의 창살문에도 연꽃 사이로 물고기가 헤엄치며 추녀 끝 풍경을 지나는 바람은 물고기를 움직여 소리를 낸다.

제천 신륵사 극락전 박공의 널판에는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입에서 토해내고 그 작은 물고기 입에서 더 작은 물고기가 나오는 토어도(吐魚圖)가 그려져 있다. 사찰의 물고기 그림 가운데 크기 면에서 아마 첫 손가락에 꼽힐 것 같은 이 그림의 내용은 다음과 같은 부처님의 전생설화를 그린 것이다. 부처님이 전생에 보살행을 닦을 때 큰 물고기에게 잡아먹히는 작은 물고기를 가엾이 여겨 가장 큰 물고기를 잡아 멀리 보내어 작은 물고기들의 걱정을 덜게 하였다고 한다. 이후 작은 물고기가 자라서 경어(鯨魚)의 왕으로 태어나게 되었는데 바닷가에 기근이 들어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처지에 다다르자 경어는 자신의 몸을 물 밖으로 드러내어 기근을 구해주었다는 내용이다. 고개를 들어야만 보이는 곳에 자기의 몸을 희생하는 최상의 보시를 그려 대중에게 보여주는 까닭은 그 가치가 한없이 높고 커서 고개를 들어 우러러 봐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 파주 보광사 만세루 목어.

사찰 미술품으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물고기는 단연 범종각에 걸려 있는 목어이다. 스님들이 기도 드릴 때 손에 들고 치는 목탁과 구분하기 위해 목어라고 구별하여 부르지만 애초에 사용되는 의미가 서로 비슷하였기에 일본과 중국에서 목탁은 목어라 부른다. 나무로 만든 물고기형 법구는 어판(魚板)이라고도 하는데 흔치 않지만 교토 오바쿠산(黃檗山) 만푸쿠지(萬福寺) 회랑에 걸린 어판처럼 배에 구멍을 뚫지 않고 몸통을 쳐서 소리를 내는 것도 있다. 목어의 유래는 다양하다. 1695년 성총 스님이 주해를 붙인 ‘치문경훈주’에 따르면 옛날 절을 가진 한 비구가 시주물을 탐내 아무 곳에 써버린 죄로 마갈타국(摩竭?國)의 큰 물고기가 되었다. 물고기 몸을 받고도 계속해서 작은 물고기를 탐내고 같은 동료를 많이 죽여서 그 죄로 무량의 고통이 따르는 지옥에 떨어지게 되었다. 이후 승가에서는 나무로 물고기형태를 만들어 그것을 두드리면서 모든 승려들에게 경계심을 갖게 하였다고 한다. 또 다른 설에 의하면 옛날 한 스님이 부처의 가르침을 전하는 스승의 말씀은 전혀 듣지 않고 맘대로 뜻대로 살다 죽었다. 죽은 뒤 곧 저승으로 끄려간 그 승려는 물고기로 환생하는 과보를 받는데, 태어나 보니 등에 나무가 한 그루 나서 풍랑이 일 때마다 흔들려 등이 갈라지고 피가 흐르는 고통을 당하게 되었다. 어느 날 스승이 배를 타고 건너다 물고기로 변하여 고통받고 있는 제자의 모습을 보고 가엾이 여겨 수륙재를 베풀어 해탈성불하게 하였다. 이에 제자는 지난 날 자신의 잘못을 깊게 뉘우치고 등에 난 나무로 물고기 형상을 만들어 자신과 같은 길을 가지 않도록 수행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달라고 하였다. 교훈적 내용이 담긴 이 이야기는 유아들이 읽는 동화책으로도 만들어질 만큼 극적인 요소도 있어 사찰의 벽화 주제로 애용되어 그려지기도 한다.

옛 기록들을 보면 목어는 특정한 시각을 알리기 위한 울림용 도구로 사용하였던 나무판에서 시작됐으며 시대가 흐르면서 수행자의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는 의미가 더해져 물고기형상을 하게 되고 더 나아가 수중중생을 구제하는 소리 공양구로 발전되고 있다. 물고기의 몸통을 파서 소리를 내게 만든 목어는 ‘목어가 속을 비운 이유는 가질게 무엇 있냐는 것이다’라던 시인의 말처럼 욕심을 비우라는 뜻을 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선시대 후기 유행하였던 민화 가운데 입신양명을 기원하며 그려졌던 어변성룡도(魚變成龍圖)처럼 사찰의 목어 가운데도 물고기의 머리를 입에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으로(龍頭魚身形) 나타낸 예가 많다. 절집에 걸린 어변성룡을 표현한 목어의 뜻은 중생을 의미하는 물고기가 불도를 열심히 닦아서 해탈성불을 상징하는 용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불교가 국교였던 고려시대 만들어진 국보 61호인 청자 어룡형 주자도 물고기 몸에 용의 머리를 하고 있다.

   
▲ 마갈어문동경, 고려(조선고적도보).

필자는 용의 머리에 물고기 몸을 한 목어를 볼 때마다 앞서 부처님의 전생 설화에 나왔던 큰물고기를 의미하는 마카라(MAKARA)가 떠오른다. ‘현우경’에서는 가뭄으로 인한 기근에 자신의 몸을 보시하여 사람의 생명을 구한 큰 물고기를 마카라라고 하는데 힌두신화에서 악어, 코끼리, 물고기가 합성되어 표현된 상상의 동물인 마키라는 동남아시아 사찰장식으로 주로 이용되는 모티프이다. 물과 풍요를 의미하고 불법을 수호하는 역할을 하는 마카라는 대게 상서로운 기운을 뿜어내기에 크게 입을 벌린 형태로 표현되는 특징을 보이는데 고려 동경에 새겨진 마카라 역시 크게 입을 벌리고 있다. 구름이 표현된 창공으로 날아오른 두 마리의 마카라가 좌우대칭으로 마주보며 동경의 손잡이를 향해 입을 벌린 모습은 마치 하나의 여의주를 두고 겨루는 모습 같기도 하다.

‘잡보장경’에서 마카라는 뇌수에 금강견(金剛堅)이라 부르는 여의주를 품고 있는 큰 물고기로 풀이하고 금강견은 모든 독기를 사라지게 하고 병을 낫게 하며 원수와도 친교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을 갖는 보물로 기록하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척을 지고 살 수밖에 없는 이 사바세계에 사는 필자는 종각에 걸려있는 여의주를 입에 문 목어가 정말 세상의 모든 병과 마음에 맺힌 원수까지 친선(親善)의 관계로 맺어주는 금강견을 물고 있는 마카라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부질없이 해본다.

정진희 문화재청 감정위원
jini5448@hanmail.net
 

[1388호 / 2017년 4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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