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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행일기] 김영은

기자명 법보신문

대대로 불교집안서 태어나
친정엄마와 인근 절 다녀
빌기만 하는 신행 넘어서
미용기술 살린 봉사 소망

▲
46, 대법행

난 얼마나 부처님께, 부처님 가르침에 가까이 다가갔을까.

조상 대대로 불교집안이었다. 소위 모태신앙이라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린 시절부터 절에 갔다. 20대에는 절에 다니며 가족들을 부처님 가르침으로 안내했다. 지금도 열심히 다니고 있고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다닌다. 내가 절에 다니면서 느끼는 행복을 우리 가족들도 같이 느끼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기도하는 게 좋다. 절에 가서 부처님을 뵙고 청정도량을 거닐면 참 마음이 편하다. 내 마음과 몸이 달라지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1주일 동안 도시생활에 찌들어 지친 심신이 가벼워진다. 어깨에 올라와 있는 무거운 짐들이 풍경 흔드는 바람에, 목탁소리에 다 씻겨 내려간 듯 하다. 그렇게 힐링이 되면, 내 얼굴에서는 웃음이 가득해진다. 마치 한 송이 아름다운 연꽃이 피는 기분이다.

그래서 집과 멀어도 절에 가서 기도하고 도반들과 신행생활을 했다. 친정어머니와 함께 시간 나면 가까운 절에 자주 가는 편이다. 10년 넘게 화성 신흥사 부처님께 인사드리다 이사한 뒤부터 남한산성 장경사를 다닌다. 작은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오전 중 잠깐 시간을 내서 절에 가 기도하고 돌아와 오후에 영업을 한다. 사찰에 큰 행사가 있으면 일손을 거들기도 했다. 아무래도 생업으로 미용실을 하다 보니 주말에 시간 내기 어려워 주로 평일에 절을 찾는다.

가끔, 내 기도를 생각한다. 나인지, 친정어머니인지 아니면 가족인지 누구의 행복을 위해서일까. 또 무언가 부처님께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지 않나 돌이켜본다. 누구나 인생 최대목표로 행복을 말한다. 내가 꿈꾸는 행복은 어디에 숨어있나. 내 몸의 행복인가, 마음의 행복인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행복이란 어떤 알 수 없는 공(空)을 좇아다니고 있는 게 아닐까.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행복을 왜 마음 밖에서만 찾으려 했을까 후회도 한다. 행복을 찾아 지금까지 엉뚱한 곳을 헤매고 다녔다는 사실을 인지하기란 쉽지 않았다. 행복이 어떤 특정한 곳에 꼭꼭 숨어 있는 게 아니라 내 마음속 가까이 모습을 감추고 있음에도 말이다. 부처님 가르침 또한 행복의 열쇠가 아니었던가.
한 번쯤 내가 누구인가에 대해 관심 갖고 자문할 일이다. 어디에서 왔고 왜 지금 이곳에 존재하며, 어떻게 이 세상을 살다 어떤 모습으로 어디로 가는지…. 지구라는 별에 빈손으로 와서 무엇을 얼마나 손에 쥐고 어디로 가려고 하는 것일까. 거듭 생각해보면 참 신비하고 알 수 없는 수수께끼다.

내 집, 내 새끼, 내 돈, 내 아내, 내 남편…. 나 아닌 것과 단단히 벽을 쌓고 금을 긋고 차단하고 있다. 내가 단단한 만큼 벽에 가려진 남이 생긴다. 그리고 계속 내 쪽에 무엇을 끌어다 놓고 그것을 내 것으로 삼으려 한다. 마치 누에가 고치를 짓고 그 곳에 들어앉아 있는 것처럼. 나를 중심으로 하나의 단단한 나만의 행복한 둥지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 좋은 일 생기면 내 복이요 나쁜 일 생기면 남 탓으로 돌린다. 나 역시 그랬다. 처음 본 사람은 남이요 가까운 곳에 사는 이는 이웃이었다. 가족 같이 지내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나나 내 가족에 해가 될 경우 바로 등을 돌리기도 한다.

부처님 공부 더 하고 미용기술 살린 봉사도 하고 싶다. 그래서 디지털대학 신도전문과정에 입학했다. 손님이 뜸한 시간에 동영상을 보면서 공부했다. 교육 자료를 시청할 땐 그렇게 흥미롭고, 이 좋은 공부를 이제야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디지털대학을 졸업하며 부동품계를 받았다. 개인사정으로 22기 포교사시험엔 응시하지 못했지만 다음을 기약해본다. 배운 내용을 정확히 기억할 수 없어 교재도 미리 모두 사놓았다.

훗날 포교사로서 불자로서 기도와 신행, 봉사로 나뿐만 아닌 인연 닿은 모든 존재들의 행복을 위해 살고 싶다. 내 주변에 생활이 어렵거나 몸이 불편한 이웃을 위해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 찾아보고 그들과 함께 어울리며 봉사활동 열심히 해야겠다. 그동안 과거는 좋은 일, 안 좋은 일 모두 뒤섞여서 정신없게 흘러갔지만 앞으로 쉬지 않고 다가오는 내 미래에 대해서는 호기심이 나기도 한다. 알 수 없지만, 행복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느껴진다.

공동기획:조계종 포교원 디지털대학

 

[1388호 / 2017년 4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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