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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은 ‘나쁜 것’으로부터 구원 가능성 찾아”

  • 교계
  • 입력 2017.04.19 11:09
  • 수정 2017.04.1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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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택 경북대 교수, 고요한소리 중도포럼서 주장

▲ 임 교수는 4월15일 고요한소리 창립 30주년 기념 중도포럼에서 긍정성 편향이 취업난, 국정농단, 양극화 등 사회 문제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고요한소리 사진제공.
“부처님은 당면한 현실에서 마주하는 괴로움 혹은 ‘나쁜 것’으로부터 구원 가능성을 찾았다.”

임승택 경북대 철학과 교수가 긍정성 과잉으로 치닫는 극단을 경계했다. 임 교수는 4월15일 고요한소리 창립 30주년 기념 중도포럼에서 긍정성 편향이 취업난, 국정농단, 양극화 등 사회 문제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좋은 것’만 추구할수록 개인은 피폐해지며 ‘나쁜 것’을 외면하거나 배제할수록 드러나는 폭력적 성향도 지적했다. 임 교수는 부정성에 대한 재인식과 이를 껴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 태도는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이며 팔정도의 실천이라고 주장했다.

긍정성의 과잉 짚은 발제로
부정성 외면의 폭력성 지적
초기불교 수용적 태도 제안

임 교수는 ‘긍정성 과잉의 문제와 중도’ 발제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 대량실업, 트럼프 쇼크, 촛불집회 등 사회 이슈가 긍정성 과잉과 긴밀히 관련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출신 독일 철학자인 한병철의 ‘피로사회’ ‘아름다움의 구원’을 인용하며 신자유주의 체제 속 긍정성 과잉을 진단했다. 성과를 높이기 위한 방식으로만 작동하는 긍정성이 과잉될수록 대다수 사회구성원을 피로에 찌들게 하며, 삶의 지평에서 부정성을 해체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신자유주의는 피로사회를 넘어 취업,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관관계, 꿈, 희망 포기 등 7포 세대를 야기한다고 봤다. 임 교수는 “한쪽에서는 자기 착취와 수탈에 혈안이 된 이들의 피로가, 한쪽에서는 그것마저 포기당한 이들의 절망과 분노가 이 시대의 번뇌로 타오르고 있다”고 했다. 또 “만성화된 긍정성은 괴로움에 대처하는 적절한 방법을 망각하도록 만든다”며 “부정성이 차단된 진공의 상태, 즉 긍정성과 ‘좋은 것’만 난무하는 공간에서는 성숙과 발전을 위한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다”고 했다.

편향된 긍정성의 부작용을 폭력성과도 연관 지었다. 임 교수는 역사 속 무수히 반복됐던 이념 갈등, 종교 박해, 대규모 분쟁과 전쟁에서 ‘좋은 것’만 추구하고 ‘나쁜 것’은 없애야만 한다는 견해가 문제의 중심이라고 확신했다. 사물과 대상 앞에 ‘나쁜~’을 덧붙여 배제하면서 극단으로 치우친 국정농단 사건과 결부시키기도 했다.

그는 “‘좋은 것’과 긍정성에 대한 일방적 추구는 심리적 프레임을 강화한다”며 “스스로 눈높이를 넘어선 다른 의견들에 대해 배타성을 조장하고 자신의 ‘좋은 것’에 매몰돼 다른 가능성에 억압과 폭력을 휘두른다”고 했다.

▲ 임 교수는 부정성에 대한 재인식과 이를 껴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 태도는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이며 팔정도의 실천이라고 주장했다. 고요한소리 사진제공.
때문에 임 교수는 부정성 혹은 ‘나쁜 것’을 다시 인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괴로움은 우리에게 부과된 어떤 것을 해결하기 위한 대단한 기회일 수 있다”며 “섣부른 ‘나쁜 것’ 제거 시도보다 긍정성과 부정성을 수용하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인류 역사상 가장 독특한 방식으로 참된 행복과 평화 비전을 열었다”며 부처님과 초기불교에서 ‘나쁜 것’의 수용태도를 발견했다. 그에 따르면 부처님은 긍정성 혹은 ‘좋은 것’만 추구할수록 집착하게 되고 내면의 갈증과 괴로움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는 역설에 주목했다. 그리고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에서 진정한 평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임 교수는 “부처님은 괴로움이라는 부정성, 즉 ‘나쁜 것’을 교리와 실천의 출발점으로 삼았다”고 상기시키며 발표를 이어갔다. 부처님이 제시한 거룩한 진리인 사성제가 현실에서 겪는 괴로움(고성제)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는 “경전에서 탐냄을 조장하기 쉬운 ‘좋은 것’과 끓어오르는 분노를 유발하는 ‘나쁜 것’은 번뇌이자 ‘삿된 것’”이라며 “‘삿된 것’을 버리기 위해 중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성제를 절대적 진리가 아닌 거룩한 진리라 명명함으로써 절대와 상대, 긍정과 부정, 옳음과 그름을 초탈했다”며 “이 진리는 몸·느낌·마음·법 신수심법 사념처라는 체험적 현실에 눈뜰 때 열리며, 팔정도라는 중도 실천을 통해 볼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389호 / 2017년 4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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