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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909년 석굴암 본존불

기자명 이병두

일제, 붕괴 직전 석굴암 응급복원

▲ 철창 같은 틀 안에 갖힌 석굴암 부처님.

마치 동학농민혁명군 사령관 전봉준 장군을 서울로 압송하던 철창처럼 생긴 틀 안에 갇혀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이 사진 속 주인공이 누구일까.

전국 고적 조사 사업의 일환
끊임없이 제기되는 졸속 논란
이제라도 부처님 참뜻 새겨야

지금은 국보 제24호로 지정되어 중앙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특별 관리를 받고 있으며, 매년 국내외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참배(또는 관람)하는 경주 토함산 석굴암(본래 이름은 石佛寺) 본존불이 바로 이 사진의 주인공이라고 하면 쉽게 고개를 끄덕이기 어려울 것이다. 일제가 1905년의 을사늑약으로 우리의 외교와 국방 권리를 빼앗은 뒤 전국의 고적 조사 사업을 펼치고 수많은 문화재에 대한 긴급 발굴과 응급 복구를 진행할 때에 거의 붕괴 직전 상태에 있었던 석굴암도 그들의 손으로 복원을 진행하였는데, 이것이 그 당시(1909년부터로 추정)의 생생한 모습이다.

이때 졸속으로 이루어진 석굴암 복원이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남겼고, 그래서 1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우리 국민의 대일 감정까지 여기에 겹쳐서 ‘정답은 없이 의혹만 이어지는 이야기’가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이렇게 망쳐놓았다. 그런데 민족 해방 이후에는 상황이 많이 개선되었는가?” 하고 물으면 “글쎄 꼭 그렇지도 않지…”라면서 확답을 내놓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그러면서 독재 정권 시절의 졸속 복원을 탓한다.

이제 석굴암 부처님은, “사람들이 숨을 쉬면서 내보내는 습기가 불상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문화재 당국의 ‘순전히 기술 편의적인 이유’ 때문에, ‘유리 감옥’ 안에 갇혀 있어서 간절한 원을 안고 찾아오는 참배자들을 편하게 만날 수 없다.

게다가 언제부터인가 존경과 귀의의 대상인 부처님으로서보다는 엄청난 액수의 문화재관람료와 불전함 수입을 가져오는 ‘돈’과 관련된 존재가 되었다. 그래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주지 자리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져오게 되었으니, 이제 이 부처님은 세상의 어느 감옥보다도 견고하여 부수기 힘든 ‘돈의 감옥’ 안으로 더욱 깊이 갇혀버리게 된 것이다.

이 부처님을 이 모든 구속에서 자유롭게 해드리는 것이 이 땅을 불국정토로 가꾸는 첫걸음이 될 것이지만 그 걸음을 내딛는 것이 쉽지 않다. 유리를 걷어내고 햇빛을 받게 해드리는 기술적인 일이야 정책 결정이 이루어지기만 하면 어려울 것이 없겠지만,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이 ‘돈의 감옥’을 부수는 일은 어느 누구도 실천에 옮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티베트 불교의 중흥조였던 쫑카파 스님의 ‘람림(Lam Rim, 菩提道次第論)’에는 “불보살들을 법답게 모셔야 하는데 황금으로 조성한 불상이나 은으로 조성한 불상은 높은 곳에 모시고 진흙으로 빚은 불상을 아래에 모신다면 이는 불상을 재산으로 여기는 것일 뿐이다. 탱화도 오래되고 오래되지 않은 것을 순서대로 하여 모시는 것 역시 재산으로 생각하는 것일 뿐이다. 불보살들을 모신 쪽으로 발을 뻗고 자면서 아무런 가책이 없는 경우에는 삼보에 귀의하는 것을 모른다는 완벽한 증거이다”는 대목이 있다.

혹 우리가 이 석굴암 부처님을 그렇게 잘못 모셔온 것은 아닌가 생각을 돌이켜보자. 이 분을 ‘돈의 감옥’에서 자유롭게 풀어드리지 못하는 것도 귀의(歸依)의 대상이 아니라 재산으로서만 바라보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오로지 ‘돈’ 때문에 이 분을 둘러싸고 갈등과 분쟁을 일으키면서도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1909년 이 부처님을 엉성한 철창 안에 가두고 콘크리트를 퍼부었던 일본 사람들과 오늘 이 땅의 부처님 제자들이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아니 부처님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우리의 문제가 더 심각하지 않은가.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389호 / 2017년 4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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