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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라고 불린 천진난만 동자승이[br]이 시대 어른들 일깨운 마음동화

  • 불서
  • 입력 2017.04.24 14:59
  • 수정 2017.04.2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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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동자’ / 정찬주 지음·정윤경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바보 동자’
불기 2561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조계사를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 어린이들의 단기출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 어린 스님들은 언제부터인가 부처님오신날을 알리는 최고의 홍보대사가 됐고, 동자승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따뜻하고 부드럽기 그지없다. 하루하루 삶의 무게를 견디는 것 자체가 힘겨운 사람들도 동자승들의 몸짓 하나하나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그 해맑은 표정에 흠뻑 빠져든다.

그 맑디맑은 해맑음과 천진함 때문이다. 그래서 동자승은 곧 천진불이 되고, 천진불은 사람들의 마음에 여유를 되찾아 주는 것은 물론 ‘나’가 아닌 주변을 돌아보게 해준다. 이 책 ‘바보 동자’는 어른들의 눈에 바보로 보일만큼 천진하고 해맑은 동자승을 통해 스님이 깨달음을 얻는 이야기를 담았다.

나이가 오백 살이나 된 낡은 절에 사는 동자승은 하루하루가 즐겁기만 하다. 절을 드나드는 다람쥐와도 친구가 되어 먹을 것을 가져다주고, 밤낮없이 배고파 찍찍대는 쥐도 가엾어 밥상을 차려주고 싶어 한다. 때문에 함께 사는 스님들은 바보라고 놀리기도 한다.

이 동자승은 또 여느 어린이들처럼 천방지축 엉뚱한 개구쟁이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라고 하면 장판을 누렇게 태울 정도로 장작을 많이 넣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공부하는 스님들에게 장난을 걸기 일쑤다. 스님들은 그런 동자승을 혼내기도 하지만, 10년째 묵언수행중인 금강 스님은 단 한 번도 꾸중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동자승이 느티나무에서 떨어지고는 장난삼아 죽은 체 하자, 스님들도 짐짓 진지한 자세로 동자승 골려주기에 나섰다. 하지만 스님들이 절 밖 돌다리를 건넌 후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주춤거리며 “아이를 어디에 묻을까?”하고 서로 궁리를 하자, 동자승은 “저어기 큰스님들 부도 옆에 묻어 주세요”라고 답한다. 스님들이 “죽은 사람도 말을 하네”라며 웃자, 동자승은 “오죽 답답하면 말을 하겠어요”라고 대꾸한다.

▲ 동자승의 맑은 마음결이 어른들의 탁한 마음까지 맑힌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금강 스님은 “그래, 네 말이 옳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하며 10년간의 묵언 수행을 끝냈다.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을 만나면 바른 길을 알려주어야 함에도 큰스님이 되겠다고 10년이나 입을 다물었던 자신이 부끄러워진 스님은 “너야말로 내 스승”이라고 되뇐다. 이 순간 동자승이 스님의 눈에 관세음보살로 보였으니, 진짜 천진불이 된 셈이다.

그리고 자신 앞에 무릎 꿇고 합장한 스님을 뒤로 한 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람쥐 점심을 챙기러 달려가는 동자승. 동자승의 그 모습은 어떠한 성과물을 놓고 서로 자기 공을 다투고, 대가를 바라며 자기 욕심 채우기에 급급한 어른들에게 또 다른 가르침을 주고 있다.

불교작가 정찬주가 ‘마음을 담는 그릇’에 이어 두 번째로 펴낸 그림책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며 맑은 마음결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마음동화라 할 수 있다. 1만1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389호 / 2017년 4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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