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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박찬욱 밝은사람들연구소장

“통섭의 시대언어로 이고득락 방편 전달”

▲ 박찬욱 소장은 “사람들이 관심 가질 만한 주제를 인접학문과의 소통을 통해 불교적으로 해석하고 해답을 건네는 과정은 결국 불교의 영향력을 키우는 효과적인 방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6년 9월9일, 서울 동국대 다향관 세미나실에서 밝은사람들연구소의 첫 번째 학술연찬회가 열렸다. 주제는 ‘불교와 학습이론, 그리고 불교 상담’. 밝은사람들연구소는 그해 2월1일, 기존 불교학회들과는 차별화된 지향을 공표하며 창립됐다. 불교와 세상의 상생을 모토로, 학자나 불자뿐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해 불교와 인문학의 통섭을 통하여 풀어내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박찬욱 소장은 연구소 주최 학술연찬회가 처음이었던 만큼, 많은 인원이 참석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메일로 학술연찬회 개최 사실을 알리는 정도로만 홍보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대박’이었다. 15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많은 이들이 자리에 앉지 못해 선 채로 동참해야 했다. 덕분에 두 달 뒤 2회 학술연찬회는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도 지난해 11월19일 열린 제15회 학술연찬회까지, 매번 400여명의 사람들이 동참할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학계의 여느 학술대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는 밝은사람들연구소 학술연찬회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수불 스님 지원, 2006년 창립
첫 학술연찬회부터 흥행 ‘대박’
“어떻게 살 것인가” 해법 제시
매 연찬회마다 400여명 참석

대학 때부터 다양한 학문 섭렵
동국대 ‘심리치료와 불교’ 강좌
6학기 연속 ‘Best Lecturer’

“대중과의 소통이죠. 각자의 삶이 교재라면 불교는 가장 훌륭한 참고서입니다. 저마다 지니고 있는 고민들에 대해 불교만큼 명쾌한 해답을 내려줄 수 있는 종교가 있을까요. 문헌연구도 중요하지만, 이토록 훌륭한 교리를 현대 언어로 대중들에게 건네는 일 역시 중요합니다. 불교의 핵심은 이고득락(離苦得樂)이고, 따라서 불교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시대에 맞는 방편을 통해 건네야 하는 것입니다.”

실제 밝은사람들연구소 학술연찬회 주제들은, ‘일반인’들이 ‘일반적’으로 가질 수 있는 궁금증을 해소시킬 수 있는 것들로 선정돼왔다. ‘욕망, 삶의 동력인가 괴로움의 뿌리인가’ ‘행복, 채움으로 얻는가 비움으로 얻는가’ ‘죽음, 삶의 끝인가 새로운 시작인가’ ‘괴로움, 어디에서 오는가’ ‘분노,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등 누가 보아도 ‘혹’할 수 있는 주제들이다. 여기에 불교학자와 스님을 기본으로 하여 심리학자, 사회과학자, 언어학자, 의사, 심지어는 이웃종교 성직자들까지 발제자로 참여해 학문 간 통섭을 시도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이와 같은 전방위적 통섭 노력은, 이 시대 불교가 대중 속으로 어떻게 파고들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에 대한 굵직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영적 성장욕구가 있습니다. 먹고 사는 일이 어느 정도 해결되면 그 욕구는 반드시 발현되게 마련이죠. 이때 불교가 그러한 욕구를 해소시킬 수 있는 아이템을 제공한다면,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서라도 찾아옵니다.”

박 소장의 말처럼, 밝은사람들연구소의 학술연찬회에는 부산, 광주, 대전 등과 멀게는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이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불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궁극적으로 포교 효과까지 거두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밝은사람들연구소만의 독특한 발제시스템 또한 학술연찬회의 완성도를 한껏 끌어올리며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핵심은 총서 발간이다. 박 소장은 학술연찬회 1년 전인 연말에 주제를 정한 뒤, 이듬해 초 발제자를 선정한다. 그리고 발제자들을 모아 연구 내용이 중복되지 않도록 조정하며 8월 하순경 발제를 취합해 출판사에 넘긴다. 이를 통해 매년 11월 중순 열리는 학술연찬회의 15일 전에는 발제를 엮은 책이 시중에 풀리게 된다. 사람들은 발제 원고를 미리 확인하고 학술연찬회 당일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릴 수 있다. 학술연찬회가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비결’ 가운데 하나다.

이와 같이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오고 있는 밝은사람들연구소의 지향은 박 소장의 지향점과 궤를 같이한다. 1960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난 박 소장은 할머니와 어머니의 영향으로 불교에 귀의해 고등학교 때는 불교학생회에서 활동할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동국대 불교학과에 진학하고자 했지만, 주변의 반대로 한국외국어대 중국어학과에 입학한 뒤 1984년 LG종합상사 중국시장개척팀 원년멤버로 입사했고 이후 대한적십자사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불교에 대한 갈증이 사그라지지 않아 2001년 사직서를 내고 조계종 포교원 수행체계연구위원회 조사위원, 불교상담개발원 연구위원, 서울 봉은사 포교연수팀장 등을 역임하며 그토록 원했던 공부를 마음껏 이어나갔다. 특히 대학시절부터 대한적십자사 소속일 때까지 20여년 동안 불교를 비롯해 서양철학, 심리상담 등 학문들을 섭렵하는 동시에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노하우를 쌓았던 것은 소중한 자산이 됐다. 그 과정에서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과 인연을 맺은 것은 밝은사람들연구소 탄생의 계기가 됐다. 불교와 사회가 상생할 수 있는 아이템을 펼칠 수 있는 안국선원 산하 연구소 창립을 수불 스님으로부터 제안받았던 것이다. 수불 스님은 현재까지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연구소의 확장에 힘이 돼줬다.

이처럼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쌓아올린 박 소장의 지향은 2010년 동국대에서 ‘불교상담 프로그램 개발과 효과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으며 더욱 만개했다. 동국대 ‘심리치료와 불교’ 강의를 맡아 학생들을 대상으로 ‘불교를 시대 언어로 풀어내 사회와 소통’을 시도했던 것이다. ‘긍정일기 쓰기’ 등의 방법을 활용해 불교교리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은, 동국대 서울캠퍼스 1200명 넘는 교수·강사 가운데 강의평가 20등 이내에만 수여되는 ‘Best Lecturer Award’를 6학기 연속 받은 결실로 이어졌다. 또한 지난해 10월에는 밝은사람들연구소·불교과학아카데미와 공동으로 2년 과정의 ‘현대과학으로 풀어본 금강경’ 강좌를 기획해 130여명의 동참자를 이끌어내는 또 한 번의 ‘대박’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박찬욱 소장은 “소통은 양방향이어야 하는데, 만약 불교가 일방적으로 여타 학문이나 대중들에 영향을 주려고만 한다면 역설적으로 영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사람들이 관심 가질 만한 주제를 인접학문과의 소통을 통해 불교적으로 해석하고 해답을 건네는 과정은 결국 불교의 영향력을 키우는 효과적인 방편”이라고 강조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89호 / 2017년 4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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