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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두 세상의 사이에서

기자명 성원 스님

스님보다 스마트폰이 더 좋은 걸까

 
처음 디지털 카메라가 나왔을 때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나는 기술진보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편이라 앞으로 10년 내로 필름카메라는 사라지고 디지털카메라로 대치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대부분은 회의적 시각이 앞섰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구매한 카메라가 60만화소의 일본산 디카였는데 엽서보다 작은 사이즈로 사진을 출력해주면 그 화질에 모두 비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후로 화소수의 증가에 따라 계속 카메라를 바꾸어야 했는데 그것도 이젠 휴대폰에게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기술 진보 신뢰 하지만
사이버 세상에 익숙한
사춘기 아이들 마음은
과학으로도 설명 안 돼

돌연변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생물학적 진화와 달리 기술의 진보는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치달리지 않는다. 모든 기술적 진보는 예측이 가능하고, 그 방향성은 대부분 예측되고 있다. 하지만 진보된 그 혁신기술을 다루며 변화하고 형성 되어가는 사회 현상의 방향성을 예측 하기란 쉽지 않다.

스마트폰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대부분 휴대폰이 발전하여 스마트폰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스마트폰은 휴대전화가 진보한 것이 아니다. 거대한 컴퓨터가 PC로 진화하고 PC는 노트북으로, 노트북은 다시 랩탑으로 변화해 갔다. 물론 이용하는 OS는 새로 개발되었지만 스마트폰은 명백히 컴퓨터의 진보로 보아야 그 정체성을 이해할 수 있다.

한 손에 쥐고 이용 가능한 컴퓨터에 전화기능을 추가한 것이 스마트폰이라고, 처음에 아무리 이야기해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은 특별히 바쁘지도 않고 사용할 일도 없어서 그냥 구형 휴대폰을 사용할 거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모임 때마다 강조하는 말이 있다. 사람을 분류하는 방법이 조선시대에는 양반과 상놈, 남자와 여자로 분류해놓고 온갖 부당한 일을 강요했는데, 현대 사회에도 두 분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과 핸드폰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거다. 조선 시대와 다른 점은 그 때는 태생적으로 신분이 결정되고 그것을 운명으로 강요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스스로 그 소외와 부당함을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뿐이다.

정보화로 무장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조선시대의 여자요, 노비의 삶을 살겠다고 고집하는 것이라고 소리를 높이니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나를 원망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고맙다고 하는 사람과 스님이 왜 그토록 강조했는지 충분히 이해 할 것 같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기술의 진보는 이렇듯 명명백백하다. 기술의 진보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 귀결로 우리의 삶을 흔들어 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진보 위에서도 해결 할 수가 없는 일은 바로 우리의 삶 즉, 인생의 문제이다. 리틀붓다합창단에 무한한 애정을 갖고 일요일 연습시간만을 기다리며 사는 것 같던 단원이 어느 날 사춘기에 접어들면 도무지 그 누구도 방향을 가늠할 수 없게 된다.

세상과 문을 걸어 잠그고 가희 혁명적인 흐름으로 자신의 내적 성장을 일구어 간다. 사춘기를 맞은 단원들의 심리 변화와 생활 변화는 단순히 과학으로 접근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 앞에서 너무나 허망하게 무너져 버리는 기술과 과학에 대한 신뢰는 나 역시 종잡을 수가 없다.

어제도 한 단원이 그냥 단을 떠난다고 했다. 합창단이 좋단다. 약천사가 좋단다. 성원 스님도 좋단다. 그래도 그만둘 거란다. 매시간 스마트 폰을 잡고 생활하는 어린 단원들의 이유가 선행 되지 않는 결론 앞에서 나는 잠시 스마트 폰을 내려놓고 땅거미 밀려드는 저녁노을을 힘없이 바라볼 뿐이다. 나보다 사이버 세상을 더 친밀히 느끼는 그들에게 나는 누구일까?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1389호 / 2017년 4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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