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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회 열리는 날 직선제 토론하겠다는 수좌회

  • 기자칼럼
  • 입력 2017.04.25 11:38
  • 수정 2017.05.01 12:52
  • 댓글 0

기자칼럼-권오영 기자

수좌회, 4월29일 단체 불러
직선제 토론회 제안해 논란
‘봉축분위기 찬물’ 비판확산
수좌회 정치적 행보도 우려
의정스님 “산중에 살아 몰랐다”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가 부처님오신날을 찬탄하는 봉축 연등회가 열리는 4월29일 문경 봉암사에서 교계 38개 출재가 단체를 초청해 ‘총무원장 직선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겠다고 밝혀 빈축을 사고 있다. 봉축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선원수좌회는 4월21일 교계 38개 출재가 단체에 공문을 발송해 “4월29일 문경 봉암사에서 단체들과 함께 총무원장 직선제 논의를 위한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특히 선원수좌회는 “한국불교의 희망을 찾기 위해 현재 제시되고 있는 직선제의 함의를 살리고자 한다”며 토론회 개최의 취지를 설명했다. 사실상 이날 토론회는 교계 일부 단체가 주장하는 총무원장 직선제 요구를 공론화하고 수좌회도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표명으로 해석되고 있다.

▲ 전국선원수좌회는 지난 3월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무원장 직선제 도입을 요구했다.
앞서 선원수좌회는 지난 3월 서울의 한복판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무원장 직선제 도입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선원수좌회 대표 스님들은 “직선제 실현을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어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선원수좌회가 어떤 식으로든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있어왔다.

그렇더라도 선원수좌회가 교계 단체들과 토론회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 연등회가 열리는 날 개최하기로 한 것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다. 연등회는 대립과 갈등, 차별을 넘어 모두가 하나 돼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참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다. 특히 지난 2012년 국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불자들의 최대 축제이자 일반 시민은 물론 이웃종교인, 외국인들까지 함께 참여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축제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불자들이 연등회에 갖는 자부심 또한 남다르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선원수좌회가 연등회가 열리는 날 교계 단체들을 초정해 토론회를 열기로 한 것은 불자들의 열망은 물론 봉축행사의 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선원수좌회 대표 의정 스님은 “산중에 살다보니 그날이 연등회가 열리는 날일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스님은 이어 “(토론회 날짜 변경을 위해) 선원수좌회 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보겠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다.

의정 스님의 해명처럼 산중에서 세속 일을 등지고 사는 수좌스님들이라 연등회가 언제 개최되는지를 미처 몰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연등회가 열린다는 것은 웬만한 불자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스님들이 몰랐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워 보인다. 더구나 연등회가 열리는 날도 모를 정도로 세속과 담을 쌓고 사는 산중의 스님들이 어떻게 가장 세속적인 선거법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 수 있는지, 직선제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또 얼마나 숙고해봤을지도 의문이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일 수는 있어도 승가에서까지 최선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은 여러 차례 있어왔다.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선거는 오로지 누가 더 지지를 받느냐에 판가름 나는 배제의 원리이다. 승자와 패자, 환희와 탄식, 기대와 분노가 뒤따르고, 득표 차가 적을수록 후유증이 크다.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던 인물이라도 선거에 뛰어들면 대중의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고 결국 상처투성이가 되어 내던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후보자들 간에 벌어지는 파상공세는 선거 후에도 씻기 어려운 앙금으로 남고는 한다. 이러한 ‘선거의 법칙’은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도 어김없이 재현되고 있다.

그동안 세속의 선거방식을 수용해온 종단 내부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교구본사주지와 중앙종회의원을 직접선거 방식으로 선출해왔지만 이후 숱한 폐해들이 불거졌고, 이 때문에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는 견해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는 했다. 그렇기에 ‘화합’을 최우선으로 삼는 승가가 율장에 기반한 전통적인 방식을 배제하고 세간의 방식을 채택하는 것은 극히 신중해야 할 사안이다.

비단 직선제 요구는 아니더라도 최근 선원수좌회의 행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총무원장 선거 때만 되면 ‘집단행동’을 하고, 종단법 테두리를 넘어 과도한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선원수좌회가 종단의 새로운 정치집단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 “선원수좌회가 이러니까 간화선 수행전통이 쇠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송광사 전 율원장 도일 스님은 최근 간화선 풍토와 관련해 “수좌라는 분들이 위패장사나 하고 있고, 제대로 된 선불교의 전통을 계승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님은 또 “수십년 간 수좌들을 공양했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도인이 나왔느냐”며 “한국불교를 쇄신하는 길은 스님과 재가불자가 모두 부처님법대로 삶을 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일 스님의 직설적인 문제제기는 한국불교 수행방식을 일신해야 한다는 요구이며, ‘어떻게 한국불교 수행방식을 쇄신할 것인가’를 선원수좌회에 던지는 화두라고 할 수 있다.

 
한국불교의 변화와 쇄신은 종단의 제도 개선과 더불어 종단 구성원 모두 부처님법대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에서 시작된다. 선원수좌회가 진정 한국불교 쇄신을 위한다면 모든 불자들의 축제인 연등회 날 세속의 선거법을 논의할 것이 아니라 70년 전 젊은 수좌들이 봉암사에서 ‘오직 부처님법대로 살겠다’며 치열하게 정진했던 것처럼 수행자의 맑은 기운을 보여줄 수 있는 방안부터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390호 / 2017년 5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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